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씨네 가족
케빈 윌슨 지음, 오세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부모가 행위예술을 한다. 처음 행위 예술이라는게 뭘까? 어떤걸 말하는가 생각해보았다. 나쁘게 말하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일수도 있다. 자기네들이 대략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연기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카메라에 담거나 기록을 한다. 모든것이 연기였다고 말하면 끝나는 일이긴 하겠지만 가끔은 경찰서를 다녀오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펭씨부부의 직업은 바로 그런 괴짜 행위예술가였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애니와 버스터는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부모님의 행위예술을 도와주게 된다. 그들의 의지가 아닌 태어날때부터 그렇게 태어난 사람처럼 부모님이 원하는대로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짜는 시나리오에 맞게 행동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들이 한 연기를 보며 평가를 한다. '이 순간에 울어야 하는데 넌 울지 않았어.' 그 순간마다의 시나리오가 준비되어져 있지만 아이들은 부모님이 원하는만큼의 연기를 해내지 못해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 펭씨 부부가 왜 이런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예술 퍼포먼스라고는 하지만 자녀들이 보기에는 그저 엉뚱하고 이상한 행동같아 보일뿐이다. 그리고 그런 행위로 사람들의 행동을 기록하거나 카메라에 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만약 나의 부모님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글쎄 나 역시 적극적으로 부모를 도울 자신은 없을것만 같았다.

 

 

 

어쩌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모든걸 잊고 이들의 시나리오에 놀아날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그것이 그들의 삶에 웃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기에 헛웃음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애니와 버스터는 더이상 부모님의 강요아래 행위예술을 할 자신이 없어 성인이 된 후 부모님 곁을 떠났다. 그리고 남매는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된다. 애니는 배우가 되어 영화에 출연을 하고 버스터는 작가가 되어 인기는 없지만 몇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그들의 인생이 잘 풀리지는 않았다.

 

 

 

애니는 원치않지만 연기를 위해 옷을 벗어야만 했고 그렇다고 유명한 배우가 되어있던것도 아니였다.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고 모두가 그녀를 미쳤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만 했다. 버스터도 몇권의 책을 내긴 했지만 대중은 물론이고 평론가들의 평가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불만들이 자신도 모르게 가득 차오르기도 하고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종종 잡지사일의 취재를 하면서 글을 쓰면서 살고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그들은 다시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찾게 된 부모님은 예전 그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 나이는 많고 늙으셨다. 부모님은 가족이 함께 모이게 된 것에 기뻐하며 또 다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그들만의 행위예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이탓인지 예전같이 않은 부모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안쓰러운 마음을 느낀다. 한번쯤은 그들이 마지막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한다. 그런데 어느날 부모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된다. 항상 어딜 가면 간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이들은 처음에 부모님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만 들었을때도 그들이 행위예술가라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지 않다는걸 느끼게 되고 아이들은 실종된 부모를 찾아가면서 진짜 스스로의 자신을 찾아가게 된다.

 

 

 

어쩌면 항상 부모님들에게 의지만 해왔기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게 하기 위한 부모님들의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 항상 의지하면서 살아왔고 그게 싫어 그들 자신의 의지로 집을 나와 살았지만 세상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자의든 타이든 어쩔수 없는 상황으로 다시 집에 들어오게 되었지만 자식들이 보이에는 여전히 자신의 부모님이 한심스럽게만 느껴졌을것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 어색해진 연기가 그들의 마음을 안쓰럽게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아이들이 자신들이 없을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놓은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부모님의 행위 예술이 어린나이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니나 버스터는 한 사건을 계기로 부모님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진짜 부모님의 곁을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하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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