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청년. 그들은 항상 불안함을 느낀다. 마냥 어릴때는 아무 생각없이 뛰어노는게 좋았다.

하지만 조금씩 커가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청소년이 되면 모든 것이 뒤흔들릴때가 있다.

나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한 과정. 그 과정에는 많은 유혹들이 지나간다.

사춘기에 찾아오는 성의 정체성, 가족들의 불화, 미래에 대한 걱정 등 많은 고민들을 안고 우리는 청년의 시간을 보낸다.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전쯤은> 그런 청춘남녀의 이야기다.

책표지만 보고 제목만 들었을때는 연애소설에 가까운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뒤엎고 심각한 문제들을 잔잔하게 이어가는 이야기는 거북스러운 한편 편안하기도 했다.



에리는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통한다. 그녀는 학생 부회장이기도 했고 공부도 잘했다. 

싫은 소리도 할줄 모르고 거절도 모른다. 모두에게 완벽해보이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이 생활에 지치곤 할때가 있다.

'에리는 원래 착해'라는 말들이 그녀를 지금의 그녀로 가뒀을지도 모른다.

에리는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고민이 있다.

성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어렸을때부터 발육에 남다르기도 했지만 남자 못지않는 성욕을 갖고 있었다.

어린 시절 이상한 행동으로 엄마에게 혼난 뒤로 에리는 자신의 성욕을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었다.

또한 남자를 향한 성욕과 여자를 좋아하는 마음이 뒤섞인 자신의 몸. 

남자와 여자 둘 다 좋아할 수도 있지만 몸은 남자를 원해도 마음은 여자를 원해 자신조차도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기 힘들었다.



바다에서 서핑하는 것을 좋아하는 미쓰히데. 공부하는 것보다 바다가 좋았고 프로가 되고 싶었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진 후 엄마는 다른 남자와 함께 살고 아빠는 암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긴 하지만 미쓰히데는 혼자 살고 있다. 여자는 가볍게 만난다. 만나자고 하면 만나고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진다.

남들이 말하는 '오는 여자도 안막고 가는 여자도 안 막는'스타일이다. 

마지막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가끔은 여자와 자고 싶을때도 있다. 하지만 미쓰히데는 자신의 성욕을 통제못하는 남자는 아니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으려고 하는데 에리가 찾아왔다. 에리랑은 친한 사이는 아니다.

어느날 문득 나이든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모른척 지나간 적이 있었다.

다음날 에리를 마주쳤을때 곤란한 상황이었을까봐 그날 일은 모르는척 지나가기로 했다.

그외에는 말 한마디 섞어본적도 없는 그녀가 불쑥 찾아와 "미쓰히데, 나하고....잘래?" 라는 말을 한다.

이해할 수 없었다. 미쓰히데는 자신이 잘못 들었는줄 알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에리의 입에서 나올만한 말이 아니었다.

에리는 억지를 쓰면서 계약아닌 계약으로 잠을 자기를 청했다. 

거절하려 했지만 더이상은 물러날 수 없을 정도로 밀어부쳐 결국 에리와 잠을 자게 되었다. 

그 뒤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날은 미쓰히데가 원하면 언제든지 잠을 잤다. 그렇다고 연인같은 사이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둘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고 단지 방으로 들어가면 옷을 벗고 잠만 잔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아닌데도 미쓰히데와 에리의 몸은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이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쓰히데는 에리를 부르는 것을 끊을 수가 없었다. 

경험이 몇번 없던 에리였지만 지금까지 잤던 다른 여자와는 달랐다.

하면 할수록 묘하게 점점 더 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에리역시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원하는 몸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에리에게는 집을 나간 큰오빠가 있다. 여자와 집을 나간후로는 집에 연락한번 없었던 오빠였는데 에리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돈을 가져다 달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과 엄마에게 거짓말을 해서 받은 돈, 급한마음에 미쓰히데에게 빌린돈까지 모두 오빠에게 전해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큰 오빠는 자신이 알고 있는 오빠가 아니었다. 많이 말랐고 불안해 보였다.

돈만 받아가고 자신을 만났다는 얘기를 절대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또 떠나버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의 오빠는 함께 집을 나갔던 여자를 살해하고 도망중이었다.



미쓰히데처럼 바다를 좋아하던 미쓰히데의 아버지. 그의 목숨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약한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미쓰히데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는게 더 안쓰럽기도 하다.

얼마남지 않은 목숨 의료기기에 의존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숨을 쉬기 힘들다면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자식들에게 부탁한다.

미쓰히데와 누나로써는 절대 찬성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의견이 너무 확고해 결국 그렇게 해주겠다고 서류에 사인을 했다.

시간이 흐른 뒤 정말 미쓰히데의 아버지는 기기에 겨우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모두들 1초라도 더 살게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미쓰히데는 더이상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다들 매정한 아들이라고 어떻게 이런 사항을 너희들 마음대로 결정하냐고 비난하지만 

아빠의 성격을 잘 아는 미쓰히데는 버지가 원하는대로 해주기로 했다.



미쓰히데와 에리. 둘에게는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처음 알기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그들이었는데 어쩌다 서로의 처지를 알게되고 

세상에는 다른 사람에게는 말 못하는 자기만의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둘에게는 여전히 불안한 미래가 남아있다. 앞으로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디며 성장해야할지는 스스로의 몫이 될 것 같다.

미쓰히데와 에리처럼 어쩌면 많은 청소년들이 자산만이 가지고 있는 말 못하는 고민들을 안고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성적에 대한 것일수도 있고 가족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아무 걱정도 없이 살아갈 것 같은 사람들도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시간은 흐른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모두가 그런 고민쯤은 안고 살아간가는걸 안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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