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
정재혁 지음 / 파람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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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언택트 시대가 지속되고 집콕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혼자라는 단어는 더 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함께, 더불어, 같이라는 단어가 생경하게 들리고 홈트, 홈 카페등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가 급부상하는 시대이다. 그야말로 집에서 모든 걸 자급자족하는 고독하고 외로운 시대.

저자는 코로나가 드리운 시대에 집과 동네, 주변 사람들을 통한 본인의 생활 반경 안에서 하루의 일상을 사색, 혹은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런 시간을 통해 가장 본인 다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고독을 기꺼이 즐기며 마주한다. 글은 호흡이 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급할 것 하나 없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저자는 동네에서, 엘리베이터에서 가끔씩 마주치는 사람들을 통해 불현듯 자신에게서 멀어진 사람들을 떠올린다. 한때는 가까웠지만 싸운 것도 아닌데 어쩌다 멀어져 버린, 미완으로 남아버린 사람들에 대해.

"내게 인연의 총량은 몇 킬로그램일까. 아니 몇 그램일까. 친구, 혹은 그와 비슷한 사람들은 내게도 수없이 스쳐갔고, 그리고 멀어졌다. 지금 난 거의 대부분의 날을 혼자서 보내고 있는데 인연의 자리는 체중처럼 불었다 줄었다 하는 걸까."p.128

내 취미가 독서라 다행이다. 독서는 책만 있으면 집에서 언제든 혼자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취미 생활이자 방구석과 외부 세계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 책에도 시간이 흐른다는 저자의 말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 책장에 틀어박혀 나를 기다리는 책, 여운이 깊어 두 번 세 번 닳도록 읽은 책. 사람들끼리 시절 인연이란 것들이 있듯이 책과 나도 그럼 만남과 어긋남이라는 있다는 것에 대해. 역시 모든 것은 타이밍인가.

저자는 <씨네 21>과 같은 영화 전문지와 여행지나 패션지 등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하는데 그런 곳들에 게재되었던 각종 칼럼들이 책 곳곳에 실려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전염병과 이례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시상황과 유사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작가는 어느 잡지의 편집장이 "지금이 오래전 전시 때와 유사하다."라는 쓴 문장을 읽고 조금 충격적인 말이라고 했다.

집밖에 나가지 않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타인을 믿지 못하고, 집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는 좀비 영화에서나 볼법한 액션을 취하고 서서히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저자는 도쿄에서 통신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통번역이나 리포터 등의 경력이 있는 일본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다. 책 곳곳에서 일본의 문학과 애니메이션, 영화 등이 거론되기도 하고 저자가 살았던 일본 거리나 동네, 카페 등에 대한 그리움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나 역시 일본 유학 경험이 있고, 지금 저자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작가가 동네 이야기를 할 때마다 격하게 공감하기도 했고 일본이 그립기도 하다.
아직도 혼자인것에 완전히 익숙해졌다고 할 수는 없다. 혼자, 혹은 가족 단위로밖에 활동 할 수 없는 시대에 나와 타인의 거리라든가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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