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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평점 :
[위 서평은 출판사 클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출판사클 #안녕하세요한국의노동자들 #윤지영

각각의 사연이 읽으며 가슴 아프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혼자 감당하고 부당한 일들을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저자인 윤지영 변호사와 같은 노동인권 변호사부터 자원활동가, 노무사, 도움을 요청하면 바쁜 와중에도 도움을 건네는 각종 분야의 전문가까지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너무 화가 났습니다. 조금 읽다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읽다가 또 가만히 앉아있기를 반복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 살아오면서 아파트 경비 노동자인 경비 아저씨, 경비 할아버지를 만나왔습니다. 어릴 땐 경비 할아버지, 우리동(제가 살았던 106동)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항상 인사드리고 엄마가 경비 할아버지께 간식이나 음료를 가져다드리며 "항상 감사드려요. 김밥 조금 드셔보시라고 가져왔어요. 맛있게 드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이 됐습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에도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처럼 갑질을 하고 욕설을 하던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생각했어요. 아니,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아파트 입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아파트 경비 노동자에게 저렇게 행동하는 게 정상일까? 이런 일을 겪고도 저 할머니는 본인의 잘못을 깨우치지 못했을까? 화나고 가슴이 아팠지만, 기나긴 싸움이 끝나고 소송이 끝난 지 6년이 지났을 때 이만수 씨(가명)의 남은 가족들이 더 열심히, 화목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찡하고 앞으로는 그 가족들에게 힘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p.32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오늘 남편한테 다녀왔어요. 변호사님 생각 나서 연락해요. 저랑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어요. 남편 생각 많이 나는데 그래도 잘 버티고 있어요. 변호사님 고마워요."

여덟 번째 이야기는 골프장 캐디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었습니다. 성격이 모나지 않고, 잘 웃고, 일도 잘하고, 다른 동료와도 잘 지내던 세연 씨(가명)는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독 맑은 사람이었다는 직장 동료의 말을 보며 또 화가 났습니다. 잘 웃고 일도 잘하고 동료들과도 잘 지내던 맑고 밝았던 사람이 비정상적인 한 사람에 의해 자살을 시도하고 자해를 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을까. 왜 착한 사람이 악한 사람 때문에 고통을 겪고 끝내 세상을 떠나야 했을까.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죽은 동생의 시간으로 뛰어들어 동생을 대신해 싸우고 증거를 모으기 위해 애쓰는 언니의 모습.
밤낮없이 소송 준비를 하고, 잘못한 이들에게 돈을 받아내는 것뿐이라는 게, 이 시대의 죗값의 척도가 돈뿐이라는 게 통탄스럽다고 말하는 윤지영 변호사님.
자신도 부당한 일을 겪게 될 수도 있음에도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하며 캡틴의 부당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연 씨의 직장동료.
세연 씨가 더 아파지기 전에, 세상을 떠나버리기 전에, 노동인권 변호사를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직장 내에서의 갑질 또는 폭언 등을 고발하는 것이 힘들고 직책이 높은 캐디 대장이라고 불리는 캡틴을 맞서 싸우는 것이 어려웠겠지만.. 나 또한 불합리한 상황에서 혼자서 끙끙 앓고 참고 또 참았겠지만, 죽음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 책이 소설의 한 부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사람의 사연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유독 마음이 아리고 안타까운 사람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세연 씨였어요. 서평을 쓰는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떠오르는 말들을 쓰면서도 내가 세연 씨의 이야기를 읽고 이런 말을 하는 게 그 사람의 가족이 혹시나 봤을 때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봐 조심스러워요.
P.178
캡틴님께,
(...)
제발 사람들 간에 개인감정 넣어서 치우치지 마시길 바라요. 불합리한 상황에 누군가 얘기를 한다면 제발 좀 들어주세요. 캐디인 저희를 통괄하는 사람은 캡틴님이에요.
얕봐도 되겠다, 어리니까 아니 어리지만 할 말 다 하는 애들이 있네 그런 애들은 덜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발요. 사람들 다 감정 있구요. 출근해서 제발 사람들 괴롭히지 마세요.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 무전도 차별화해서 하지 마요.
P.179
"엄마,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진짜 너무 원망스러워. 내가 약해서 이렇게 된 거겠지만 물론 나한테는 유독 심한 사람이었고 내가 갈 곳 없는 거 알고 더 막 대하는 걸로밖에 안 느껴질 정도로 사람을 쥐락펴락해온 사람이야. 나는 평생 그 사람을 못 잊을 거야, 아마. 맨날 속상한 일만 있고 울고불고만 할 줄 아는 못난 딸 용서해줘, 엄마."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11편이 담겨 있는 책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의 에필로그에서 저자 윤지영 변호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노동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 일하다 죽음에 내몰리지 않는 세상, 헌법에 있는 권리를 누구나 누리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의 옆에 서서 함께 이야기하고 싸우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점차 노동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서평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