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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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이 책의 느낌을 어떻다고 표현해야할까? 때로는 사람의 이야기인것 같고 때로는 물체들의 이야기인것 같다.

내가 사람일떄가 있고 내가 물체가 되곤 할때가 있다.
사람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듯하면서도 때로는 물체가 이야기하는것 같기도 하다.
또 때로는 동물인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면을 가지고 있었던 책이었다.
마치 음악의 선율처럼, 낮은 도에서 높은도까지.. 아니 더 많은 음을 넘나들듯 자유로운 영혼의 이야기들이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
황경신이 갖고 있는 감성은 이런거구나. 느꼈던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구름과 바람의 관계를 사랑에 비유한 이야기가 있었다.
사랑이 그렇듯 잡힐듯 잡히지 않는다. 그러면서 갈등은 커진다. 구름의 형태가 그렇듯 애초부터 구름의 마음은 단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날 구름은 바람을 위해 모든걸 걸기로 결심했다. 바다를 건너 불어오는 바람속으로 자신을 던진다.
하지만 구름은 산산조각의 형태로 흩어지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형태를 잃어버리게 된다.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가볍게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 그리고 구름을 어우르며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 바람.
사랑이란 이런 것이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고 끝나지 않는 구름과 바람의 사랑과 비슷했다.
어떻게 이렇게 비유할 수 있었을까?
잡힐듯 잡히지 않는 구름과 바람의 관계처럼 우리의 사랑도 그러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볼펜이 되고 싶었던 사람의 이야기도 있었다.
왜 볼펜이 되려고 했을까? 그건 인간의 자유의지도 지긋지긋하고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내가 태어난 이유, 내가 존재의 이유를 몰라서.. 그렇다고 그걸 찾는것도 싫어서.. 그렇기에 무언가를 쓰고 싶은 볼펜이 되고 싶었다.
볼펜은 무언가를 쓴다. 하지만 그마저도 자기의지는 없다. 그냥 쓰라는데로 쓰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볼펜처럼 살다가 볼펜들의 행성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게 볼펜이 되고 싶은 이유이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한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나도 그랬다. 아무 의지 없이 살고 싶었다. 
왜 사는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그 이유도 모른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게 힘겨울때가 있었다.
지금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너무 많은 생각들과 걱정들로 사는게 힘겨울때는 아무 생각없이 살고 싶어지는 무생물이 되고 싶은 것이다.


어느날 문득 내가 무언가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없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없는것이다.
그럴때 때론 '내가 깜박했나?', '내가 문제가 있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왜 이게 여기에 있지?'라며 '난 여기에 둔적이 없었는데.. 누가 옮겨놨나'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럴때 내가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너무 바쁜 나머지 정신이 없어서 깜박하거나 헷갈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의 건망증에 문제가 있구나. 내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구나.. 라고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럼 우린 또 다른 걱정하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럴때, 때론 내가 아니라 그 물체가 스스로 자리를 옮겼다고 생각해보자.
너무 많이 자리를 바꾸지 않는한에서는 용서해주자. 내가 잊었던 것이 아니라 그 물체 스스로가 움직인것이라고..
물체가 움직인다니..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의 정신이 조금 쉴 수 있도록 이해해주자.


계절들이 토론을 한다. 주제는 어느 계절에 이별하는게 괜찮을까?
애초부터 이별에 괜찮은 계절이 어디있겠는가? 그런데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심각하게 토론을 하고 있다.
왜 서로의 계절에 이별을 하는게 낫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건 그제서야 사람들이 그 계절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이 오는지, 더운데도 딱 달라붙어서 더운줄 모르고 여름이 지나가는지, 
단풍이 빨갛게 물들고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이 오는지, 나무들이 옷을 벗고 하얗게 눈이 내리는 겨울이 왔는지 모르기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그저 지금 자신의 계절이 지나가는지 사람들이 봐주길 바란것이다.
열띄게 토론을 하고 있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정말 웃음이 났다.


<반짝반짝 변주곡>에는 이렇게 우스운 이야기들, 
그런데 정말 한번쯤 그러면 안되는걸까? 라고 질서를 무시하고 싶은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빡빡한 일정같이 느껴지고 그 질서들이 무너지면 마치 무슨일이라도 일어날것처럼 사람들은 분주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질서가 무너진다고해서 무슨일이 생기는건 아니니까 조금 이해해주자.'
라고 생각하게끔 조금은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고 살라고 말해주는것 같았다.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반짝반짝 변주곡>
음악의 선율처럼 생각도 자유자재로 해보라고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 같다. 

때론 조금 이해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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