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엔딩은 없다 - 인생의 삑사리를 블랙코미디로 바꾸기
강이슬 지음 / 웨일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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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읽어버릴까 봐 아껴 읽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느낌 같은 것이 온다. 이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순식간에 읽겠구나. 아, 이 책은 지루해서 속도가 나지 않겠구나.

이 책은 쫄깃쫄깃하게 재밌다. 읽다 보면 유쾌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심지어 작가는 진지하고, 무겁고 암울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결코 억지스러운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읽다가 현웃이 터진 적은 실로 오랜만이다.

요즘은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웃을 일도 없고 안 좋은 뉴스만 가득해서 나 자신도 모르게 해피보다는 새드라는 감정에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있는듯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재밌는 글이 그리웠나보다.

방송작가의 글이라서 그런가.
<SNL코리아, 인생술집, 놀라운 토요일>등 방송작가 일을 하고 있는 그녀의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나 나까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받은 느낌이랄까.

작가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엿보며 나도 초등학생 땐 저랬었는데.. 마지막 이십 대 후반을 슬퍼하며 서른 살을 맞이하는 걸 거부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나도 저 때는 그랬었지 하며 격하게 공감했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작가가 친구와 가족에게 느꼈던 감정들이 내가 느꼈던 감정과 닮아 있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고 짠해졌다. 하지만 짠 내 나는 에피소드도 결국은 블랙 코미디로 승화 시키는 작가의 능력 때문에 결코 슬프지 않다.

작가 본인도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지만 그녀의 주변 인물들도 보통 사람은 아닌듯하다. 작가 주변에서 쿵짝을 맞춰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런 글이 탄생하지 못했겠지. 주변 인물들과 작가의 케미가 잘 어우러져 맛있게 잘 비벼진 비빔밥 같은 글이 탄생한 것 같다.

초딩 때 학교에서 단짝과 손 꼭 붙잡고 화장실을 가거나, 여고생 때 바바리맨에 얽힌 에피소드, 자취하면서 몇 년 만에 바꾼 수건 하나로 행복감을 느낀 그녀의 글들을 읽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고 있다.

<죽음의 반대편으로 달리는 사람들>이라는 챕터는, 작가의 간호사 친구가 병원에서 매일같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담담히 뱉어 내는 말 속에서 작가가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내용이다.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알 수 없는 보폭으로 찾아오고 있을 죽음을 그래도 이왕이면 지금과 아주아주 먼 곳에서 마주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만약 가까운 시일 내에 죽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멋진 인사 한마디 못 남기고 떠밀리듯 죽기는 싫다고 생각했다."p.164

작가는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물들을 향한 애정이 책 속에서 절절히 느껴졌다. 작가의 멘탈이 갑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상황이 닥치든 그것을 유머러스하고 노련하게 극복하고자하는 마음. 마치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처럼 해학의 미가 돋보이는 작가의 글이 너무 좋다. 그녀 앞에 찬란히 펼쳐질 멋진 30대의 나날들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새드엔딩은없다 #웨일북 #에세이 #강이슬 #whale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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