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내공 - 일보다 사람이 힘든 당신에게 필요한 힘
유세미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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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19 이후,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부쩍 자주 생각하게 된다.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좀처럼 모임이나 오프라인 모임이 없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물리적 거리도 중요하겠지만 마음속에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짓고 얼마만큼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일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어떤 식이로든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P.95 인간관계에 지나친 에너지는 독이 된다.

나 역시 한때는 인간이 정말 징글징글 할 때가 있었다. 고된 직장 생활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물론 배운 점도 많았지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을 훨씬 많이 만났다. 이 책이 더 빨리 나왔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를 어떻게 사랑하고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처세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나에게 무례하게 대한 사람에게 나 역시 에너지를 쏟지 않으면 그뿐이었다. 왜 내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는데도 그 관계에 연연해하고 혼자 애태웠는지 모를 일이다.

P.184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나 자신'과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타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나와 잘 지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내가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할 때 행복한지 단박에 대답할 수 있는가? 나를 아끼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타인과의 관계도 매끄러울 수 없다. 타인이 나를 소중히 여기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타인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P.227 좋은 거절은 타인에게 맞춰진 초점을 내게로 옮겨오는 일이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거절하는 일이 가장 힘든 것 같다. 특히 친한 사람일수록 더욱더. 친한 사람일수록 기대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가 거절을 당하는 것은 낫다.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 어떻게 거절을 해야 할지 이런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다. 책에는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어떻게 거절을 해야 하는지 센스 있고 나이스하게 거절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데 나도 이제 이 방법을 써야겠다.

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냐는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 아닌 모든 타인은 내 마음과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상대와 과연 얼마큼 거리를 두어야 할지 애매하고 어렵다. 내가 이만큼 내 마음을 오픈했을 때 상대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인간관계는 정말 중요한 걸 알기에 잘 다져나가고 싶지만 나에게 해를 끼치는 관계이거나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 관계라면 미련을 갖지 말고 내려놓도록 하자. 내가 이런 행동과 말을 했을 때 상대가 부담스러워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반성하기도 했다.
인간관계는 살면서 평생 신경 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잘하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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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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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데바라는 용어를 몰랐다. 책 제목인 카데바는 의학 교육 및 연구 목적의 해부용 시체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로, 원래는 시체라는 뜻이라고 한다. 책은 총 열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는데 공포, 미스터리 소설 장르이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기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억지로 무서움을 짜낸 이야기가 아닌 괴이한 기담 말이다.


작가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이스안이라는 작가는 소설, 에세이, 여행, 사진에 관해 다양한 글을 쓰지만 공포영화 마니아이기도 하다. 미스터리, 심령현상, 삶과 죽음, 꿈에 관한 상상을 하다가 이 소설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단편 중에는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실화가 담겨있기도 하고 작가의 상상에서 시작해 창작한 이야기들이 있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이스안 작가는 정말 호기심도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생각이 든다. 열 가지 단편 중에 재밌게 읽었던 세 가지 작품에 대해 언급하기로 한다.


"포식"
챕터 제목을 고양이의 저주 혹은 고양이의 복수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어렸을 적에 동네 친구들과 길고양이를 불로 태워 죽인 이후에 남자는 트라우마가 생긴다. 30년이 지났지만 꿈에 고양이가 불에 타는 꿈을 수백 번 꾸고, 길을 가다가도 고양이랑 마주치면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남자는 아내의 임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와중에 남자는 홧김에 집 근처 화단에서 또 새끼 고양이를 살생하게 된다. 어미 고양이는 원망과 분노의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본다. 그리고 얼마 후에 아내는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갖게 된다. 남자는 고양이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작가는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의 사체를 먹는 영상을 본 후 이 스토리를 썼다고 한다.


"연애상담"
첨부터 끝까지 연애 게시판에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어서 더 리얼하게 느껴졌다. 어떤 여자가 자기의 연애가 진행되는 상황을 시시각각 게시판에 올린다. 여자는 남친과의 데이트, 남친이 잠적한 이야기, 남친이 섭섭하게 했던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온라인상에 남기고 네티즌들의 반응과 댓글에 위로를 얻으며 자신의 연애사를 계속 생중계한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헤어지기로 한 날, 여자는 남자를 집에 초대해 마지막으로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과연 이 여자의 연애는 끝까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버릇"
어렸을 적부터 구석에 무언가를 숨겨두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여자아이. 심지어 햄스터의 사체까지 장롱 속에 숨겨두는데 방에 이상한 냄새가 나자 부모님 몰래 햄스터 사체를 마지못해 내다 버린다. 햄스터를 굶어 죽였다는 걸 알면 부모님께 혼날까 봐서. 평소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결국 엄마는 집을 나가버리고 여자아이는 외할머니와 아빠와 지내며 어느덧 중학생이 된다. 그때까지도 여자아이는 쓸모없는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서랍에 쟁여두는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어느 날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자던 여자아이는 꿈을 꾸게 된다. 별안간 엄마가 나타나서 찾고 싶은 게 있다며 간곡하게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꿈이었는데 과연 엄마는 무엇을 찾아달라는 것일까?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공포가 있지만 그중에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상상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인간의 상상 속에서 만든 공포감은 더 크게 다가오니 말이다.

사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단편의 결말들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 결말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심장이 쫄깃해진다. 이 맛에 공포소설을 읽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열 편의 단편들이 무섭다기보다는 슬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공포는 어쩌면 인간의 욕심과 추악함이 만들어내는, 마음속 불안감에서 오는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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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버릇의 힘 - 1日 1言 긍정의 말이 불러온 기적 같은 변화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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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입에 달고 살던 말버릇들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이를 수 있다면? 나는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부정적인 말들을 달고 사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면 그들의 생각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뭐, 주변 사람들을 볼 것도 없이 나 자신조차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긍정적이고 좋은 말들이 나올 리가 없다.

책은 일본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저자가 오랫동안 집필한 연구를 토대로 말버릇이 갖는 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기서의 말버릇은 꼭 상대방과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거나 담아두는 말도 해당된다. 말버릇은 습관과도 같기 때문에 애초에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책에는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품고 나쁜 감정을 날려 버릴 수 있는지에 대해 소소하게 언급하고 있다.

말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내가 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주변 사람들까지 감정이 전염되기 때문에 꼭 진심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용기를 얻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는 긍정적인 말을 건네도록 해야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옛 속담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는 것을 살면서 뼈저리게 느낀다.

내가 싫어하는 상대가 있다면 생각을 전환하여 상대의 장점만을 생각하고 긍정적인 착각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는 일보다 결점을 찾아내는 일에 더 능숙하다고 한다. 모든 일은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험담을 하면 결국 돌고 돌아, 언제가는 나에게로 돌아온다. 상대방이 없는 자리에서도 상대방이 있을 때처럼 말할 수 있어야 험담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험담은 결국 자신의 부족함만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니 후회하지 말고 신중하게 말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매일 긍정적인 일기를 쓰는 것, 열심히 일한 나를 위해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명품을 사서 나를 위한 선물을 사서 자기애를 높이는 것, 활기찬 하루를 만드는 의욕의 말버릇 등등 책에는 긍정적인 생각이 뻗어 나올 수 있게 하는 소소한 팁이 많다. 출근하기 싫은 슬픈 월요일,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인사에 굿모닝이라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전환해보면 어김없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있다는 것 등등 감사하게 생각할 부분이 많다는 것에 놀랍다. 책을 읽고 나의 말투와 습관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참 좋았고 말이 가지고 있는 힘이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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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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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편의 고전 문학 속 주인공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짐과 동시에 인문학적으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어렸을 적에는 고전 문학이 그렇게 읽기 싫더니 나는 요즘 부쩍 고전 문학이 재밌다.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간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배우는 것도 많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행동반경이나 생각하는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인간이라는 대상 자체가 결국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인생 뭐 별거 없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삶을 무겁게 살고 싶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가볍게 느끼고 싶을 때는 고전 문학을 찾는다.


작가가 선정한 28편의 문학 속에는 이미 내가 잘 알고 있는 작품도 있었고 생소한 작품도 있었는데 작가가 요약한 줄거리 혹은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는 사실에 내가 너무 책을 띄엄띄엄 읽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령 어린 왕자를 예로 들면, 가장 유명한 대사인 '네가 네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같은 대사에만 집중하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같이 놀자고 했을 때 자신은 길들여지지 않았으니 함께 놀 수 없다고 여우는 말한다. 여우는 길들여진다는 의미를 어린 왕자에게 말해주고 어린 왕자는 장미꽃과의 관계를 다시 상기하게 된다.

어린 왕자가 장미 한 송이에 쏟은 시간과 열정. 그리고 서로에게 길들여져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리하여 결론은, 진정한 사랑이란 장애물을 지속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내용의 책을 읽더라도 어떤 글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생각의 범위와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지상의 양식이라는 책에서는 행복에 이르는 네 가지 길을 알려준다. 그중 네 번째 방법이 이성보다는 욕망에 충실하라였는데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욕망에 충실하라니...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욕망이란 삶에 대한 의욕이며 의지이고 충동이라고 말한다. 하긴, 삶에서 욕망이 없다면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 같긴 하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적절한 욕망은 삶의 윤활유가 되어 줄 테니까. 욕망은 욕심과는 다른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것이니까. 걷고 싶은 욕망, 쉬고 싶은 욕망, 잠자고 싶은 욕망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아마 머리가 시키는 삶보다는 마음이 시키는 삶을 살라는 의미일 테다.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 마음이 원하는 것을 따르고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날의 선택을 계속 후회하면서 과거에 집착하는 삶은 얼마나 불행한가.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자꾸 그 때로 돌아간다면 이랬을 텐데 저랬을 텐데 하면서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이런 짓은 그만두어야 한다.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현재에 집중하자.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스톱. 오직 현재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 눈앞에 닥친 상황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조금이라도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만큼 후회할 상황을 덜 만들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계속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정말 와닿는다. 선택의 자유, 그리고 선택에 따르는 책임.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무한히 경험하게 되는 감정들에 충실하며 감사해하고 소소한 것에 행복해지는 일이 많았으면 한다. 진부한 말이겠지만, 행복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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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에이버리 비숍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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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한 짓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적은 있니?"

"누구 하나라도 반드시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면

그건 바로 너야."

"너만 아니었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동서양을 막론하고 십 대들의 학폭은 나날이 정도와 수위가 심각해지는 것 같다. SNS가 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다. 심지어 과거의 행적들이 낱낱이 파헤쳐 지고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하루 아침에 학폭 가해자가 되어 소리 없이 파묻히는 일이 다반사다.



학폭과 왕따를 일삼는 소녀들의 무리, 그녀들의 이름은 하피스다. 우리나라식으로는 칠공주파, 흑장미파가 되려나? 하피스는 '여자의 얼굴을 가진 맹금류'라는 뜻인데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괴물이라고 한다. 하피스의 멤버는 엘리스, 매켄지, 올리비아, 코트니, 데스티니.



소설의 화자 에밀리의 직업은 상담 치료사다. 하지만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상담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에밀리 역시 하피스의 멤버였기 때문이다. 에밀리는 14년 전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치료사가 되었다. 왕따나 폭행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비아의 자살 소식을 엄마에게 전해 듣게 되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피를 흘리는 악몽을 반복적으로 꾸게 된다.



에밀리는 하피스의 멤버들과 연락을 끊고 산지 오래다. 그 흔한 페이스북 계정도 없이 자신의 소식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기를 바라며 그냥 혼자 조용히 살아가가기를 바랐는데 코트니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올리비아의 장례식장에 같이 가서 추모하자고 말이다. 14년이나 흐른 지금, 에밀리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다. 하피스 멤버들을 다시 만난다면 분명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과거의 그 일이 더 떠오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 안가 데스티니의 자살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에밀리와 코트니는 14년 전에 하피스 멤버들이 괴롭힌 그레이스가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에밀리와 코트니는 올리비아와 데스티니가 어떻게 자살까지 이른 것인지 궁금해서 그녀들의 지인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레이스의 행방을 쫓는다.



사실 에밀리는 혼자 남모르게 사설탐정까지 고용하면서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진 그레이스를 찾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탐정이 일부러 그레이스의 행방을 찾고서도 못 찾았다고 거짓말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고, 다시 그 사설탐정을 찾아 그레이스의 행방을 가까스로 알게 된다. 게다가 엘리스까지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 에밀리는 코트니와 엘리스를 데리고 그레이스가 있는 곳까지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들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레이스는 진작 사망했다는 것.



에밀리는 혼란스러워한다. 최근에 가끔씩 길에서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에밀리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에밀리는 자신의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밀리와 코트니는 왜 그렇게까지 그레이스에 집착하며 행방을 알아내려고 한 것일까. 물론 본인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코트니에게는 어린 딸이 있었고 에밀리에게는 사랑하는 엄마가 있었다. 자신들로 인하여 가족들까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오자 그녀들은 목숨을 걸고 더욱더 그레이스에게 집착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수상한 엘리스의 행동으로, 에밀리는 직감적으로 이 모든일에 엘리스가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 가끔씩 궁금해. 혹시라도 너희가 날 따로 불러내서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근데 아무도 사과를 안 했다는 거지. 결국 하피스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진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너희보다 더 나쁜 년이 돼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



책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데,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엘리스의 기억에 의존하여 쓰인다. 그래서 범행을 저질렀을 때의 가해자의 마음도 알 수 있었고 14년 후에 엘리스의 후회하는 심정도 절절히 느껴진다. 하지만 에밀리를 비롯하여 하피스 멤버들을 응원할 수 없었다. 나는 첨부터 그레이스가 멋진 복수를 펼치기를 기대한 독자였으니까. 훗-.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딱 맞나 보다. 결말로만 따지자면 인과응보라는 말이 떠오르긴 하는데 씁쓸한 마음만은 지울 수가 없다. 피해자가 다른 식으로 복수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번 하피스는 영원한 하피스답게 에밀리를 제외하고 성인이 된 하피스 멤버들은 여전히 이기적이고 남 탓만 하는 이기적인 여자들이었다. 그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던 그레이스와 그레이스를 인간 취급하지 않았던 악랄한 5명의 소녀들. 너무 슬프고 잔인한 일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서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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