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 - 제주살이, 낭만부터 현실까지
김지은 지음 / 처음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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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 국내에서 가장 가고 싶은 섬 제주도. 그런데 아직 2번 밖에 가보지 못한 섬. 공항이 있기때문에 생각해보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인데 나는 제주도를 2번밖에 가보지 못했다. 한번은 너무 어려서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한번은 작년 가족여행때 아이와 함께 같기에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책 속의 이야기를 볼때마다 가보고 싶단 생각은 든다. 조용하고 한적하게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두번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나도 외국에서는 못살것 같고 그래도 말이 통하는 제주도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낭만을 꿈꾸기도 한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한번 살아볼까?>라는 책을 접할때 제주도의 좋은 점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모습들도 많아 좀 놀랐다.


저자는 방송작가이다. 어느날 문득 제주도에 가서 살기로 결심한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부모님도 서울이 고향이라 지방에는 친인척이 없다. 그래서 시골이 있는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 많은 곳 중 제주도에서 살기로 결심한건 여행하면서 느낀 제주도의 바다가 너무 생각나서이기도 하고 많은 섬중에서 제주도인 이유는 공항이 있기때문이란다. 어렸을때부터 꿈이 방송작가여서 좀 힘들긴하지만 방송작가가 천직인것처럼 일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늘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성격으로 인해 부모님과 친한 친구들에게 말도 안하고 우선 실행에 옮겨보기로 한다. 제주도에서는 방송일은 할만한게 별로 없기에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일이 스타벅스였다. 알바를 해보고 제주도에서 운좋게 취직을 할 수 있어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울의 생활을 정리하고 난뒤 친구들에게 "제주도에서 살기로 했어"라고 알리게 되고 제주도로 떠났다. 


처음에 제주도에 갔을때 집을 구하지 못했다. 일하면서 집을 알아봐야했다. 집을 구하는게 쉽지 않았다. 원룸이나 아파트에서 살고 싶지 않았고 마당이 있는 바다가 가까운 그런 곳에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알아보려해도 제주도민은 육지사람에게 쉽게 집을 내어주지 않았다. 또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란 쉽진 않았기에 제주도에 오자마자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며 일을 하고 집을 찾아다녔다. 집을 매매하는게 아니라면 부동산을 찾기보단 벼룩시장을 보고구하는게 좋다고 해서 벼룩시장을 보며 원하는 집을 찾았다. 그리고 원하는 집을 계약하고 나서 그 집이 비워졌을때 다시 보게 되니 생각보다 집이 너무 달랐다. 


바다가 가깝고 습기가 많은 제주도라 여기저기 곰팡이 자국 벌레자국이 많았다. 가구가 없고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때 '왜 이집을 계약했을까'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주인에게 말하니 새로 도배는 해주겠다고 했지만 어차피 또다시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다시 생길 것이고 계속 벽지에 벽지를 덪대는것밖에 되지 않아 직접 셀프인테리어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시작과 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그렇게 겨우 사서고생하며 살만한 집을 만들었지만 그 집에서 오래 살진 않았다. 


제주도의 날씨는 우리가 생각했던것만큼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고 한다. 늘 가면 날씨가 좋을 것 같지만 365일 일년중 1/3정도가 비가 온다고 한다. 그리고 제습기는 필수이다. 햇볕은 너무 뜨겁고 겨울이 되면 따뜻할 것 같지만 바다근처라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체감온도는 훨씬 춥다고 한다. 문을 다 닫아놓아도 외풍이 심해서 집안에 보일러를 풀가동시켜도 춥다고 한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고 기름보일러나 LPG가스로 겨울을 나는데 난방비가 많이 나와도 집에서 훈훈함을 느껴본 적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제주도의 겨울은 춥고 여름은 뜨겁다. 생각보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다른 현실은 제주도민이다. 생각보다 제주도민은 육지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웃이 되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웃이되면 좋은점이 많긴하다. 그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어서 그렇지 그 안으로 들어가면 '역시 따뜻한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네들끼리 똘똘 뭉쳐있는 그 안에 들어가는건 역시 쉽지 않다. 이유없이 육지것이라고 그냥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아 집을 구할때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하니 '제주도민이 되는 길이 쉽지만은 않겠구나' 싶었다. 


또 다른 현실은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곳이 별로 없다. 쇼핑할만한 백화점이나 아울렛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오일장에서 옷을 산다고 한다. 문화생활을 좋아하는 저자는 그래서 조금 불편한 점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생활할때는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곳이었고 옷이나 다른 용품들도 널리고 널린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구입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그런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밤문화도 불금같은 그런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불편한 점을 뒤로하고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게 서울에서 살고 있는것보다 좋다고 한다. 불편함은 있지만 그 불편함에 익숙해지면 다른 좋은점들이 더 많은 것이다. 제주도민과 친해지면 절대 사먹을일 없는 귤을 늘 선물받고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바다와 날씨가 안좋은날 찾을 필요없는 관광지는 다시 날 좋으면 찾아가면 된다. 그 삶에 익숙해지고 나니 오히려 그런 불편한 삶에 정이 든 것이다. 물론 외로움이 찾아올때도있지만 그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혼자서 제주도의 생활을 여전히 즐기며 살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이제 돌아올때가 되지 않았냐고 묻고 외롭지 않냐고 묻지만 그럴땐 가끔 서울에 찾아가면 되는거고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후회하지 않고 즐기면서 살고 싶다고 한다.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그 안에 좋은 점이 있기때문에 아무도 없는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저자가 용감해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제주도와 많은 다른점이 있었기에 제주도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본적이 있던 나에게 조금은 고민이 되기도 했다. '나라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라 생각했을때 낭만적인 곳이 현실이 되면 또 다른 면이 있고 '역시 어딜가나 이런 양면성이 있겠구나' 싶었다. 비록 가진건 없지만 그래도 저자는 지금의 생활을 즐기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그런 그녀를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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