가장 친절한 타로 리딩 북 - 78장의 타로카드로 점치는 가장 친절한 타로 시리즈
LUA 지음, 구수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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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평점 5점

아마 이 책을 펴드는 사람들은 나를 비롯하여 어느 정도 타로에 익숙하거나 초보에서 벗어나 실전에 비중을 두고자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특히 나처럼 타로를 독학으로 배운 사람들은 리딩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기거나 항상 같은 패턴으로 카드가 읽히는 슬럼프 기간이 도래할 때 이러한 실전 리딩북을 한번 씩 접하면 도움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기본부터 실전편까지 내용을 두루 다루고 있기 때문에 완전 초급자들도 이 책을 읽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P.9 타로는 자기 대화를 위한 최적의 도구이다.

타로는 더 이상 특별하거나 비범한 사람만이 다루는 전유물이 아니다. 나도 예전엔 영적인 힘이나 어떤 신비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 타로를 다루는 줄 알았다.

예전에 미래의 일이 궁금하거나 답답한 일이 있을때 타로를 본 적이 있었는데 상담해 주는 리더분이 내가 궁금해하던 결과는 물론 카운셀러처럼 상담도 잘해주어 타로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내가 궁금한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타로를 보러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인생은 항상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과 결단의 연속이기 때문에 타로의 도움을 받는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취미로 슬슬 공부하게 되었다.
물론 타로를 너무 맹신하거나 의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도 몰랐던 내재된 감정과 의지가 카드를 통해 표출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에 일종의 조언자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타로의 도움을 어느정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양자택일의 경우 말이다. A직장과 B직장 중에 어디를 택해야 하는지, 소개팅하기 좋은 날이언제인지등 사소한 것이라도 타로가 조언해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타로점을 가장 많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관계인 것 같다. 나도 그간 친구나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봐준 것이 거의 연애운이나 직장 동료 관계운이었다. 코트카드는 어떤 상황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인물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카드의 위치와 방향등으로 두 관계성을 추측 할 수 있다.

11타로는 메이저카드 22장의 번호를 더해서 20이 되는 카드를 말한다. 세트가 되는 두 장은 어떤 테마에 대해 정반대의 성질을 갖는다. 나는 이렇게 수비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적이 없어서 이런식으로 카드가 매칭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타로카드는 수천 종류이고 덱마다 갖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것으로 잘 골라야 한다. 나의 첫 덱은 화이트 캣츠였고 지금은 바로크 보헤미안 캣츠 덱을 데일리로 사용하고 있다.

바로크 보헤미안 캣츠덱은 화려한 옷을 입은 귀족 고양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한눈에 끌렸다.
리딩도 유니버셜 웨이트 기반이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다.

사실 타로의 기본 개념이나 스프레드, 기초적인 리딩 테크닉은 유튜브나 시중에서 파는 타로책에서 충분히 학습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실전편으로 22개의 실전 예시가 담겨 있어서 키워드 타로에 얽매이지 않고 직관타로를 병행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가장친절한타로리딩북 #가장친절한타로 #타로 #한스미디어 #타로점 #L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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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 나만 해봤니?
신은영 지음 / 이노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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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저자는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는 동화작가이다. 책은 본인의 유년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유쾌하고 재미지게 엮은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들이 있을 것이다. 책은 작가의 그 인상 깊었던 일들에 관한 단편적인 모음집이다.

작가의 경험담 속에서 정말 이런 캐릭터의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괴팍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왜 그녀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건지 읽으면서도 "헐~ 이거 실화임?" 혀를 차게 만드는 안티깝고 화나는 경험담.

작가는 대학생 때 본인이 졸업한 모교에서 교생 실습을 하게 되는데 교생실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담당 윤리선생이 갑자기 출장을 간 바람에 얼떨결에 며칠동안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아이들은 적극적이고 열띤 토론을 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하면서 수업에 재밌게 참여한다. 하지만 출장을 다녀온 윤리 선생은 아직 자기 생각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왜 쓸데없이 토론을 시켰냐며 비난했고 그녀가 뭐라고 반박하려 하자 교생 주제에 말이 많다고 작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교생실습은 통상적으로 에이플러스를 받는 과목인데 결국 작가 혼자만 에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되고 교사라는 직업이 자기의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너무 부조리하고 억울한 일이 아닌가?

이 밖에 또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에피소드 하나. 작가는 공부방에서 일할 당시에 동료 선생님 한 명이랑 아이들 90명을 상대하며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개처럼 일했는데 결국공부방 원장의 몹쓸 갑질로 도망치듯 공부방을 그만두게 되는 일도 있다.
정말 읽기만 해도 짜증나는데 이것을 경험한 작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러한 일들은 20대때 사회 초년생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한 분야에서 경험이 많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기들보다 약한 상대를 괴롭히거나 갑질을 하는 사람들. 정말이지 싫다.

이런 우울한 이야기들이 있는 반면에 작가가 어린 시절, 엄마랑 언니들이랑 소소하게 겪었던 통쾌하고 웃음이 키득키득 나오는 잔잔한 경험담도 많다.

어떨때는 말 한마디 못하고 물러서는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어떨때는 당당하고 할 말 다하면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 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경험담이 1인칭 화자시점으로 써 있는데 <그 여자 그 남자>라는 에피소드만 갑자기 3인칭 화자시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이야기는 작가의 필리핀 유학시절, 지금의 남편을 만난 하숙집에서 만난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이다.

작가의 마음 속 묵혀둔 이야기들과 짧지만 강렬한 경험담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경험도 돌아보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다.

#이런경험나만해봤니 #신은영 #경험담 #이노북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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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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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았어

대니는 살아 있어

도와줘

날 도와줘"

아들이 죽은지 1년이 지났겄만 계속 반복적으로 악몽에 시달리는 엄마 티나. 악몽이라 해야 할지 예지몽이라 해야 할지 꿈에서는 죽은 아들 대니가 꼭 살아 있는 것처럼 엄마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듯한 무언의 표정과 메세지를 남기고, 잠에서 깬 티나는 그 때마다 아들이 살아 있을 것만 같은 예감에 휩싸인다.

티나는 여러 경험과 고생 끝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성공한 무대 연출가이자 제작자이다. 티나가 공들여 제작한 무대가 열리는 첫 날, 공연을 구경하러 온 엘리엇이라는 변호사를 만나게 되고 둘은 첫눈에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이야기가 한창 로맨스로 흐르는가 싶더니 그들의 눈 앞에서 믿을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도 기이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티나는 그동안 혼자 고민만 하고 있었던 생각을 엘리엇에게 털어 놓는다.

P.144 "어쩌면 대니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티나와 엘리엇은 결국 한 팀이 되어 아들의 존재에 대한 미스터리를 한 올 한 올 풀어 헤쳐 나간다. 아이의 실종, 납치와 구출에 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나 소설은 이미 많다. 하지만 티나의 아들이 정말 살아 있기는 한 것인지. 1년 전에 죽은 아이가 이제 와서 왜?? 아이의 생사 여부가 확실치 않은데도 두 남녀는 아이가 살아 있다고 믿으며 필사적으로 목숨을 건 사투를 펼친다. 하지만 300 페이지까지 읽었는데도 내용은 정말 고구마였다. 아이의 생존 여부와 괴이한 현상에 대한 설명이 이때까지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300 페이지가 넘어가면 급격하게 상황이 전개되며 아이의 생존 여부와 기괴한 현상들이 어떻게 일어나게 된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가 밝혀진다. 아이의 시체를 직접 목격하기 위한 엄마와 이를 막으려는 비밀 단체 요원들의 한 판 승부, 정체를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비밀 정부와의 싸움. 쫒고 쫒기는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스릴과 긴장감은 최고이다.

결국 아이가 1년 동안 어디에서 어떤 일들을 겪고 있었는지에 대한 음모가 드러나면서 소설은 막을 내리게 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해피엔딩인가?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살아 돌아온다는 점에서 엄마 입장에서는 해피한 결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음모라는 것이 계속 어딘가에서 비밀리에 자행되고 무고한 목숨이 아무도 모르게 희생되고 있다면?

이 소설이 세계적으로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고 한국어판으로 출간되면서까지 재조명을 받은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이다. 40년 전에 쓴 소설이 바이러스라는 소재로 중국 우한이라는 명칭이 똑똑히 적혀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니까.

솔직히 정말 놀랍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러한 내용을 읽고나니 내용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주인공들이 고작 나흘간 겪은 일들을 신내림을 받은듯이 생생하게 글로 구현해 내다니 정말 작가는 신내림이라도 받은 것일까.

#딘쿤츠 #코로나19예견소설 #어둠의눈 #다산북스 #약주행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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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 이도우 산문집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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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월요일과 화요일 밤에 본방사수 하고 있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시린 겨울 속에도 따뜻함이 깊게 묻어나 있는 잔잔한 감성 드라마이다. 책과 서점, 독서모임 등등 내가 관심있어 하는 소재가 나오기도 하고 주인공도 선남선녀인데다가 드라마 촬영지와 배경이 어쩜 다 예쁜지.

드라마 원작이 소설이라고 해서 책과 작가에 대해 파기 시작했다. 이도우 작가가 최근에 낸 산문집이 한 권 있다는 걸 알았다. 작가에 대해 잘 몰랐으나 책을 한 권 다 읽어 내려간 지금도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다만 자신이 겪은 소소한 경험들을 진솔하고 유쾌하게, 때로는 슬픈 경험을 무덤덤하게 써내려가며 독자와의 공감대를 자연스레 형성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르가 소설이 아닌 에세이이기 때문에 주로 작가 본인의 경험담을 내비치고 있는데, 마치 소설같은 에세이를 읽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작가는 쓰리도록 아픈 이야기와 눈물 나도록 행복에 겨운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내뱉고 있다.

P.22
"관계와 소통은 이어졌다가 끊어지고, 끊어진 줄 알았다가도 연약하게 연결되는 미세신경 같기만 하다. 계정을닫고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이들도 일상의 쓸쓸함을 남길 곳이 그곳이니까 다시 오는 게 아닐까. 타인에 대한 호기심보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 나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여기 이 책의 작가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는구나. 이런 걸 느낄 때마다 힘이 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그 이유 하나로 소소한 위로를 받는가보다.

우리는 결국 쓸쓸함을 견디기 위해 sns라는 온라인 세계에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일상을 올리며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라도 쓸쓸함을 기록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sns가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P.213
"인생을 하나의 긴 여정으로 보고 결말에 이르러 해피엔딩이 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건 아까운 일이다. 차라리 해피엔딩의 일상화를 만드는게 낫겠다. 아, 이번 한 주는 해피엔딩으로 마감했군. 오늘 하루는 그럭저럭 해피엔딩이었어, 하고."

행복을 자꾸 나중으로 미루는 건 나쁜 습관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아니, 나쁘다기보단 어리석다고 해야할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 다음을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의 소소한 기쁨을 희생하는 일을 나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 해피엔딩의 일상화를 위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지. 그런 일상들이 켜켜이 쌓여 해피엔딩이 되는 것이기에.

P.298
"밤이 오면 호수에 비둘기집처럼 떠 있는 좌대에 랜턴이 켜지고, 수면에는 주황빛 연둣빛 케미 찌가 어른거렸다. 불빛 아래 가져간 책을 읽다 담요를 덮고 설핏 잠이 들면 물결이 흔들리는 대로 몸도 따라 가볍게 흔들리던. 그러다 어슴푸레한 새벽에 깨어 물안개 낀 산과 호수를 보고 있노라면, 이대로 시간이 멈추거나 사라져버려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이 문장을 연속으로 5번이나 읽었다. 랜턴, 주황빛, 연둣빛, 설핏, 물결, 어슴푸레, 물안개 같은 단어의 느낌이 좋고 낚시는 1도 모르는 내가 깊은 밤에 잔잔한 호수에서 그러고 있는 것을 상상하니 설레이기도 하면서 나도 한 번쯤은 경험하고 싶은 일이다. 뭔가 낭만적이다고 해야 할까.

인간 관계에서 울타리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이였을땐, 이 사람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나를 상대에게 얼만큼 드러내야 하는지 계산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럴 필요조차 못 느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인간 관계는 아직도 어렵고 조절하기 힘들다. 저마다 다가가는 보폭의 속도와 걸음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울타리 간격은 규정 할 수도 없고 법칙화 할 수 없는 거니까. 다만, 타인이 나를 볼 때 내가 가진 울타리의 재질이 딱딱하다거나 차갑게 비추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먼저 그렇게 행동하면 안되는 것도 물론 안다.
둥글둥글하게 살아야지.

책을 밤에 자기 전에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야말로 굿나잇하기에 좋은, 책을 읽는 내내 평안한 밤을 만들어 주었던 책이다. 이 밤이 지나면 내일 또 하루치의 고단함과 기쁨, 슬픔이 찾아오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서로에게 굿나잇.

#이도우 #이도우에세이 #이도우산문집 #밤은이야기하기좋은시간이니까요 #위즈덤하우스 #굿나잇 #굿나잇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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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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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 '훌륭한' 이란 말, 그것은 내가 지독히 싫어하는 말이다. 그것은 허위에 찬 단어이다.

속물적인 사고방식과 위선으로 차있는 어른들의 세계를 소년의 눈으로 신랄하게 비판한 그 유명한 호밀밭의 파수꾼. 심지어 대학교 1학년때 이 책을 읽고 감상문을 레포트로 제출했던 기억이 있는데 왜 내용이 가물가물 한 건지.
내용은 학교에서 퇴학당한 홀든이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사흘 전 학교 기숙사를 뛰쳐나와 뉴욕 거리를 방황하는 이야기다. 1인칭 시점에서 서술한, 가출 일기 또는 자서전식의 느낌이다.
홀든은 학교를 증오한다. 그는 학교 교장선생님을 속물이라고 싫어하고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비롯한, 홀든을 무시하거나 속여 먹으려고 했던 모든 작자들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기도 한다.
속된 말로 중2병적인 생각과 감정에 치우친 흔한 청소년기의 모습일수도 있지만 이런 홀든에게도 어른스러운 성숙한 면모가 있다.

P.16 스펜서 선생처럼 늙은 사람들은 담요 한 장을 사는 데서도 크나큰 행복감을 느끼는 법이다.

홀든이 역사를 가르쳤던 스펜서 선생에게 찾아간 에피소드는 참 재미지다. 과거의 일들을 홀든의 시선과 의식의 흐름대로 쓴 설정이기 때문에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불현듯 튀어 나오기도 하고 어떤 인물에 대해 묘사하거나 생각하는 바를 재치있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하루에도 열 두번씩 감정기복이 왔다갔다하는 변덕스러운 홀든이지만 그 와중에도 상대방 입장에서 기분을 이해하려하고 애늙은이 같은 발언도 종종 한다.
친구가 기분 나빠할까봐 이를 안 닦는다고 지저분한다는 얘기조차 못하는 그는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이면서 배려 있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니까.

지독하게 외롭고 세상 모든 것이 불만인 홀든이지만 그는 사랑하는 동생 앨리의 기억을 가끔씩 들추어내며 과거를 회상하고, 죽은 동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받는다. 홀든은 어린 아이들과 불쌍한 이웃에게만큼은 관대하고 친절하다. 홀든이 수녀들에게 10달러를 기부하면서 더 기부하지 못해서 아쉬워 했던 일과 <호밀밭을 걸어오는 사람을 붙잡는다면> 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차도를 걷는 소녀를 보는 것만으로 우울했던 마음이 걷힌 일은 따뜻한 휴머니즘이 밑바탕에 깔린 사람이 아닌 이상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이지 않을까. 더구나 가출한 사흘 내내, 여동생 피비를 계속 보고 싶어하고 피비가 갖고 싶어했던 구하기 어려운 레코드를 비싸게 주고 산 점에서 여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헐리우드에 있는 형은 보고싶어 하거나 그리워하지도 않으면서 죽은 앨리나 피비에게 느끼는 감정들은 너무 섬세하고 애달프다.

P.254 앨리가 죽은 건 나도 알아. 내가 그것도 모르는 것 같니? 그래도 좋아할 순 있잖아? 누가 죽었다고 해서 좋아하던 것까지 그만둘 순 없지 않니?

나는 이 말이 너무 슬프다. 그리고 죽은 동생과의 과거에서 계속 빠져나오지 못하고 방황하는 홀든이 애처롭다.
고작 사흘간의 가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 황당하고 어이없는 에피소드가 많아 이게 정말 사흘 동안 벌어진 일인가 싶다. 홀든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되어있는 날이 가까워올수록 피비는 홀든이 돌아오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홀든은 몰래 뉴욕을 떠나 서부로 갈 계획을 세우는데 그 허무맹랑한 계획에서 홀든이 얼마나 지쳐있는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얼마나 벗어나고 싶은지가 느껴진다.

P.266 웬일인지 모르지만 나갈 때가 들어올 때보다 더 쉬웠다. 어떤 의미에서는 붙잡아주기를 바랄 정도였다.

겉으로는 센 척하고 버릇없이 굴어도 속은 여리고 겁이 많은 아이, 홀든. 불안한 마음에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지만 결국 여동생으로 인해 마음을 바꾸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한다.
거짓과 허위로 가득찬 세상을 경멸하지만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청소년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무모한 가출이 안겨준 결과는 페렴이라는 병에 걸려 병원에서 글을 쓰는 일 뿐. 난 홀든을 만나면 쓰담쓰담 해주고 싶다. 어린 아이를 좋아하는 그 순수한 마음이 예쁘다.

#호밀밭의파수꾼 #catcherintherye #요즘책방 #jd샐린저
#제롬데이비드샐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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