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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 일러스트로 만나는 감성 여행에세이
봉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펼치면 예쁜 일러스트의 그림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스케치 되어 있는 그림의 중간중간 샛노란 모자를 쓴 여자가 있다.
그건 작가의 모습을 그린 것같다. 어디에서나 혼자 외로이 서있고 앉아 있는 모습들이 낯설지않다.
한국에서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싫어서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나라의 이곳저곳 누빈다.
처음 독일에 갔을때만해도 서울과 별반 다른 것은 없었다.
독일어를 할 줄 몰랐던 작가는 그곳에서도 혼자이긴 마찬가지었다. 그냥 방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지내기만했다.
왜 내가 이곳에 왔는지 모르게 몇달을 지내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길을 나서기로 한다.
그녀의 여행가방에는 스케치북과 기타와 여행하면서 읽을만한 책 한권이 들어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그림그리는 것이 좋았던 작가는 여러곳을 누비며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릴때는 오로지 행복할 수 있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그림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재밌었다. 보이는 모습을 그리고 그리고 싶은 모습을 또 그린다.
때로는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고 또 가끔은 가져온 책을 읽는다.
방구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지낼때는 살이 홀쭉하게 빠져 최저의 몸무게를 찍기도 했고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먹으면서 뒹굴거릴땐 또 최고의 몸무게를 찍기도 했다.
파리의 곳곳의 공원에서 길에서 어디서든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조금씩 생활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여행이라는것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둘러 또 다른 곳을 가기로 한다.
처음 여행을 가겠다고 한국에서 모든것을 정리했을때 '왜이렇게 짐이 많나?' 생각했던 마음들이 조금씩 홀가분해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버릴줄 알게 되었다. 떠남은 그녀에게 그런 것을 가르쳐 주었다.
산티아고를 거닐면서 조금씩 여행자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씻지못하는 날도 많았고 아무데서나 자는날들도 많았다. 급하면 여기저기에서 용무를 보기도 하고
먹을때는 먹고 먹지 못할때는 먹지 못하는 날도 많아졌다. 피부는 햇볕에 많이 그을리게 되고 누더기 옷을 걸치며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그렇게 걷고 또 걷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걷다가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별하고를 반복했다.
처음 몇개월은 힘들었는데 조금씩 익숙해지는 여행자의 삶.
하지만 이렇게 지내다보니 언젠간 끝이 있다는걸 알게된다. 조금씩 한국이, 내가 있던 장소와 사람들이 그리워지게 되었다.
한국의 모든것이 싫어서 떠났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꺼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한국이라는걸 깨닫게 된다.
2년여라는 시간동안 방황하면서 그녀는 알게 되었다.
활기를 띄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들이 싫었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여행길이 그녀에게 많은것을 가르쳐주었다.
사람은 여행을 하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안좋은것이든 좋은것이든 우리는 몸소 직접 겪어봐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작가도 그렇게 세상에 벌거숭이처럼 나와 많은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인생이 버겁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겨울때가 있다. 반복되는 일상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감각이 무뎌지게 될때가 있다.
누군가 손잡아주길 바라면서도 아무도 나를 건드려 주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즐거웠던 일들이 때로는 하나도 즐겁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감각이 무뎌질때도 있다.
나도 그런때가 있다. 너무 힘들어서 죽겠는데 또 시간이 흐르면 '그정도면 견딜수 있지 않았나' 후회스러운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또 다시 그 힘든 순간을 겪으라고하면 자신이 없다고 몸서리를 친다.
걱정해주길 바라면서도 그냥 모른척 지나가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모든것에 이중적인 양면이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행복한느낌이 들다가도 철저히 불행한느낌이고 함께하고 있다고 느끼다가도 혼자이구나를 느끼게된다.
그래도 그녀는 깨달음의 끝에 이제 웃을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웃고 있다.
또 다시 나를 찾아올 어려움들과 곤란한 상황들로 혼자이구나를 느끼게하고 힘들구나라고 느끼는 날이 찾아올것이다.
그래도 지금 이순간 행복하다면 웃자 라고 생각해본다. 남들이 볼때도 행복해지는 환한 미소로 예쁘게 웃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