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당신의 반대편에서 415일
변종모 지음 / 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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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마음에 와닿았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나는 누군가를 그리워 해본적이 없다고,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물론 누군가가 정말 간절히 그립다고 생각한적은 없었다. 때론 그 추억을 떠올리곤 하지만 그래서 가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나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상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거나 그 사람을 만난다고 달라지는건 없기에 그런 간절한 마음을 가져본 은 없었다. 그런데 그립지 않다는 그말 자체는 어쩌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가끔 생각하고 떠올린다는 것도 어쩌면 정말 그리운 마음일지도 모르니깐..

 

여행을 좋아하는 변종모. 그분은 늘 여행을 한다. 여행도 병이라던데 그래서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라는 책도 쓰셨다. 이 책의 제목도 어쩌면 맞는말일지도..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은 변종모의 415일간의 여행을 기록한 반성문이라 고백한다. 많은 여행을 하면서 다녀왔던 곳을 또 여행하기도 하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기도 하고..1년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떠돌아 다니면서 여행을 다닌다. 그렇기에 더욱 쓸쓸하기도 하고 텅빈 마음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그곳에서 새로운 모습을 만나기도 하고 많은걸 잃은만큼 또 많은걸 얻으며 배운다.

 

나는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했고 할 수 있다고해도 그렇게 장기간 여행을 할 자신은 없다. 그런데 그는 병처럼 여러곳을 여행한다. 길 위에서 만나게될 모든 사실에 대해서는 진심을 다하려 하고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 그 마음이 그에겐 여행이다. 이른 봄 독일로 떠난다. 그곳에서 누군가와 어디서 보자는 약속을 한다. 마치 4시에 명동에서 보자는 말처럼 외국에서 약속을 한다는것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진다. 비행기는 연착되고 그 시간안에 독일로 도착할 수 있을까 초조해지기도 하다. 하지만 약속한 그 시간 그 장소에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면 기쁘고 여행도 보람 될 것 같다. 아무도 없이 떠났던 여행이기에 그 약속자체가 너무 반갑고 행복할 것 같다. 그렇게 봄을 시작으로 그의 여행은 시작된다. 여름은 미국을 떠돌고 유럽을 거쳐 가을에는 터키,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로 떠난다. 여행을 하면서 아프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예상치 못한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두번 다시 볼 일이 거의 없다. 서로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나누지만 그건 정말 인사치레일뿐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짧은기간동안 친해졌고 믿을 수 있었다. 그런데 때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그 사실을 믿고 싶진 않지만 텅빈 곳에서 그 사람만을 기다리고 있을때 마음이 아파온다. 자신은 속은게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기다리면 올꺼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는걸 알게된다. 그렇게 여행을 하면서 배워하고 비워간다. 겨울에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이란을 여행한다. 다시 봄이 찾아오고 미얀마, 태국, 라오스를 여행한다.

 

왜 여행하냐구 물으면 자신이 반드시 이 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없어서라고 대답한다. 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곳에 내가 없었다고 생각해 여행을 하게 된다. 나스스로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지금 있어야 할 곳에 내가 있는것인지.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인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도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곳은 나에게 무엇을 해주는지 모르겠고 답답하다고 느껴진다.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이곳이 맞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를때 그 답을 찾고 싶어질때 여행을 떠나는게 아닐까? 그것은 공부가 될 수도 있고, 나를 찾기 위한 오로지 나 자신을 바라보기 위한 시간을 가지러 떠날지도 모른다. 물론 그 답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 답이 풀리지 않은채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여행은 무언가를 가르쳐 줄 것이다. 결코 헛된 여행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혼자 떠난 여행이기에 자신과의 대화를 가장 많이 보낸 시간이 될 것이고 그로인해 적어도 무언가를 얻어 오는 것은 있을 것이다. 많은걸 잃은만큼 많은걸 얻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온 것이다. 여행이 화려하게만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 고독이 있고 외로움과 그리움은 있을 것이다. 아무렇게 느끼지 않았던 가족들의 사랑도 그곳에서는 간절히 필요함을 느끼게 되고 내가 보호받고 살아왔구나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떠나지 않으면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모든것이 답답하고 짜증난다고만 생각하고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떠날수 없도록 자기자신을 붙잡기도 한다. 여행의 정답은 사람마다 각자 다른것이니깐.. 그 정답이 무엇인지 정의내리기는 힘들것 같다. 그는 다시 돌아왔고 언제 또 여행을 떠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긴 여행의 시간으로 인해 또 다른 삶을 살 것이다. 답답한 마음의 나에게도 그가 돌아본 여행의 이야기와 사진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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