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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미술 책방 - 삶의 시선을 넓혀주는 첫 미술 교양수업
김유미 지음 / 미디어숲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감각의 연결에 초점을 맞춰 독자가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미술 서적을 만났다. 일반적인 미술 서적들이 시대순 혹은 연대순으로 화가 개인의 생애에 집중하는 강의형이라면, 이 책은 독자가 미술을 어떻게 느끼고 일상으로 가져올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대화형에 가깝다. 그래서 더욱 신박하게 느껴졌고 작가가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들 덕분에 마치 미술 에세이를 접한 기분이다.
미술관의 높은 문턱을 넘어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미술과 연결 지어, 전문 용어를 남발하기보다는 일상적인 언어로 작품을 설명하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고 쉽게 미술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듯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모자리나 그림 하나에도 많은 사연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림의 기법부터 모나리자의 정체, 도난 사건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한 사연들이 숨겨져 있다.
이제 미술은 단순히 독립된 예술 작품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핵심 동력이 된 것 같다. 단순히 스토리가 좋은 것을 넘어 화면 속의 색감, 구도, 소품 하나하나가 작품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술 감독의 역할이 커진 이유이기도 하다.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 등 현대의 핵심 콘텐츠 산업은 모두 미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이나 독창적인 세계관의 비주얼이 갖춰져야만 굿즈, 전시회, 팝업스토어 같은 2차 산업으로의 확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에는 미디어 아트, VR/AR, 가상 현실 전시 등 기술과 미술이 결합하면서 콘텐츠의 경계가 더 넓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 속에 미술이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미술을 아는 것은 이제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즐기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유럽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는다면 나는 웅장한 성당 건물들을 꼽을 것이다. 웅장하고 압도적이며 화려한 건축물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본 기억이 생생하다. 313년 밀라노 칙령 이후, 박해받던 기독교 미술이 어떻게 제국의 중심 예술로 우뚝 섰을까? 기독교가 합법적인 지위를 얻으면서 미술사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수도를 로마에서 비잔티온(콘스탄티노폴리스)으로 옮기며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하 예배당의 상징적 이미지에 머물던 미술이 거대한 돔과 황금빛 모자이크를 통해 그 위엄을 드러낸 것이다. 당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벽화와 모자이크는 하나의 압도적인 시각 콘텐츠였다.
샤갈이 살았던 20세기 초는 전쟁과 격변으로 가득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예술은 어둠에 갇히지 않았다. 그는 삶의 고통 속에서 오히려 사랑의 힘과 기쁨을 화폭에 담아냈고, 인간이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긍정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샤갈에게 그림은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여 팍팍한 현실을 어루만져 주는 치유의 도구였던 것이다. 중세 미술이 신의 권능을 드러내기 위한 엄격한 도구였다면, 샤갈의 미술은 철저히 인간의 내면적 감정과 사랑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대비되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다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책에 실린 그림들이 너무 작다는 것 정도? 좀 크게 보고 싶은 그림들이 있었는데 그림들이 다소 작다. 그래서 일부러 압도적인 실물 크기와 실제 물감의 질감을 느껴볼 수 있는 미술관에 가는 것이겠지. 책을 통해 미술의 철학과 역사를 훑었으니, 나중에 미술관에서 원화를 직접 보게 된다면 훨씬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책 말미에는 미술을 감상하는 법과 함께 우리나라 미술관에 대한 정보, 관람 팁 등이 실려 있어서 미술관 방문 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독서하는 내내 유익하고도 즐거운 시간을 가져서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