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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1년 4월
평점 :
P.6 "과거는 한 가지 판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그냥 우리가 바꿀 수 없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의 매력은 살아온 이야기의 판을 개작, 고쳐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 이 문장을 읽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과거의 내 선택이 현재의 결과이고 미래에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의 판을 바꾸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정신분석은 살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판을 바꾸도록 돕는 학문이자 기술이다. 저자는 이미 일어난 사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를 읽는 관점은 새롭게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정신 분석을 받는 사람은 분석가와 함께 자신의 과거를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현재를 보다 자유롭게 살고 미래를 꿈꿀 수 있으며 과거, 현재, 미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말한다. 분석가들은 상담자의 과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들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판단하고 마음의 심층에 자리 잡은 병증을 파헤치고 무의식을 연구한다.
책은 인생의 판을 바꾸는 8개의 무의식에 대해 다루고 있다. 상실감, 환상, 자기애, 정체성, 초자아, 열등감, 공격성, 고독감. 이렇게 총 8개의 무의식은 우리 마음속 아주 어둡고 깊은 곳에 자리하여 쉽게 표출되지 않는다.
P.242 "열등감은 무조건 나쁠까요?열등감의 힘이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아들러도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혜택을 자신이 직접 누렸습니다.
나는 특히 열등감 챕터를 흥미롭게 읽었다. 읽다 보면 정신분석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프로이트가 자주 언급된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프로이트와 아들러, 융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아들러는 결국 프로이트와 너무 다른 이론과 사상으로 그와 다른 길을 걷게 되지만 그가 느꼈을 열등감을 생각해 보니 안쓰럽기도 하다. 프로이트가 과거와 무의식, 개인에 관심을 두었다면 아들러는 현재와 의식, 사회에 관심을 두었던 것이다. 아들러는 자기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개인심리학이라는 명칭 아래 관련 학회와 학술지를 만들었다. 프로이트와 대립하면서 열등감을 우월감으로 승화시킨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300"외로움을 고독감으로 바꾸려면 외로움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의미를 알면 관점을 바꿀 수 있습니다. 외로움은 부정적 혼돈이고 고독감은 긍정적 몰입입니다."
외로움과 고독감이라는 단어는 언뜻 비슷한 뜻인 것 같아도 분명히 다르다. 전자우편, sns, 화상회의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네 사람 중 한 사람은 장기간 외로움에 빠져 있다고 한다. 언택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히키코모리는 증가하고 있고 외로움을 벗어나려 소속감을 느끼고자 모임을 가져 보지만 인간관계에서 상처만 받고 더 깊은 외로움을 느낄 뿐이다. 반면에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대신에 고독감을 느낀다. 저자는 외로움은 남과 관계가 끊어진 상태이고 고독감은 나와 내가 관계를 맺은 상태라고 말한다. 우선은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사람들과의 소통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 내 안의 우주를 느끼며 무의식과 내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인간이 한 인간을 대상으로 그 안에 숨겨진 무의식을 읽어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그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를 찾아간다. 책은 분석가와 상담자 간에 소통하는 노하우가 간간이 실려 있기 때문에 혹시 정신의학이나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할 듯싶다. 누구나 마음속에 어두운 면이 있을 것이다. 이 어두운 면을 당장 밝은 면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과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삶을 꿈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희망적인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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