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의 고백
김승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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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아주 솔직하고 진솔하게 담고 있는 에세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을 마치 고백하듯이 의식의 흐름대로 썼는데 나는 이런 글이 인간적이라서 더 좋다. 장황하거나 꾸미지 않은 담백한 글.
본인의 냉엄한 현실을 잘 알고 있고 변하기 쉽지 않은 것도, 극복하는 법도 알 수 없지만 그 속에서도 멋진 유머가 빛을 발하는 글. 그래서 더 짠해지는 글.

애증 하는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자신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는 본인과 성향이 비슷한 남동생.
작가는 대한민국 평범한 4인 가족의 장남이다.
장남으로서 어느 것 하나 떳떳하게 내세울 것이 없어 집에서 세입자라는 마인드로 눈치를 보며 살고,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에디터라는 나름 그럴싸한 직업을 가진 것처럼 살고 있는, 명절에 친척 모임을 꺼리는 어쩌다 보니 낮아진 자존감으로 살고 있는 캐릭터이다.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기 전까진 말이다.

작가는 말하기 힘든 자신의 고민과 치부를 밝힌다. 한겨울에도 패딩을 잘 입지 않는 작가.
어렸을 적에 뚱뚱하다고 놀림을 당한 콤플렉스 때문인지 뚱뚱한 것에 예민하고 패딩이 맵시 있게 잘 어울리기를 희망한다.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이들은 늘 내게 살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살이 마음보다 먼저 보이는 건 슬픈 일이다."p.71

어렸을 적에 백일장에 나가 상도 받았고 글을 짓고 시를 짓는 것을 좋아했지만, 일기장에 일기 대신 시를 썼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일기 쓰기 싫어서 시를 썼다는 말을 듣고 그 이후로 시를 멀리한 이야기는 어린 마음에 큰 상처가 됐을 법 하다. 이 밖에도 작가는 지인이나 대학 동기로부터 크고 작게 받은 상처가 많다.

​자신이 받은 상처와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을 보면서 작가는 꽤나 섬세하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너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니, 나는 이랬는데 말이야,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조근조근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살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남 얘기 같지 않다.

중요한 건, 글이 꽤 재미있다. 심각한 에피소드인데 남 얘기 하듯이 툭툭 던지는 글이면서도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밝히기 힘들거나 들키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본인의 약한 부분을 공감받고 싶은 마음이 전해져서 짠하기도 하다. 이런 작가의 글에 나도 사회 초년생에 겪었던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 떠오르기도 하고 쉽지 않았던 직장 생활이 생각나서 씁쓸하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대놓고 썼다거나 오글거리는 글은 1도 없지만 책을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가족을 참 많이 사랑한다는 걸 느낀다. 숨길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묻어난다. 작가는 지금은 비만에서 멀어졌고 다시 프리랜서에서 직장인으로 돌아갔다. 예전에 직장 생활에서 받았던 상처는 툭툭 털어내고 속상한 일들은 또 글을 쓰면서 풀어내기를, 이쁜 연애를 하기를, 무엇보다 회사 생활을 잘 해내기를 응원한다.

#나만이러고사는건아니겠지 #김승 #에세이 #공감에세이 #힐링에세이 #꿈꾸는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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