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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우울증을 앓는 딸에게 사랑으로 써 내려간 엄마의 일기
김설 지음 / 타래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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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진작 읽었는데 서평은 이제야 올려본다. 솔직한 고백이 담긴 서평을 올리기 좀 부끄러워서ㅎ
나에게는 긴 시간 동안 그 증상이 심해지거나 또는 약화되거나를 반복하며 늘 내게 붙어 있던, 그리고 지금도 붙어 있어서 이제는 떼어내길 포기하고 그냥 안고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고질병이 있다. 바로 우울증이다. 현대인의 감기같은 존재라고는 하지만 우울증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그 양상이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해서 사람마다 다 다르긴 하다.
대문자 T인 내가 유독 F가 될 때가 있다면 그 시기는 나의 우울증이 고조되는 시기이다. 그로 인해 어릴 땐 엄마를, 커서는 배우자를 힘들게 해봤고, 아이에게도 그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아득바득 노력하며 가족들에게 그로 인한 미안함을 늘 갖고 있다. 반대 입장이었다면 나는 그렇게 넓은 마음으로 품어주지 못할 것 같은데..
이 책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딸을 보듬으며 함께 아파한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옆에서 보기에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나는 막연히 짐작만하는 그 마음을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2020년에 나온 초판이 이번에 개정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양육자는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자녀의 우울증 여부를 떠나, 자녀의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에게 공감과 이해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당장은 본인도 가족도 우울증과 거리가 멀다해도 어느날 갑자기 감기처럼 올 수 있는 거라 그런 사람도 예방주사 맞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자녀의 문제 앞에서 엄마는 끊임없이 자책하고 죄책감을 갖는다. 그것이 어찌 엄마의 탓이겠는가 하면서도 양육 과정 전반에 걸친 자기 반성을 하곤 한다. 나도 그랬고, 주위 친구들도 그러하고 저자도 그러하다. 이 책을 읽고서야 나의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본다. 착하고 유순한 성정의 사람이 예민하고 까칠한 나라는 첫째 딸을 만나 얼마나 힘들었을지. 우울감이 극도로 치달았을 땐 또 얼마나 같이 우울했을지.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을 텐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공감되고 눈물이 차올랐다. 우울증을 가진 딸로서의 나와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내가 양쪽에서 서로 공감하고 미래를 다짐했다. 내 딸에게도 내 엄마에게도 더 잘해야지.
알록달록 스마일이 가득한 노티드 카페에서 책 읽으며 우는 여자는 나뿐ㅋㅋ 그래도 엄마로서 내가 제일 잘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바로 선 자아를 갖고 일관적으로 육아를 함께하는 사람을 아빠로 만들어준 일인 것 같다😂 나는 부족함이 많은 흔들리는 갈대같은 나약한 이지만 남편이라도 우뚝 선 나무같은 이라 다행이다.
일기이고 에세이지만 문장 표현과 단어 선택이 굉장히 문학적이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여러 권 있어서 읽어보려 한다.
👉 아이의 삶의 롤모델이 될 수 있게 내가 먼저 건강한 자아를 가진 좋은 사람이 될 것.
아이와 나를 분리하여 생각하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할 것.
아이가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판단하지 않고 잘 들어주는 엄마가 될 것.
너무 높은 기대치를 제시하고 아이를 제한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