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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美學 미학 - 비우며 발견하는 행복, 나와 친해지는 시간
본질찾기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16년 11월
평점 :
모든 주부라면 누구나 살림을 잘 하고 싶은 것이다. 워킹맘은 일도 살림도 다 잘하고 싶겠지만 주부는 더욱 그 부담감이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살림을 잘 하기란 쉽지가 않다. 해도해도 끝이 없고 티도 안나고.. 거기다 아이가 어리다면 더욱 쉽지 않다. 그래도 잘 하고 싶다는 그 마음만은 변치 않는다. <생활의 미학>은 비우며 발견하는 행복, 그리고 나와 친해지는 시간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개인의 살림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에 담아서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봄이 되면 청소부터 시작한다. 일주일동안 겨울내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서 요일별로 청소를 하는 것이다. 하루는 조명, 하루는 가스레인지, 하루는 욕실 등.. 이렇게 나누어서 청소를 해야 좀 더 수월하게 청소를 끝낼 수 있다. 모든 주부들의 주방에는 많은 주방도구들이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쓰지 않고 그냥 넣어둔 주방도구들이 많다. 청소를 하면서 하나씩 비워낸다. 물론 사용하는 주방도구들도 있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는 도구들도 은근 많이 있다.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냥 대체해서 쓰면 된다. 그렇게 주방 살림을 하나씩 비운다. 손님용 식기들도 비운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았다면 집에 손님이 오겠지만 점점 그 빈도도 낮아진다. 좋은 식기들. 가족들도 손님대접 받으며 쓸 수 있는 그런 식기들만 남겨두고 하나씩 비워낸다.
봄볕은 따사롭다. 이런날 그릇을 말린다. 여름이 성큼 성큼 다가오는 5월이 되면 햇마늘을 열심히 까서 다져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정리해서 냉동시켜둔다. 물론 통마늘도 얼려둔다. 침대도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힘든작업이지만 하고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고 깔끔해짐을 느낀다. 저자는 15년째 가계부를 쓰고 있다. 직접 써도 좋고 엑셀 작업을 해도 좋고 요즘은 앱도 잘 나오니 어떤 것이든 좋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어디에 돈을 쓰는지 알 수 있도록 하나씩 기록하는 것이다. 결혼하고부터 매년 그렇게 꾸준히 정리해오고 있는 저자가 참 존경스러웠다.
여름이 되면 조금씩 매일 욕실청소를 한다. 습하고 냄새가 많이 나는 계절 여름, 조금만 게을리하면 여기저기서 곰팡이가 피고 냄새가 난다. 여름이 되어도 비우기는 멈추지 않는다. 아파트의 다용도실도 하나씩 비워간다. 뭘 사더라도 필요한 만큼 자주 사면 되고 굳이 저장해둘 필요가 없다. 언젠간 쓸거라고 생각한 것도 생각해보면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것부터 하나씩 비워가면 다용도실도 베란다도 하나씩 비워나갈 수 있다.
저자는 작은 냉장고를 좋아한다. 냉장고에도 물건을 많이 넣어두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사서 만들어 먹는다. 아직도 결혼할때 사가지고 온 600리터짜리 냉장고를 쓰고 있다고 한다. 그 냉장고도 꽉 차지 않을 정도로 비우고 살아가니 정말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제철 과일과 채소를 먹고 제철에 만들어 저장해두고 먹을 있는 음식을 만들어둔다. 여름저장식 토마토 소스, 오이피클 만들기, 발효기 없이 발효빵을 만들 수 있는 최적기인 여름에 발효빵을 굽는다. 뜨거운 햇살에 자주 소독해주기 위해 보송보송 수건을 삶아주고, 습기를 없앨 수 있는 제습제도 미리 준비해둔다. 아들과 함께 하는 추억 이야기도 쏠쏠한 재미를 들려준다.
가을이 되었다. 가을볕에는 채반과 도마를 말려둔다. 플라스틱 채반대신 나무로 짜서 만든 채반을 사용한다. 솔로 박박 문질러 잘 세척해서 볕 좋은 날 잘 말려야 소독이 된다.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한다. 채반뿐 아니라 되도록 친환경소재를 사용하도록 노력한다. 이 채반에는 채소를 말려둘 수도 있다. 말려먹는 채소에는 또다른 영양분을 우리에게 준다. 저장해두었다 먹으면 건강에도 좋고 제철의 채소를 섭취하니 더욱 몸도 마음도 든든해질 것 같다.
가을은 과실로 풍성해지는 계절이다. 먹을 것이 많고 만들고 싶은 것도 많은 계절, 사과잼과 밤콩포트도 만들어 두어 사과파이도 만들고 밤콩포트로 밤식빵 등 다양하게 활용해 먹는다. 유자도 사다가 유자청도 만들어두어 미리 월동을 준비한다. 일년의 식단표도 미리 짜둔다. 제철 과일, 채소로 미리미리 식단을 짜두어 활용한다고 하니 배울 점이 참 많았다.
겨울이 되었다. 난방비를 절약해서 아파트관리실에서 쌀을 주었다. 특별히 아끼려고 한건 아니다. 잘때말고는 난방을 하지 않고 따뜻한 가디건과 담요, 털실내화를 신어 지낸다. 잠을 잘때도 유단포를 안고자면 따뜻하게 잘 수 있다. 겨울에는 레몬으로 과자를 만든다. 그리고 유자청이 떨어질때쯤 레몬청도 만든다. 겨울되면 생각나는 찐빵도 만들어먹고 냉장고 속의 남아있는 재료만으로 밥을 해먹는다. 겨울도 비우기는 끝나지 않았다. 사계절 옷 30벌만 남겨두고 남은 옷과는 이별을 한다. 처음에는 버리지 못했던 책들도 이제 많이 비워내었다. 그렇게 저자는 하나둘씩 비워낸다. 그리고 새해의 결심을 세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수 벽걸이를 만들어둔다. 그리고 아들과의 추억도 만든다. 계절마다 기념이 될만한 일상의 순간들을 아들과 함께한다. 그곳이 집일 수도 있고 밖이 될 수도 있다. 행복한육아를 할 수 있도록 아이가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해주려 노력한다.
비워도 비워도 살림은 비워지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비운 자리를 다시 무언가가 채운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언젠가 다시 쓸 것 같은 것들때문에 비워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나의 살림은 조금 비워내야겠단 생각이 든다. 쓰지 않는 것들과 입지 않는 옷들이 자리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저기 찌든때들도 잔뜩 붙어있는 주방과 욕실 등을 보니 반성하게 된다. '해야지 해야지' 싶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왜이렇게 게을러지는건지.. 부지런한 주부가 되고 싶다. 나도 비우면서 사는 삶을 실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