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를 읽으면서 우리 모두에게 '시빌'이라는 고양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시빌'이라는 고양이는 우리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이 이야기는 사라가 어느날 문득 많은 일을 겪으면서 그 일들을 우연히 같이 살게 된 '시빌'의 가르침을 받으며 치유하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이다.
사라는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호아킨이라는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데 스페인 출신의 사라는 일을 위해 영국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호아킨은 그런 사라를 위해 함께 와주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호아킨이 특별히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늦게 퇴근하는 사라를 위해 밥도 해주고 피곤하면 안마도 해주고 사라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어긋나기 시작한건 호아킨이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처음에는 일이 많지 않았지만 호아킨은 일이 점점 많아졌다. 사라도 일이 많고 호아킨도 일이 많고 둘은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함께 여행을 한지도, 함께 뭔가를 해본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느날..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하는 날.. 아침부터 창밖에서 고양이가 "문좀 열어줘"라고 사라에게 말을 건다. 너무 정신없었기에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고양이를 무시하고 출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라는 고객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해야하는데 지하철에 노트북을 두고 내리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어쩔수 없이 '말'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는 순간 기절하고 만다. 사라는 병원에 가게 되었다. 호아킨이 와주었다. 호아킨은 별일 아니라며 요즘 힘들어서 그렇다고 사라를 위로해준다. 병원해서도 일시적인 쇼크인데 우울증과 과로가 함께 있다고 얘기해주었다. 사라는 그래서 요즘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오랜만에 호아킨의 얼굴을 마주한다는 사실과 그동안 너무 대화가 없어 여러가지로 오해도 있었기에 함께 대화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호아킨을 일을 하다가 나온거라 다시 일을 하러 가야했다. 사라의 회사에서는 일은 잘 마무리할테니 이번 기회에 좀 쉬라고 휴가를 주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해왔고 쓰러진김에 그동안 못쓴 휴가를 내면서 사라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출근하기 전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고양이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병원에 다녀온 후에도 고양이는 "문 좀 열어줘"라고 사라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사라는 대화가 필요했기에 고양이를 집으로 들이게 되고 그렇게 고양이와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너무 많이 지쳐있던 사라. 그래서 호아킨이 퇴근하면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호아킨은 피곤하다고 대화를 거부했다. 나중에 사라는 호아킨이 2년동안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충격을 받아 집을 나온다. 자신이 잘못을 하고도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2년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지낸 그 시간들의 배신감으로 헤어짐을 결심한다. 하지만 사라에게는 돈도 별로 없었고 이 곳에 아는 사람도 없었다. 알고 지낸 사람도 다 호아킨을 통해서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혼자인 삶을 결정하는게 쉽지 않았다. 그럴때 그녀의 곁을 함께 있어준건 '시빌'이었다. 자신을 '시빌'이라고 소개한 고양이.
호아킨과의 이별 후 너무나도 힘든 그 상황에 '시빌'은 큰 힘이 되어주었다.'나보다 절망적인 사람은 없을꺼다', '나보다 최악인 경우는 없을꺼다'라고 자기비관을 하고 있을때 '시빌'은 사라가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새로운 집을 구하는 것도 도와주고 그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시빌'은 그녀와 훈련을 시작한다.
'시빌'과 함께하는 훈련이 쉬운 것은 아니였다. 걸을때도 주변을 돌아보며 나무, 꽃, 새등 색깔과 소리를 기억하도록 주위를 귀기울이고 잘 보고 걸어다니도록 훈련해주고 고기가 아닌 과일만 먹으며 때로는 금식을 하며 음식의 소중함과 이유없이 살생당하는 동물들의 소중함도 일깨워주었다. 일을 할때도 순간순간 요가를 하도록 강요했으며 절망에 빠진 순간 자신보다 정말에 빠진 많은 일들이 있을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그건 내가 나자신을 벽에 가두고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고 그 벽을 깨부시고 나오게 해줄사람은 다른사람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내몸과 마음을 돌보는 법, 좋은 일에 감사하고 나쁜 일을 받아들이는 법, 내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법, 어린 시절의 꿈을 따라가는 법, 닫힌 방의 벽을 부스는 법, 나의 동물적인 천성을 발견하는 법, 내 자신을 거울 속의 형상에서 해방시키는 법, 마음을 열고 놀며 맛보고 듣고 관찰하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사는 법을 알려주었다.
모든 것을 알려주어서인지 어느순간부터 '시빌'은 사라와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때 사라는 모든 훈련이 끝났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정말 '시빌'이 나에게 말을 걸어 훈련을 시켜주었던 것인지 아니면 나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인지 믿을 수 없었지만 고양이 '시빌'로 인해 자신이 많이 성장하고 상대를 용서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어쩌면 우리 마음 속에도 '시빌'과 같은 고양이는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벽을 만들어서 '난 이 벽안에서 나갈 수 없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가둬두고 살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절망 속에 빠져나올 수 있는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이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그것을 잊고 다른사람을 탓하고 나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 '나는 할 수 없다', '나는 못해'를 외치고 있는건 아닐까?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는 나 자신에게 보내는 메세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다. 행복해지자"라고..단순하게 소설로만 생각했는데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