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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평점 :
오랜만에 읽어보는 소설. 가끔은 기분전환 겸 소설도 좋은 것 같다. 무튼.. <당신의 완벽한 1년> 1년을 시작하는 지금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힌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졸려도 잠들지 못하고 <미비포유> 이후 오랜만에 계속 읽게 된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는 요나단과 한나의 두 이야기로 시작된다. 요나단의 새해는 벌써 시작되었다. 이혼한 전 부인에게서 신년카드가 도착했다. 요나단은 티나가 매년 보내는 신년카드가 달갑지 않다. 그와 이혼하고 요나단의 가장 친한 친구와 재혼을 했기때문이다. 자신보다 나은게 결코 없는 친구인데 그녀를 너무 사랑했다고 생각했기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요나단은 어렸을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해 어머니는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떠났고 아버지는 지금 치매에 걸려 병원에 요양중에 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그리프손&북스'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접 경영을 하진 않고 명목상의 대표이다. 그렇기에 부족함 없이 지내왔고 여전히 부족함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그래서 자신을 떠난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새해 첫날부터 짜증이 밀려오지만 아침마다 하는 운동을 거를 수 없어 공원으로 나갔다. 그리고 운동을 하다 돌아왔을때 자신의 자전거에 걸려있는 가방을 발견한다. 그 안에는 다이어리가 들어있었다. 지난 다이어리가 아닌 이제 막 시작된 새해의 다이어리. 500유로와 함께 그 다이어리에는 유명하고 어쩌면 낯간지럽게 느껴지는 명언들과 함께 매일매일의 계획들이 적혀있었다. 늘 계획대로 살아오고 움직였다. 분실물센터에 보내면 되는데 왠지 직접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가지고 다닌 다이어리였는데 요나단은 직접 그 다이어리의 주인처럼 그 안의 계획대로 하루를 보내게된다.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고 그 다이어리로 인해 자신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게된다.
한나의 이야기는 요나단보다 두달전부터 시작된다. 한나는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다가 친구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꾸러기교실"을 운영하게 된다. 한나에게는 5년전부터 사귄 남자친구 지몬이 있었다. 신문기자였는데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직장까지 잃고 지금은 새직장을 구하기 위해 취업준비중에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생기를 잃고 있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늘 긍정적이고 새로운 에너지를 다른사람에게 전해주는 한나와 달리 지몬은 현실적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때보다 더욱 기운없고 축쳐진 모습을 자주보인다. 독감에 걸려버린 지몬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계기로 다른 곳에 이상이 있음을 깨닫고 검사를 받는다. 지몬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의사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벌써 온몸에 퍼져버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도 암으로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병간호로 누구보다 암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가망이 없다는 걸 알기에 한나에게 그 고생을 시킬 수 없기에 한나에게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한나는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같이 이겨내면 분명 방법이 있을거라고 지몬을 설득하고 그를 위해서 직접 새해 1년의 계획을 미리적어놓은 다이어리를 준비했다. 하지만 1월 1일이 시작된 날, 지몬은 한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자신은 더이상 이세상에 없을 것이니 모든걸 정리하고 자신을 잊고 새로운 삶을 살라는 편지만 남긴채..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한나는 우선 지몬을 찾기로 한다. 그리고 누군가 다이어리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다이어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지몬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된다.
요나단은 다이어리 주인을 찾으려다 오히려 다이어리의 계획대로 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살게된다. 그리고 다이어리 주인을 다시 만나고 싶어하게 된다. 한나는 다이어리를 습득한 사람을 찾으려다 지몬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엉망이 되어버린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그러다 둘은 우연히 스쳐지나가게 된다. 요나단은 한나를 보고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어쩌면 다이어리 주인이 그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의 연락처를 알기 위해 수소문해본다. 한나도 요나단을 보고 뭔가 좀 이상했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이어리에 나와있는 계획대로 움직이면서 결국 둘은 만나게된다.
둘이 만날듯 만나지 못해서 조마조마하면서 읽었던 <당신의 완벽한 1년> 그래서 계속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요나단은 다이어리의 계획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과 용서하지 못한 전아내와 아버지를 용서하게 된다.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한나도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뭔가 운명에 휘말리듯 부정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완벽한 1년'이 적힌 다이어리가 어쩌면 둘이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는 걸 알려주었는지 모르겠다. 너무나 영화같은 이야기. 그래서 읽으면서 오랜만에 연애한듯 설레였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