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험 나만 해봤니?
신은영 지음 / 이노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저자는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는 동화작가이다. 책은 본인의 유년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유쾌하고 재미지게 엮은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들이 있을 것이다. 책은 작가의 그 인상 깊었던 일들에 관한 단편적인 모음집이다.

작가의 경험담 속에서 정말 이런 캐릭터의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괴팍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왜 그녀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건지 읽으면서도 "헐~ 이거 실화임?" 혀를 차게 만드는 안티깝고 화나는 경험담.

작가는 대학생 때 본인이 졸업한 모교에서 교생 실습을 하게 되는데 교생실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담당 윤리선생이 갑자기 출장을 간 바람에 얼떨결에 며칠동안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아이들은 적극적이고 열띤 토론을 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하면서 수업에 재밌게 참여한다. 하지만 출장을 다녀온 윤리 선생은 아직 자기 생각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왜 쓸데없이 토론을 시켰냐며 비난했고 그녀가 뭐라고 반박하려 하자 교생 주제에 말이 많다고 작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교생실습은 통상적으로 에이플러스를 받는 과목인데 결국 작가 혼자만 에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되고 교사라는 직업이 자기의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너무 부조리하고 억울한 일이 아닌가?

이 밖에 또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에피소드 하나. 작가는 공부방에서 일할 당시에 동료 선생님 한 명이랑 아이들 90명을 상대하며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개처럼 일했는데 결국공부방 원장의 몹쓸 갑질로 도망치듯 공부방을 그만두게 되는 일도 있다.
정말 읽기만 해도 짜증나는데 이것을 경험한 작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러한 일들은 20대때 사회 초년생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한 분야에서 경험이 많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기들보다 약한 상대를 괴롭히거나 갑질을 하는 사람들. 정말이지 싫다.

이런 우울한 이야기들이 있는 반면에 작가가 어린 시절, 엄마랑 언니들이랑 소소하게 겪었던 통쾌하고 웃음이 키득키득 나오는 잔잔한 경험담도 많다.

어떨때는 말 한마디 못하고 물러서는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어떨때는 당당하고 할 말 다하면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 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경험담이 1인칭 화자시점으로 써 있는데 <그 여자 그 남자>라는 에피소드만 갑자기 3인칭 화자시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이야기는 작가의 필리핀 유학시절, 지금의 남편을 만난 하숙집에서 만난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이다.

작가의 마음 속 묵혀둔 이야기들과 짧지만 강렬한 경험담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경험도 돌아보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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