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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 아파서 더 소중한 사랑 이야기
정도선.박진희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9월
평점 :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다. 뭔가.. 짠함이 느껴진다. 누군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
작가 정도선과 박진희는 부부이다. 진희는 서점에서 일했던 도선과 책을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다.
요즘 흔하디 흔한 여행에세이인데 다른게 있다면 아픈 아내와 함께하는 여행이야기라는 것이다.
운명처럼 만나서 결혼했고 그런데 결혼과 동시에 아내는 암에 걸렸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되긴했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르고 늘 조심해야한다.
어쩌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회도 지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한다.
재발하게 되면 그땐 아이를 가질 수 없기에 의사는 지금이라도 아이를 가지도록 하라고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하루하루를 언제 재발하나 걱정하며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건 여행이였다.
처음 그들이 만났을때도 여행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여행길의 루트도 많이 비슷했다.
서로 닮은 점이 많았고 그래서 더 빠르게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길을 선택하게 된다.
도선은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데 서점에 대한 애착이 많았다.
사람들이 찾는 책, 특히 구할 수 없는 책을 찾아주는 일에 많은 보람을 느끼고 나중에는 자신만의 서점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 그에게 서점을 그만두는건 말할 수 없이 힘든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픈 아내를 데리고 여행하는 것 또한 도전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는 그 도전을 하기로 한다.
아내 진희도 남편이 애착하는 서점일이었기에 쉬운결정이 아니란걸 알기에 미안한 마음이 많았다.
.동남아를 거쳐 인도를 거쳐 유럽을 돌아볼 예정이었던 긴 여행길이었다.
그래서 준비해야할 짐도 많았는데 짐은 챙기면 챙길수록 많아진다.
아내는 암으로 수술한 부분때문에 허리가 좋지 않았다.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고 불편한 잠자리가 여행의 가장 큰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여행을 하다보면 짐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최소한의 짐을 꾸려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무튼 그렇게 부부는 여행길에 오르게된다
여행의 묘미는 정해진 루트에서 벗어난 여행이다.
큰 틀의 계획을 세워 여행을 시작한 것이긴하나 여행을 하다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장소에 도착하면 더 머물게 되고
사람과의 인연으로 쉽게 떠나지 못해 더 머물게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동남아에서의 여행 역시 그랬다. 한국사람이 많은 태국에서도 좋았고
혼자 여행왔을때 느꼈던 감정들을 함께 와서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꼭 함께 와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그 사람과 그 곳에 함께 있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생각지 못했던 사람과의 인연으로 여행의 루트는 수정되기도 한다.
동남아를 거쳐 인도 그리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는데 인연이 닿았던 지인으로 인해
중미로 떠나기로 한다. 위험해서 선택하지 않았던 여행길이었는데 어디에도 위험하지 않은 곳은 없다.
항상 긴장하고 조심하고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지 않으면 괜찮다는 지인의 말에 루트를 수정하게 된다.
유럽은 언제가도 변하지 않는다. 나이들어서가도 괜찮지만 중미는 그렇지 않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옮음을 인정한다. 아시아 사람이 많지도 않고 말도 통하지 않은 멕시코에서 물론 어렵고 힘들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고산지대라 고산병으로 고생하기도 하고 아팠던 허리가 더 아파서 여행보다 휴식을 선택해야하기도 했다.
좋았던 일들과 함께 힘든 하루가 시작되고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저 아프기만 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여행하면서 만들어간 인연과 가족들로 인해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으로 인해 힘을 낼 수 있었다.
아픈사람과 함께 여행한다는건 곁에 있는 사람도 힘들지만 본인또한 상대에게 미안해서 힘들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중도에 돌아가자는 남편의 말에도 이번이 아니면 다시 못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여행을 계속한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쌓아간다.
몸은 조금씩 회복될 수 있었고 주변을 다시 돌아볼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돈을 많이 써버려서 중간에 일을 해서 돈을 벌며 여행을 하기도 했고
그로인해 여행길에서 겪지 못할 일도 생애 처음 경험하기도 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여행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냥 한국에 그대로 있었다면 못느꼈을 일.
그리고 24시간 붙어 있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은걸 알고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7개월간의 여행을 끝으로 지금 두 부부는 지리산의 작은 마을로 귀촌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남편 도선씨는 시골마을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르신들이 책을 읽는 동네 사랑방 서점을 차리는게 꿈이라고 한다.
지금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의 꿈이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아팠지만 그냥 치료를 위해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보다 힘들어도 7개월간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많은 인연을 쌓고 좋았던 추억과 안좋았던 추억도 함께 공유 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 시간들을 함께 회상 할 수 있어서
두 부부는 또 앞으로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부부의 대단한 도전. 건강한 사람도 힘들었을 여행이었을텐데 함께라서 해쳐나갈 수 있었던 부부에게 박수쳐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같은 마음으로 한결같이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부부의 꿈도 이룰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