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으로 만나는 제주신화 - 청소년, 교사, 학부모를 위한
여연 지음, 김일영 사진 / 지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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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1만 8천 개의 신이 있는 '신들의 섬'이다. 육지에서 떨어진 독자적인 곳이어서 때문일 수도 있고, 제주도를 남과 북으로 가르는 높은 한라산이 있어서 일 수도 있고, 바람이 유독 많이 부는데 바다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암튼 이 모든 삶과 연결된 신들이 참 많다.


제주에 사는 아이라고 해서 제주의 전통이나 제주 신화 등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기준으로 볼 때, 아이들도 부모들도 제주도 토박이만큼 육지에서 이주해온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나만해도 육지 출신이니까. 토박이의 비율이 높고 집성촌까지는 아니어도 친척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보고 듣는 것이 많아 제주어도 잘하고 제주 신화도 많이 아는데, 시내 지역 아이들이나 육지 출신의 비율이 훨씬 높은 동네 아이들은 안 그런 경우가 많다.


육지 사람들은 어떨까. 과거에 내가 그랬듯이 대부분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그저 아름다운 바다와 이국적 풍경의 자연환경을 즐기러 오는 여행지이지 민속문화나 신화, 제주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지 않을까.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에서도 아주 조금 다뤄질뿐이니까. (그리고 대체로 그렇듯이 학교에서 배웠다고 다 기억하고 사는 건 아니다 ㅋㅋ)


나도 잘 모르니까 배우고 싶고 육지 출신 엄마와 시내에 사는 우리 아이에게도 알려줄겸 이 책을 받아보았다. '청소년, 교사, 학부모를 위한'이라고 앞에 붙어 있는 만큼 초등학생이 읽기엔 어려운 책일까 생각했었는데 내가 책을 놔두고 간 사이에 아이가 혼자 다 읽은 걸 보면 그냥 모두를 위한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책은 크게 6개 챕터로 나뉜다. 제주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로 한 챕터를 구성했고, 뒤의 다섯 챕터는 신과 신화를 소개하면서 그 신화에 얽힌 지역과 장소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탐방 코스만 따라가도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정말 알찬 여행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질트래킹 파트와 김녕 파트가 좋았다. 탄낭구조로 유명해 지질트래킹하기 좋은 곳으로만 알고 있었던 수월봉에 수월이와 녹고 이야기가 있는 것도 처음 알았고, 산방굴에 산방덕 신화도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김녕 파트도 그러하다. 김녕성세기해변은 여러 번 가봤지만 성세깃당이 있는 것도 몰랐고 매년 3월 해녀들이 잠수굿을 여는 것도 몰랐다.


제주 신화라고 하면 그저 설문대할망과 영등신 밖에 몰랐던 나인데 이 책을 통해 내가 알던 제주의 곳곳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고, 여기서 알게 된 것들을 더 찾아보게 되면서 제주에 대해 더 좋아지고 제주를 더 사랑하게 되며 제주에 대한 앎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처럼 제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제주도민이나 제주 여행을 좀 더 의미 있게 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 읽으면서 디자인적 측면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쓴 책이라고 느꼈다. 각 챕터마다 탐방 코스 소개 페이지, 타이틀, 본문 등 글과 사진이나 그림의 배치와 글꼴이 정말 가독성이 좋다. 읽으면서 편안하고 술술 넘어간다. 이렇게 여러 디자인적 요소가 좋다고 느낀 책은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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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다 하고 싶다고? 샘과 왓슨 마음자람새 그림책 7
기슬렌 뒬리에 지음, 베랑제르 들라포르트 그림, 정순 옮김, 이보연 자문 / 나무말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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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읽기 독립을 하고 문고판 책을 읽다가 이제는 해리포터처럼 정말 긴 호흡의 이야기로 넘어가게 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아이도 나도 그림책이 있는 코너를 잘 가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은 그림책을 권할 때가 있다.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고 대신 "이 책 한 번 읽어볼래? 엄마가 봤는데 공감되고 재밌더라."라며 슬쩍 책을 밀어줄 때가 바로 그 때다 ㅋㅋ
(우리 꼬소미는 엄마가 그런 마음으로 책을 준다는 걸 알랑가몰라)

#나무말미 출판사에서 나오는 #샘과왓슨시리즈 가 바로 그런 대표적인 책이다. #실수해도괜찮아 , #잘못해도괜찮아 , #화난마음이사라지게하려면 같은 책들은 이전에도 잔소리 대신 권해주던 책이었다 ㅋㅋ
듣기 싫은 엄마 잔소리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 속 교훈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기뿐 아니라 양육자에게도 꿀팁이 있는 책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로 유명하신 #이보연심리상담가 님의 #감정코칭 글이 들어 있어 아이 양육에 대한 나의 생각도 한 번 다잡아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경주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 시리즈의 새로운 책을 하나 읽어보라고 주었는데 바로 #한번에다하고싶다고 라는 책이다.

사실 한 번에 다 하고 싶은 사람을 묻는다면 0.1초의 고민도 없이 손을 들 나란 사람. 안타깝게도 그 성향이 그대로 유전자에 담겨 딸에게도 전해졌다ㅠㅠ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하기엔 능력도 사실 부족한데 왜 이렇게 다 하고 싶은 건지..ㅠㅠ 내가 그런 사람이라 싫으면서도 그걸 바꾸지 못했기에 아이에게 그러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도 어떻게 알려줘야 할 지 어려웠다. 아이에겐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하는데 나도 모르는 걸 알려줄 수 있을리가.... 

이런 두 사람이 여행을 갔으니 우리의 계획은 아주 원대했고, 우리의 체력은 미약했다.... 
작가는 이런 우리를 질책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해 흥미가 많고 의욕이 있는 거라고 긍정해준다. 대신 하고 싶은 걸 다 하려고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서두르다 보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할 수 있으니 우선 순위를 정하라고 알려준다. 

경주 여행에서 우리는 예상보다 추웠던 날씨 탓에 첫 날 계획했던 곳을 다 둘러보지 못했다. 꼭 보고 싶었는데 못 본다고 속상해서 울기까지 했던 꼬소미. 오늘은 일단 쉬고 내일 가보자고 마음을 달래주었고 실제로 다음날 그 약속을 지켜 다녀왔다. 

이 책에서 이보연소장님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 시간이 남으면 할 수 있는 것, 다음 기회에 해야 하는 것을 미리 구분해놓고 다음으로 미룬 일은 꼭 다음에 하게 해주어야 아이가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될 수 있다고 조언하셨다. 실제로 경주 여행에서 첫 날 미룬 곳을 다음 날 다녀올 때 아이는 역시 엄마는 약속을 잘 지킨다고 말했고 우리의 신뢰는 한 층 더 두터워졌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양육자로서의 나도, 한 사람으로서의 나도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 이 책을 같이 읽고 실천하면서 아이도 나도 더 발전할 수 있었고, 이런 실천이 일회성이 아니라 쭉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우리 뇌가 기억을 저장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다음에는 그 순간순간을 즐겨봐.

우리 뇌가 기억을 저장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그러니가 다음에는 그 순간순간을 즐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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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나 - TRACK 2. 내가 알고 있는 나를 뛰어넘기 위한 달리기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3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김영옥 옮김 / 사파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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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고스트 에 이은 #TheTrack 시리즈의 2번째 책 #파티나
파티나는 모든 챕터가 '할 일'이다. 아이는 이걸 보더니 파티나 얘는 왜 이렇게 해야 할 일이 많냐며 그래서 이렇게 책이 두껍냐고 묻는다 ㅋㅋ

아빠의 죽음과 엄마의 다리 절단으로 인한 입양, 그런 상황 안에서 충분히 마음을 안정 시키지 못하고 입양 된 양부모에게 기대려 하지 않고 자신이 동생과 엄마를 챙겨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파티나. 어리광 부릴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 애는 애인데 아이다움 없이 애쓰는 모습이 보여 너무 안쓰러웠다. K-장녀의 모습을 흑인 소녀에게서 보게 되다니ㅠㅠ

육상의 시작조차 아빠가 자신의 뛰는 모습을 좋아했기 때문과 엄마의 다리 절단이 이유였다는 것만으로도 파티나가 얼마나 부담감과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래도 어쨌든 파티나에겐 이 트랙팀의 육상 활동이 삶의 위안이 된다. 그 안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특히 파티나에게 역린이라 할 수 있는 '엄마'를 건드림으로써 갈등이 커지지만 코치의 현명한 방법 덕에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게 된다.

파티나가 학교 과제에서 프리다칼로를 선택하게 된 것도 파티나의 상황을 생각하면 자연스럽다. 학교 친구들과도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갈등이 생기지만 역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과정과 선생님의 공정한 규칙 변경 덕에 해결된다.

파티나에게 너무 잔인한 게 아닌가 싶게 자꾸 어려움이 생기지만 파티나와 가족들은 그런 어려움과 슬픔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하며 도전하고 극복한다.

성장 소설을 연이어 읽으니 살짝 역경 극복의 패턴이 비슷한가 싶기도 하지만 파티마는 고스트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친구였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우리 아이에게 삶에서 어려움이 생길 때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한 층을 쌓은 시간이었길 바란다.

📍우리 인생의 계주 경기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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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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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 작가님이신 박서련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 데뷔작부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을 쓰신 분이시고, 그 데뷔작인 #체공녀강주룡 을 워낙 감명깊게 읽었기에 이번 신작에도 기대가 아주 컸다. 사실 박서련 작가님은 역사 소설도 현대물도 SF도 다 잘 쓰시기 때문에 뭘 쓰셔도 읽을 때 신이 난다.


#카카듀 는 이경손감독이 만든 카페다. 당시 말로 하면 #끽다점

처음 출간 소식을 듣고 찾아봤을 땐 한국인이 최초로 만든 카페라는 자료도 많이 나왔지만 실제로 #백림관 이 더 앞선다고 하며 이 책에도 그렇게 나온다.


책은 총 4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었다. 1부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2부와 3부 초반은 책장이 잘 안 넘어갔다. 이유는 아마 내가 화자인 이경손에게 몰입이 안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님은 소설을 구성하는 동안 이경손에게 매료되었다고 하셨는데 아쉽게도 난 아니었다. 대신 현앨리스에게 두 배, 세 배로 매료되었다.


그래서 현앨리스에 대해 더 자세히 나오는 3부와 4부를 정말 흥미롭게 신나게 읽었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부분은 현앨리스의 삶 속에서 그녀가 왜 조선에 와서 왜 끽다점을 열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시기이기에 대체로 작가님이 창조해 낸 이야기이다. 매우 적은 기록을 가지고 이렇게 흥미로운 상상을 하시다니 진짜 작가님은 천재가 아니실지... 


나라 잃은 설움과 어려움을 온 몸과 마음으로 겪던 시절. 잘못이 없어도 의심을 받고 끌려가 고문을 당하던 시절. 그래도 조선인들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미국 시민권자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두려움조차 없지 않았을 텐데, 자신의 삶의 지표를 바르게 세우고 올곧게 나아가며 살아가던 현앨리스의 삶이 정말 멋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현앨리스가 더 궁금해져서 #현앨리스와그의시대 로 자연스럽게 독서가 연결된다.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제강점기의 삶, 그때 모습을 이렇게 재해석하고 새롭게 창조해서 만들어낸 이야기가 읽는 즐거움이 크다. 어둠의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일지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희망을 찾으며 노력하던 이들, 그 분들이 계시기에 지금 현대 우리의 삶이 있는 것이기에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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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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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제강점기의 삶, 그때 모습을 이렇게 재해석하고 새롭게 창조해서 만들어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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