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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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소설이라는 걸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순간순간 까먹게 되는 '수상한 퇴근길'

이거 진짜 소설 맞나? 내가 책 소개 글을 잘못 본 건가? 에세이 아닌가? 계속 의심하면서 읽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읽고 다시 한번 검색해 봤어요. 소설이 맞더라고요.

몰입력이 뛰어나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만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진 소설이라서 진짜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으로 읽었고 고대리의 입장에서도 생각하게 되고 고대리의 아내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면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야근과 회식으로 매일 늦게 오던 남편이 매일 같이 칼퇴근을 하고, 그렇게 집에 와서는 같이 저녁을 먹고 안 하던 설거지까지 하고 분리수거까지 해요. 그러고는 뭘 하는지 저녁 내내 서재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는 남편. 얼마 전에는 남편의 구두에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고 얼굴에는 어디서 잠이라도 자고 온 건지 침 자국이 그대로 눌어붙어 있기도 해요. 설마 바람이라도 난 건지, 몰래 도박이나 코인 같은 걸 하다 빚 때려 맞아 미리 용서받으려는 수작인지.. 아무리 봐도 남편이 수상하다는 프롤로그로 '수상한 퇴근길'은 시작됩니다.

제가 직접 겪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회사에 다니며 많은 상황을 봐서 그런가,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어요. 언젠가 이 회사도 내 능력을 알아봐 줄 거라고 생각하며 버티는 고대리는 후배가 자신보다 먼저 승진하는 걸 보면서도 괜찮은 척 웃어내고 자기보다 능력이 없어 보여 내심 무시해 왔던 선배가 사내 정치를 잘해서 광속 승진하는 걸 보면서도 저렇게까지 살아야 하냐며 깔보고 모르는 척해요. 언젠가 자신의 능력을 회사에서 알아봐 주길 기다리며 개인의 시간,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은 포기하고 회사를 위해 애쓰던 고대리는 결국 희망퇴직을 당하게 됩니다.

아내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계속 출근하는 척하는 고대리를 보며 안쓰러웠고 어쩌면 우리 아빠에게도 그랬던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최선을 다해 일했던 회사는 고대리를 회사 밖으로 내보냈고 가족들에게는 미안해서 차마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혼자 전전긍긍하는 고대리의 모습을 보며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나의 불안과 걱정을 나누기보다 빨리 다른 회사로 취업을 해서 그때 이런 상황이 있었고 지금은 더 좋은 회사에 취업했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그 상황을 직접 경험한 게 아니니까 또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나보다 잘나가는 친구들을 볼 자신이 없어서, 그냥 먹고살기도 힘든데 친구들까지 챙길 여력이 없어서, 어차피 연락 한 번 없는데 굳이 연락처를 남겨둘 필요가 없

으니까 주기적으로 친구를 '숨김', '차단'하던 고대리입니다. 희망 퇴사 후 아무 연락도 없는 직장동료, 거래처 사람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내가 잘못 살아온 걸까? 세상이 잘못된 걸까?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거 같은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나?"

저도 해봤던 고민이라서 공감이 됐어요. 대학교에서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어느 순간 멀어지기도 하잖아요. 내가 먼저 연락을 했어야 했나? 더 신경 쓰고 챙겼어야 했는가? 생각할 때가 있죠. 인간관계라는 게 정답이 없어서 사람마다 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더 어려운 거 같아요. 그래서 자꾸 내가 이상한걸까 생각에 빠지게 되는데 요즘은 그냥 이렇게 생각해요. 내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는데 더 시간을 쓰고, 또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가지다 보면 외로워서 이어가는 관계가 아닌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친구, 지인만 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대리는 가족과 함께 먹고살기 위해서는 돈은 벌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시 회사에 취업을 해야 하는데 다시 취업을 하게 되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직장이 없어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됐는데 계속 이렇게 놀 수는 없고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지금의 일상이 너무 행복해서 자꾸 흔들리는 고대리.

회사에 다니면서 당장 퇴사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찾아보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회사 생활에 지쳐서 나는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어, 근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퇴사하고 하루 종일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보고 그걸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하면서 퇴사를 결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쉬는데 막상 나의 하루가 온전히 나의 것이 되니까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월급이 매달 들어오지 않을 건데 괜찮을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있기는 할까?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다고 해도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걱정, 불안만 쌓여 가다가 또 사람인, 잡코리아를 뒤적이는 저를 발견하게 됐어요.

고대리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과 행복,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는데 저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 고정적인 수입과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없이 나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계속 흔들렸던 것 같아요.


에필로그 3 읽으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소설 아니고 에세이 맞네! 하면서 눈물을 닦고 '수상한 퇴근길'을 다시 한번 검색해 보게 했던 에필로그 3. 고대리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도 했지만 자꾸 고대리의 아내를 걱정하면서 읽기도 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가족 간의 사랑과 믿음, 애틋함이 느껴져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보통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힘내서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 '수상한 퇴근길'을 읽으며 잔잔한 감동을 느꼈고 우리 주변에 정말 있을 거 같은 고대리의 일상을 보며 공감하고 또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상한 퇴근길의 주인공 고대리에게는 내 사정 따위 봐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 속, 나 혼자 던져진 느낌일 때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존재인 아내와 딸이 있습니다. 저도 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대리의 아내와 같은 존재가 되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수상한 퇴근길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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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의 경영학 - 불황을 돌파하는 사장은 무엇이 다른가
야스다 다카오 지음, 노경아 옮김 / 리더스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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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운의 경영학은 무일푼 도박사에서 19조 원 유통 기업의 창업가가 된 야스다 다카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일본 돈키호테 가본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도,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많이 만나본 곳인데 돈키호테 창업자의 경영 철학과 운의 법칙 등 그가 직접 겪으면서 배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는 책이라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창업자의 경영에 대한 이야기는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내가 창업을 할 것도 아니고 기업을 경영할 것도 아닌데 굳이 알아야 할까라는 생각에 굳이 찾아서 읽지 않았는데 문득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무일푼 도박사였던 사람이 누구나 아는 유통 기업의 창업자가 되고 그 유통 기업의 매출이 19조 원이라니.. 어떤 시도를 하고 어떻게 기업을 이끌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운의 경영학'이라고 제목을 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나의 노력, 나의 타고난 재능 또는 감각 등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불황을 돌파하고 이런 매출을 이끌어내고 돈키호테를 일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점포를 내며 경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호기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던 운의 경영학에서 배우게 된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P.33

해결책을 궁리할 때는 문제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부터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유리로 된 콜라병을 떠올려보자. 그 병처럼 목이 좁아져 흐름이 정체되는 곳을 '병목'이라고 한다. 내 머릿속에는 늘 이런 병목이 여러 개 존재한다. 여기서 저기로 가고 싶은데 병목에 걸려 움직이지 못한다면, 어떻게든 그 지점만 통과하면 문제가 단숨에 해결된다는 뜻이다.

일상생활 속 발생하는 문제,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문제, 업무 상 해결해야 하는 문제 등 우리는 살아가면서 '병목'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을 겪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당황하고 회피하려고 한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죠? 저는 유독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어려워하고 불편한 마음이 힘들어서 상대방에게서 나와 함께 풀어갈 기회를 빼앗고 나의 시간과 때로는 노동, 감정 등을 소모해가면서 문제를 해결했던 적이 많아요. 문제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흐름의 정체를 유발하는 병목을 발견한 후 그 지점을 잘 넘겨냈다면 어땠을까요?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했기에 다음에 이런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이 될 거고 해결하기 위해 함께 소통을 하고 논쟁도 한 상대방과도 단순히 회피한 경우보다 더 돈독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자꾸 나의 인생, 살아가는 태도에 대입해서 생각하게 돼요.


운이 강할 때 승률 높은 일에 도전하고, 운이 좋지 않을 때는 조용히 기다리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나쁜 운이 가득한데 이걸 지금 당장 해결하겠다고 싸우고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운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라는 이야기였어요. 물론 무작정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으라는 건 아니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추후에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하며 기다려야겠죠.

책을 읽어보면 야스다 다카오는 정말 모험을 좋아하고 도전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과감한 도전의 기세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을 직시한 신속한 철수를 두려워하지 말 것", "나는 도전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도전하고 싸우면서 내가 세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즐겁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즐거운 일을 벤처경영이 아닌 어드벤처 경영이라고 부른다."라는 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실패가 두려워서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도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무언가 새롭게 해보려고 하면 우선 걱정부터 했던 저는 이 책을 읽으며 2025년에는 과감한 도전을 해보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해보고 싶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시도해 보자 생각했습니다.


누구를 곁에 두냐에 따라 운이 요동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함께 있으면 운이 좋아지게 하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운이 나빠지게 하는 사람이었을까? 나에게 좋은 운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다가오길 원하면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다른 부서의 친한 동료를 만나면 자주 했던 말이 있습니다. 업무가 많아서 버거운 것도, 뜬금없이 소리 지르는 것도 견딜 수 있지만 같은 팀인데 서로 힘이 되어주고 같이 힘내서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아닌 게 너무 지친다고. 일을 하다 보면 바쁜 시기가 있을 수 있죠.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고 같은 부서에 소속된 사람들끼리 "그래, 해보자!", "다 함께 해보자!" 하면서 기세를 올릴 만한 한마디를 한다면 그 회사에서 조금은 더 오래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학생 때 시험기간이 되면 같이 야간자율학습(야자라고 했었죠)을 하고 쉬는 시간에 매점으로 달려가서 피자빵을 사 먹으며 친구들과 진짜 딱 시험 전까지만 열심히 해보자고 서로 응원하고 시험공부하기 싫다고 투덜거리다가도 또다시 헷갈리는 문제가 있으면 같이 답을 찾아가며 시험 기간을 보냈던 기억. 다른 부서의 업무였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때 전 직원이 함께 모여서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다음날같이 맛있는 간식을 나눠먹었던 기억. 누군가의 열정적인 말 한마디와 함께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있으면 어려운 문제도 해결하고 서로 믿고 의지하게 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P.248

'운'이란 무엇일까? 결국 운은 내 '삶의 태도' 자체가 아닐까? 내가 지나왔던 삶의 태도를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이 보인다. 즉 나만의 '인간 찬가'가 삶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다.

운의 경영학은 운은 결국 내 삶의 태도 자체가 아닐까? 이야기하며 야스다 다카오는 살아오면서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을 보였다고 말해요. 운의 경영학을 읽으며 경영에 대해서가 아니라 삶을 대해는 방식,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에 대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자의 말을 읽어보니 이야기하는 의도를 잘 파악하며 읽은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근본적 관심과 이해, 친절과 공감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운의 경영학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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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술
조숙현 지음 / 아트북프레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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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아트북프레스'의 서평단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가까운 미술은 미술 비평가인 조숙현 작가님이 10년 동안 관찰한 미술 현장에 대해 서술한 현장 비평 에세이입니다. 애정을 가지고 미술 현장을 바라보고 관찰한 후, 풀어낸 이야기라서 가까운 미술을 읽고 있으면 새롭게 배우게 되는 내용도 많고 흥미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한 분야의 전문가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고 나 또한 10년 이상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누군가에게 그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기적인 관심이 아닌 장기적인 관심을 가질 한 가지라면, 아마 책이 되지 않을까요?

학생 때 미술 수업을 듣기도 했고 아주 가끔 미술관에 가보기도 했지만 낯설게만 느껴지던 미술이었는데

가까운 미술을 읽으며 아주 조금은 미술, 특히 현대 미술에 대해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도 미술과 관련된 책과 생소한 분야의 책을 자주 읽고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듣고 싶어졌어요.


작가님이 현대 미술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P.36

동시대 작가는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그들이 바라보는 세계와 사회에 대해 발언한다. 그들은 불가능에 도전하고 관습에 저항한다. 그들의 목적은 관객을 작품으로 매혹시키거나 예술로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작품이 '문제작'으로 받아들여지며 관객을 충격과 논란에 빠트리게 하는데 몰두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이 잊고 있던 진실(우리의 사회와 삶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을 마주하게 한다.

바로 이 점이 동시대 미술이 기존 미술과 다른 차이점이며, 나를 그토록 현대미술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대체 그들은 왜, 이토록 예술에 매진하는 것일까? 왜 그들은 평범한 삶의 욕망에 이끌리지 않는 것일까?

미술 작품을 보면 멋지다, 색감이 예쁘다, 나도 저렇게 그리고 싶다, 저건 무슨 의미일까? 저것도 작품이 맞나? 이런 단순한 생각만 했었는데 동시대 작가가 아닌 경우에는 작품의 의도를 추측할 뿐 직접 물어볼 수가 없구나! 하는 깨달음과 저는 애초에 어떤 한 미술 작품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도 그 작품을 보는 그 순간에만 스쳐가는 궁금증이었고 바로 잊어버렸더라고요. 미술관이나 전시를 따로 보러 가지 않아도 책이나 인스타그램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으니까 우선 익숙한 방식을 통해 미술을 접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눈여겨봐야겠어요.


P.90

예술가들은 의외로 주변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물론, 거대한 우주 이론이나 심오한 철학에서 작가론이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들은 동시대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지 않는 소외된 것들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혹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들과 마주치는 매일의 풍경에서도 남다른 관점을 발휘하는 것이 예술가이다.

너무 독특한 주제의 작품, 보고 있어도 도대체 의도를 모르겠는 작품보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주제의 미술 작품을 보면 좀 더 시선이 오래 머물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들과 마주치는 매일의 풍경을 담고 있지만 예술가만의 남다른 관점이 발휘된 작품이라면 낯설지 않아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주변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은 미술 작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글, 음악, 영화 등 어떤 분야에서든 일상에서, 주변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느껴져요.


"나는 권태로운 삶을 구원해 줄 미지의 예술가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라는 작가님의 마지막 한 문장. 미지의 예술가를 기다리는 작가님이 저에게는 또 한 명의 예술가라고 생각했어요. 미술 전공자,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 미술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약간의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사람, 미술에는 관심이 없고 앞으로도 딱히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지만 10년 동안 미술 현장에서 관찰한 미술 비평가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누구든 어렵지 않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 '가까운 미술' 서평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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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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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포털.

갑자기 내 눈앞에 커다란 포털이 생긴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반응할 거 같나요? 처음에는 내 눈이 이상해졌나 생각하고 당황하다가 서서히 많은 사람들이 포털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포털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이 왜 나에게는 포털이 보이지 않는 걸까? 포털을 기다리기도 하고 찾아 나서게 되기도 하지 않을까요?

이 책에 나오는 한 마을의 사람들 또한 다양한 포털을 발견하고 각자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포털은 왜 생겨나는 걸까 보니,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과 두려움, 원하는 것, 비밀, 수치심 등에 의해 포털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을 보고 생각했던 것처럼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 즉 포털이 생기는 것은 소설 속에서는 눈에 보이는 한 형태의 구멍을 뜻하지만 읽고 난 후 천천히 계속 생각해 보니까 포털이 의미하는 것이 어쩌면 정말 가슴속에 생기는 구멍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슬픔, 두려움, 간절히 원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무언가,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만의 비밀, 수치심, 상처 등이 나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그로 인해 생겨난 마음의 구멍이 눈앞에 보이는 것으로 표현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나에게도, 내 친구에게도, 나의 부모님께도 포털이 생긴다면 그 포털은 어떤 것에 의해 생긴 것일까요? 여러분들의 우주에 구멍이 생긴다면 그 구멍은 슬픔 때문인가요?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가요? 다양한 생각과 궁금증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이야기를 읽었을까 자꾸 궁금해지는 이야기, 포털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주인공이 어떤 모임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떤 모임일까요?

P.40

이 모임은 헤어진 애인들에게 심하게, 꾸준히 낮은 점수를 받아 데이트 앱에서 영구 퇴출 처분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지지 모임이다. 우리 모두 정부에서 지급한 팔찌를 의무적으로 영구 부착하고 있었다.

데이트는 할 수 있지만 영구 퇴출 처분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할 뿐이기 때문에 지지 모임에 참여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다 형편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지지 모임에 새로 온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둘은 데이트를 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와의 연애를 통해 그동안 오해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서로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그 모습을 본 이전 애인들이 평점을 바꾸게 하는 것이 주인공의 계획입니다. 데이트를 하며 모든 걸 온갖 SNS의 커플 계정에 기록하고 원하던 대로 그 커플 계정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데, 둘 사이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면서 여자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로 인해 그런 걸까요? 이 내용까지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 거 같아서.. 이건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ㅎㅎ

헤어진 애인들에게 심하게, 꾸준히 낮은 점수를 받으면 데이트 앱에서 영구 퇴출 처분을 받고 영구 퇴출 처분을 받은 것을 이 세상 누구나 알 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연인에게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숨기고 계속 누군가를 만나 피해를 주거나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저런 제도를 통해 영구 퇴출이 가능하다는 것. 연애하기 전이나 연애 초반에는 본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자신의 연인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본모습을 숨기고 있는 동안 상대방을 전혀 알 수 없잖아요. 근데 저렇게 점수가 누적되고 그 점수를 서로 알 수 있다면 적어도 악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은 걸러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포털',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를 읽고 나니까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의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졌습니다.

'역노화'

아버님께선 역노화 프로그램을 선택하셨습니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하루에 10년씩, 다시 젊어지는 시술을 신청한다.

그의 마지막을 거꾸로 동행해야 하는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멘털 디플로피아'

세상의 종말이 이렇게 상냥할 줄 누가 알았겠어.

치사율 100퍼센트의 바이러스. 감염된 사람은 행복한 환상을 반복해 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모두가 친절한 죽음에 익숙해져갈 때, 마지막 인류 앞에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포털,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역노화, 멘털 디플로피아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개 글을 보면, 각각의 이야기가 다 흥미로워서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지는 소설입니다.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의 수록작들은 넷플릭스, 앰블린, 파라마운트, 라이언스케이트에서 영상화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려지는 모습들을 영상으로 본다면 또 색다르고 재밌을 거 같아요.

책을 읽고 난 후 저만의 감상평을 남겼으니까 이제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러 가보겠습니다! 나와 같은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궁금증이 생겼는지 너무 궁금했어요. 이럴 때 독서모임을 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분들의 서평을 보며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에 대해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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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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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서평은 출판사 클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출판사클 #안녕하세요한국의노동자들 #윤지영


각각의 사연이 읽으며 가슴 아프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혼자 감당하고 부당한 일들을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저자인 윤지영 변호사와 같은 노동인권 변호사부터 자원활동가, 노무사, 도움을 요청하면 바쁜 와중에도 도움을 건네는 각종 분야의 전문가까지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너무 화가 났습니다. 조금 읽다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읽다가 또 가만히 앉아있기를 반복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 살아오면서 아파트 경비 노동자인 경비 아저씨, 경비 할아버지를 만나왔습니다. 어릴 땐 경비 할아버지, 우리동(제가 살았던 106동)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항상 인사드리고 엄마가 경비 할아버지께 간식이나 음료를 가져다드리며 "항상 감사드려요. 김밥 조금 드셔보시라고 가져왔어요. 맛있게 드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이 됐습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에도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처럼 갑질을 하고 욕설을 하던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생각했어요. 아니,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아파트 입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아파트 경비 노동자에게 저렇게 행동하는 게 정상일까? 이런 일을 겪고도 저 할머니는 본인의 잘못을 깨우치지 못했을까? 화나고 가슴이 아팠지만, 기나긴 싸움이 끝나고 소송이 끝난 지 6년이 지났을 때 이만수 씨(가명)의 남은 가족들이 더 열심히, 화목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찡하고 앞으로는 그 가족들에게 힘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p.32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오늘 남편한테 다녀왔어요. 변호사님 생각 나서 연락해요. 저랑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어요. 남편 생각 많이 나는데 그래도 잘 버티고 있어요. 변호사님 고마워요."




여덟 번째 이야기는 골프장 캐디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었습니다. 성격이 모나지 않고, 잘 웃고, 일도 잘하고, 다른 동료와도 잘 지내던 세연 씨(가명)는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독 맑은 사람이었다는 직장 동료의 말을 보며 또 화가 났습니다. 잘 웃고 일도 잘하고 동료들과도 잘 지내던 맑고 밝았던 사람이 비정상적인 한 사람에 의해 자살을 시도하고 자해를 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을까. 왜 착한 사람이 악한 사람 때문에 고통을 겪고 끝내 세상을 떠나야 했을까.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죽은 동생의 시간으로 뛰어들어 동생을 대신해 싸우고 증거를 모으기 위해 애쓰는 언니의 모습.

밤낮없이 소송 준비를 하고, 잘못한 이들에게 돈을 받아내는 것뿐이라는 게, 이 시대의 죗값의 척도가 돈뿐이라는 게 통탄스럽다고 말하는 윤지영 변호사님.

자신도 부당한 일을 겪게 될 수도 있음에도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하며 캡틴의 부당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연 씨의 직장동료.

세연 씨가 더 아파지기 전에, 세상을 떠나버리기 전에, 노동인권 변호사를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직장 내에서의 갑질 또는 폭언 등을 고발하는 것이 힘들고 직책이 높은 캐디 대장이라고 불리는 캡틴을 맞서 싸우는 것이 어려웠겠지만.. 나 또한 불합리한 상황에서 혼자서 끙끙 앓고 참고 또 참았겠지만, 죽음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 책이 소설의 한 부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사람의 사연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유독 마음이 아리고 안타까운 사람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세연 씨였어요. 서평을 쓰는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떠오르는 말들을 쓰면서도 내가 세연 씨의 이야기를 읽고 이런 말을 하는 게 그 사람의 가족이 혹시나 봤을 때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봐 조심스러워요.

P.178

캡틴님께,

(...)

제발 사람들 간에 개인감정 넣어서 치우치지 마시길 바라요. 불합리한 상황에 누군가 얘기를 한다면 제발 좀 들어주세요. 캐디인 저희를 통괄하는 사람은 캡틴님이에요.

얕봐도 되겠다, 어리니까 아니 어리지만 할 말 다 하는 애들이 있네 그런 애들은 덜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발요. 사람들 다 감정 있구요. 출근해서 제발 사람들 괴롭히지 마세요.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 무전도 차별화해서 하지 마요.

P.179

"엄마,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진짜 너무 원망스러워. 내가 약해서 이렇게 된 거겠지만 물론 나한테는 유독 심한 사람이었고 내가 갈 곳 없는 거 알고 더 막 대하는 걸로밖에 안 느껴질 정도로 사람을 쥐락펴락해온 사람이야. 나는 평생 그 사람을 못 잊을 거야, 아마. 맨날 속상한 일만 있고 울고불고만 할 줄 아는 못난 딸 용서해줘, 엄마."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11편이 담겨 있는 책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의 에필로그에서 저자 윤지영 변호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노동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 일하다 죽음에 내몰리지 않는 세상, 헌법에 있는 권리를 누구나 누리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의 옆에 서서 함께 이야기하고 싸우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점차 노동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서평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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