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단호한 행복 -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간결한 철학 연습
마시모 피글리우치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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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휘둘리기 쉬운 불확실한 사회 속에서 나를 지키는 실전 철학서를 만났다. 철학을 몰라도 읽을 수 있는 53가지 마음 훈련이 담긴 책이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이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평정심은 온데간데 없고 짜증과 분노가 치솟는다.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떠한 일에도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까.

우리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즉,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기대를 품거나 갈구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짜증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를 생각해 본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나는 그동안 얼마나 집착하고 나 자신을 볶고, 애태웠던 것일까.

통제하지 못하는 것 중에 가장 으뜸은 사람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내 마음도 왔다 갔다 하면서 타인을 설득하고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훈련하지 않으면 망각하게 되고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겠지.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은 판단, 의견, 목표, 가치관, 그리고 결심이다. 보이지 않는 이러한 무형의 것들은 인간의 의지와 결부되고 의지는 자유롭다.

한마디로 뜻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은 인간의 이성뿐.

우주는 우리에게 빚진 것이 없어서 우리의 사정을 고려하며 일을 하지 않는다니... 이건 간절한 진심으로 빌기만 하면 생각이 현실로 된다는 책 <시크릿>의 끌어당김 법칙과 결을 달리하는 문장인데, 이것은 논리적인 사고가 아니며 우주의 실제 작동 원리를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한때 시크릿 열풍이 엄청났던 게 생각난다. 주변에 시크릿 책을 안 읽은 사람이 없었고 성공하기 위해, 부자가 되고 싶어서 책을 읽은 사람도 여럿 있었다. 타인을 질투하지 말고 스스로가 가진 것에 집중하라는 맥락에서는 상통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어쩌면 끌어당김의 법칙 또한 인간에게는 하나의 기대이자 욕망이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그런 쪽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앵케이리디온>을 21세기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다. <엥케이리디온>은 중세 시대에 수도사의 영혼 수련 지침서로 유명했다고 한다. 에픽테토스라는 철학자가 좀 생소해서 검색해봤는데 그는 스토아학파의 창시자였고 철학 관련 저서도 꽤 있었다.

책 뒷면에는 저자가 언급했던 스토아주의에 관한 참고문헌 목록이 나와 있다. 스토아 철학에 대해 폭넓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할 것 같다.

인간의 관심과 욕구를 내면으로 현명하게 돌리는 법에 대해, 삶의 주도권을 지킬 수 있는 법에 대해 다루는 책이다 보니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한 것. 내가 그동안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사실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손에 달린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불확실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가장단호한행복 #생존철학 #철학 #다른 #다른출판사 #마시모피글리우치 #에픽테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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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의 고백
김승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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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아주 솔직하고 진솔하게 담고 있는 에세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을 마치 고백하듯이 의식의 흐름대로 썼는데 나는 이런 글이 인간적이라서 더 좋다. 장황하거나 꾸미지 않은 담백한 글.
본인의 냉엄한 현실을 잘 알고 있고 변하기 쉽지 않은 것도, 극복하는 법도 알 수 없지만 그 속에서도 멋진 유머가 빛을 발하는 글. 그래서 더 짠해지는 글.

애증 하는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자신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는 본인과 성향이 비슷한 남동생.
작가는 대한민국 평범한 4인 가족의 장남이다.
장남으로서 어느 것 하나 떳떳하게 내세울 것이 없어 집에서 세입자라는 마인드로 눈치를 보며 살고,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에디터라는 나름 그럴싸한 직업을 가진 것처럼 살고 있는, 명절에 친척 모임을 꺼리는 어쩌다 보니 낮아진 자존감으로 살고 있는 캐릭터이다.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기 전까진 말이다.

작가는 말하기 힘든 자신의 고민과 치부를 밝힌다. 한겨울에도 패딩을 잘 입지 않는 작가.
어렸을 적에 뚱뚱하다고 놀림을 당한 콤플렉스 때문인지 뚱뚱한 것에 예민하고 패딩이 맵시 있게 잘 어울리기를 희망한다.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이들은 늘 내게 살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살이 마음보다 먼저 보이는 건 슬픈 일이다."p.71

어렸을 적에 백일장에 나가 상도 받았고 글을 짓고 시를 짓는 것을 좋아했지만, 일기장에 일기 대신 시를 썼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일기 쓰기 싫어서 시를 썼다는 말을 듣고 그 이후로 시를 멀리한 이야기는 어린 마음에 큰 상처가 됐을 법 하다. 이 밖에도 작가는 지인이나 대학 동기로부터 크고 작게 받은 상처가 많다.

​자신이 받은 상처와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을 보면서 작가는 꽤나 섬세하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너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니, 나는 이랬는데 말이야,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조근조근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살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남 얘기 같지 않다.

중요한 건, 글이 꽤 재미있다. 심각한 에피소드인데 남 얘기 하듯이 툭툭 던지는 글이면서도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밝히기 힘들거나 들키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본인의 약한 부분을 공감받고 싶은 마음이 전해져서 짠하기도 하다. 이런 작가의 글에 나도 사회 초년생에 겪었던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 떠오르기도 하고 쉽지 않았던 직장 생활이 생각나서 씁쓸하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대놓고 썼다거나 오글거리는 글은 1도 없지만 책을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가족을 참 많이 사랑한다는 걸 느낀다. 숨길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묻어난다. 작가는 지금은 비만에서 멀어졌고 다시 프리랜서에서 직장인으로 돌아갔다. 예전에 직장 생활에서 받았던 상처는 툭툭 털어내고 속상한 일들은 또 글을 쓰면서 풀어내기를, 이쁜 연애를 하기를, 무엇보다 회사 생활을 잘 해내기를 응원한다.

#나만이러고사는건아니겠지 #김승 #에세이 #공감에세이 #힐링에세이 #꿈꾸는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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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혼자서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아직 아무것도 늦지 않았으니까
안상현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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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런 책은 낮보다는 밤에 술술 읽힌다. 감성적인 글은 낮보다는 감성이 극에 달하는 짙은 밤, 또는 새벽에 읽어줘야 제맛이니까. 그래야만 책 속에 흐르고 있는 글들이 흘러넘치는 내 마이너 감성과 어우러져 뭔가 더 마음에 자극이 될 것 같다.

책은 감성 에세이 특유의 사랑과 이별, 마음 극복, 행복 등에 관해 작가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글로 표현되어 있다. 글이 갖는 힘은 대단하다. 작가가 내 마음을 어찌 알고 이렇게 썼지? 눈물이 핑 도는 구절이 있는가 하면 그 문장에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받기도 한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는 틀에 박힌 말. 시커먼 새벽이 지나고 동이 트면, 그런 무수한 밤과 낮을 견디어 내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괜찮아질 수 있는 것일까.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라 내 안에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이 나를 지탱하고 버티게 한 것일 수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이 당장은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 싶다.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다.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으니, 좋은 기억은 간직하고 나쁜 기억은 빨리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은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해야 후회가 없겠지.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날이 오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여행은 고사하고 일상생활이 어그러지고 엉망진창이 되었는데. 역시 삶은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나 보다.

기대와 설렘이 큰 만큼 나중에 실망도 더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초연한 마음을 품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날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언젠가 날 울릴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이제는 헛된 희망이나 꿈을 꾸는 일조차 멀리하려 한다. 상처받지 않고, 다시는 실망하고 싶지 않은 방어 기제.

"정말로 조심해야 할 건 자신의 우울을 이용하는 사람이야. 그걸 무기 삼아 상처 주고, 자신의 우울을 전염시키는 사람.
굳이 괜찮았던 것까지 끝내 안 좋게 단정 짓는 사람 말이야."
p.91

어떤 성격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밝은 성격을 언급한다. 이상형에 대해서도, 회사 면접을 치를 때도 우리는 하나같이 밝은 사람을 선호한다. 밝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항상 웃고 있는 사람? 인간은 언제나 밝을 수도, 우울할 수도 없는데도. 세상은 우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어둡고 우울한 사람에게는 거리를 두려 한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나쁜 것일까.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건 잘못이 아니다. 우울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고 숨기거나 자책할 일이 아니다. 괜찮지 않은데 애써 괜찮다고 말하고, 애써 웃고, 애써 행복하다고 말하고.

자신의 감정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것은 슬픈 일이다.
감정은 전염되기 때문에 우리는 우울하고 어두운 사람을 멀리하려는 걸까. 조금이라도 행복이라는 감정에 다가가고 싶어서 말이다.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아. 소란한 삶에 더 짙은 행복이
비칠 거라는 거, 그게 진정한 행복일 테고
참된 성취감일 거라고. 그러니 네 세상을 우울해 마.
네가 이상한 게 아니고,그래도 괜찮아."p.124


중요한 것은 우울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안 된다는 것. 잠시 스쳐가는 감정으로 우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충분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우울과 무기력함에 자신을 내어주지 않도록 오늘도 마음을 다스린다.
그저 묵묵히 인생을 살아내고,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어 낸다면 굳이 행복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잘 살고 있는 거니까.

#네가혼자서울지않았으면좋겠다 #비에이블 #공감 #치유 #안상현 #감성에세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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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
정재혁 지음 / 파람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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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언택트 시대가 지속되고 집콕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혼자라는 단어는 더 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함께, 더불어, 같이라는 단어가 생경하게 들리고 홈트, 홈 카페등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가 급부상하는 시대이다. 그야말로 집에서 모든 걸 자급자족하는 고독하고 외로운 시대.

저자는 코로나가 드리운 시대에 집과 동네, 주변 사람들을 통한 본인의 생활 반경 안에서 하루의 일상을 사색, 혹은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런 시간을 통해 가장 본인 다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고독을 기꺼이 즐기며 마주한다. 글은 호흡이 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급할 것 하나 없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저자는 동네에서, 엘리베이터에서 가끔씩 마주치는 사람들을 통해 불현듯 자신에게서 멀어진 사람들을 떠올린다. 한때는 가까웠지만 싸운 것도 아닌데 어쩌다 멀어져 버린, 미완으로 남아버린 사람들에 대해.

"내게 인연의 총량은 몇 킬로그램일까. 아니 몇 그램일까. 친구, 혹은 그와 비슷한 사람들은 내게도 수없이 스쳐갔고, 그리고 멀어졌다. 지금 난 거의 대부분의 날을 혼자서 보내고 있는데 인연의 자리는 체중처럼 불었다 줄었다 하는 걸까."p.128

내 취미가 독서라 다행이다. 독서는 책만 있으면 집에서 언제든 혼자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취미 생활이자 방구석과 외부 세계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 책에도 시간이 흐른다는 저자의 말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 책장에 틀어박혀 나를 기다리는 책, 여운이 깊어 두 번 세 번 닳도록 읽은 책. 사람들끼리 시절 인연이란 것들이 있듯이 책과 나도 그럼 만남과 어긋남이라는 있다는 것에 대해. 역시 모든 것은 타이밍인가.

저자는 <씨네 21>과 같은 영화 전문지와 여행지나 패션지 등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하는데 그런 곳들에 게재되었던 각종 칼럼들이 책 곳곳에 실려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전염병과 이례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시상황과 유사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작가는 어느 잡지의 편집장이 "지금이 오래전 전시 때와 유사하다."라는 쓴 문장을 읽고 조금 충격적인 말이라고 했다.

집밖에 나가지 않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타인을 믿지 못하고, 집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는 좀비 영화에서나 볼법한 액션을 취하고 서서히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저자는 도쿄에서 통신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통번역이나 리포터 등의 경력이 있는 일본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다. 책 곳곳에서 일본의 문학과 애니메이션, 영화 등이 거론되기도 하고 저자가 살았던 일본 거리나 동네, 카페 등에 대한 그리움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나 역시 일본 유학 경험이 있고, 지금 저자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작가가 동네 이야기를 할 때마다 격하게 공감하기도 했고 일본이 그립기도 하다.
아직도 혼자인것에 완전히 익숙해졌다고 할 수는 없다. 혼자, 혹은 가족 단위로밖에 활동 할 수 없는 시대에 나와 타인의 거리라든가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때로는혼자라는즐거움 #정재혁 #파람북 #혼자 #에세이 #집콕생활 #자발적비대면집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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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엔딩은 없다 - 인생의 삑사리를 블랙코미디로 바꾸기
강이슬 지음 / 웨일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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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읽어버릴까 봐 아껴 읽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느낌 같은 것이 온다. 이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순식간에 읽겠구나. 아, 이 책은 지루해서 속도가 나지 않겠구나.

이 책은 쫄깃쫄깃하게 재밌다. 읽다 보면 유쾌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심지어 작가는 진지하고, 무겁고 암울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결코 억지스러운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읽다가 현웃이 터진 적은 실로 오랜만이다.

요즘은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웃을 일도 없고 안 좋은 뉴스만 가득해서 나 자신도 모르게 해피보다는 새드라는 감정에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있는듯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재밌는 글이 그리웠나보다.

방송작가의 글이라서 그런가.
<SNL코리아, 인생술집, 놀라운 토요일>등 방송작가 일을 하고 있는 그녀의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나 나까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받은 느낌이랄까.

작가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엿보며 나도 초등학생 땐 저랬었는데.. 마지막 이십 대 후반을 슬퍼하며 서른 살을 맞이하는 걸 거부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나도 저 때는 그랬었지 하며 격하게 공감했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작가가 친구와 가족에게 느꼈던 감정들이 내가 느꼈던 감정과 닮아 있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고 짠해졌다. 하지만 짠 내 나는 에피소드도 결국은 블랙 코미디로 승화 시키는 작가의 능력 때문에 결코 슬프지 않다.

작가 본인도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지만 그녀의 주변 인물들도 보통 사람은 아닌듯하다. 작가 주변에서 쿵짝을 맞춰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런 글이 탄생하지 못했겠지. 주변 인물들과 작가의 케미가 잘 어우러져 맛있게 잘 비벼진 비빔밥 같은 글이 탄생한 것 같다.

초딩 때 학교에서 단짝과 손 꼭 붙잡고 화장실을 가거나, 여고생 때 바바리맨에 얽힌 에피소드, 자취하면서 몇 년 만에 바꾼 수건 하나로 행복감을 느낀 그녀의 글들을 읽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고 있다.

<죽음의 반대편으로 달리는 사람들>이라는 챕터는, 작가의 간호사 친구가 병원에서 매일같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담담히 뱉어 내는 말 속에서 작가가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내용이다.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알 수 없는 보폭으로 찾아오고 있을 죽음을 그래도 이왕이면 지금과 아주아주 먼 곳에서 마주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만약 가까운 시일 내에 죽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멋진 인사 한마디 못 남기고 떠밀리듯 죽기는 싫다고 생각했다."p.164

작가는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물들을 향한 애정이 책 속에서 절절히 느껴졌다. 작가의 멘탈이 갑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상황이 닥치든 그것을 유머러스하고 노련하게 극복하고자하는 마음. 마치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처럼 해학의 미가 돋보이는 작가의 글이 너무 좋다. 그녀 앞에 찬란히 펼쳐질 멋진 30대의 나날들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새드엔딩은없다 #웨일북 #에세이 #강이슬 #whale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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