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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아와 새튼이 - 한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 이야기
문국진 지음 / 알마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시체에 피가 묻어 있는듯한.. 그리고 죽은 시체를 말하는것처럼 차가운 파란몸을 표현한 것 같아보인다.. 처음 지상아와 새튼이라는 단어가 뭐지? 라고 생각했다. 들어본적이 없어서 제목만 보았을때는 사람이름인가? 싶을정도로 생소한 단어였다. 이 책은 한국 최초의 법의학자가 지금까지 자신이 겪었던 사건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사람은 죽었는데 사건현장에서 아무런 증거가 남지 않아있다. 그럴때 법의학자는 시체를 보고 단서를 잡아낸다. 그리고 피해자를 밝혀내는데 큰 도움을 준다. 올해 초 드라마 '싸인'을 통해 법의학자가 등장했던것 같다. 나도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다들 재밌다고 해서 얘기는 접해들었던 적이 이다.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참 흥미진진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싶기도 하고 역시 아무리 흔적을 지우려해도 시체는 무언가 말을 해주고 싶어하는구나. 느끼게 되는게 참 신기했다.
이 책은 그런 사건들을 극이 아닌 실제 문국진 박사가 겪었던 이야기를 사건별로 간추려 말해준다. 섬뜩할정도로 놀라게 된 사건들도 많고 여러가지 몰랐던 부분들을 깨닫게 되어 신기했다. 우리는 완전범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볼때 '이건 정말 완전 범죄구나' 싶을정도로 아무런 단서가 남아있지 않을경우. 그로인해 사건 공소시효가 넘기도록 범인을 찾지 못하고 그냥 포기해야 하는 그런 사건들도 간혹 있기도 하다.옛날이야 아무래도 과학이나 의학의 발달이 지금보다 좋지 않았기에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왠만해서는 완전범죄가 불가능할정도로 범인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손톱 밑에 묻어있는 작은 피부조직으로도 누구의 것인지 찾아낼수 있다. 뿐만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죽은지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두 가려낼 수 있다.
범인은 자신이 죽이지 않은것처럼 죽여놓고 자살한것처럼 꾸며놓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살을 했는지 타살당하고 자살로 위장했는지도 가려낼수 있다. 범인이 지능적이게 꾸며놓아도 시체는 그 모든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흉기를 가지고 자살을 할 경우는 대게 주저흔(주저하면서 생긴 손상)이 생기게 된다. 물론 정말 크게 맘먹고 죽으려 할경우 한번에 성공할 가능성도 없는건 아니지만 대게는 왠만해서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렇듯 이런 사건뿐만아니라 뺑소니를 당한건지 몸에 있는 상처로 어떻게 차에 치여 죽게되었는지도 아니면 죽은 시체를 뺑소니로 위장했는지 알 수도 있다.
성범죄에 관한 이야기는 사건현장들도 사건이 생기게 된 이유도 너무나도 처참했다.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것이 역시 성범죄가 아닌가 싶다. 사건 중 사이가 좋았던 삼형제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시고 삼형제가 같이 살고 있었다. 혼기도 되고 해서 먼저 형님을 장가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부인을 맞게 되어 삼남매를 키우며 살고 있었는데 남편이 어느날 박사님을 찾아와 자신의 아들들의 친자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생이 형수랑 놀아났다고 하기 때문이다. 총각들만 살고 있는 집에 여자가 들어오니 처음은 좋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혼부부의 방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에 동생들은 한창 흥분하고 자극받기 쉬운 때인지라 힘들었던 것이다. 어느날 형님이 읍에 나가고 동생들은 밭일을 하고 있었다. 동생중 둘째가 볼일이 있어 집에 갔는데 형수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가슴과 허벅지가 보여 그만 참지 못하고 형수에게 덤벼들었던 것이다. 형수는 남편인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시동생이었던 것이다. 막내동생은 둘째 형님이 돌아오지 않아 집으로 가보니 형수와의 장면을 목격하고 자신도 참지 못하고 형님에게 이르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관계를 맺은것이다. 그렇게 매번 지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형님이 그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친자확인을 하러 온 것이다. 물론 그자식들도 동생의 자식이어도 피가 섞여있는 자식이다. 비극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성범죄에 관한 이야기는 끔찍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때로는 살인을 할 의도는 아니였는데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죽이려고 했던건 아니지만 어처구니가 없게 사람이 죽게 된 경우이다. 그로인해 사건을 덮으려고 흔적을 없애려 하는경우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의 지상아와 새튼이에 관한 이야기. 지상아란 산모의 자궁 내에서 사망한지 오래된 아이를 지상아라고 한다. 한 부인이 분만예정일을 앞두고 산부인과를 찾았다. 태아의 상태가 좋아고 말하며 예정대로 분만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아이의 머리를 잡아 당기며 분만을 시도했는데 아이의 머리가 툭 떨어져 버린것이다. 알고보니 이 아이는 산모의 배속에서부터 죽은 상태였다. 자궁 내에서 사망한채로 오랫동안 침윤되고 연화되어 있어서 머리를 조금만 건드려도 떨어지게 되어 있던 것이다. 충분히 미리 알수도 있었지만 분명 의사는 진찰하면서 딴짓을 하고 있었기에 미리 알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 아이는 매독에 감염되어 죽었던 것이다. 매독이라는것은 성행위를 통해 감염되는데 감염되어도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요즘에 페니실린을 사용한 이후로는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또 최근에는 페니실린으로 인한 사고가 많이 생겨 의사들이 꺼린다고 한다.
새튼이란 어린 아이의 미라를 말한다. 시체가 썩지 않은 상태에 있는것이다. 옛날에는 산후에 갓난 아기를 버리고 간 엄마들이 있었다. 그로인해 아버지는 아이를 젖동냥하지 않으면 영양실조로 아이가 죽게 된다. 이 아이도 그렇게 죽게 되었다. 아이의 어머니를 찾아 넋이라도 위로해줄 생각으로 아이를 소금상자에 넣어 팔도 방방곡곡을 다니며 엄마를 찾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소금상자속의 어린아이가 미라가 되어갔다. 바짝 마른 어린애인데 소금이 또 수분을 빨아들여 시체의 수분이 급격이 소실되어 썩지 않은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보고 어머니 정이 그리워 죽어서라도 어머니를 보려고 썩지 않은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건해결하기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시간의 문제이긴해도 왠만해선 작은 흔적을 가지고도 범인을 알아낼수 있다. 하지만 또 그만큼 범죄도 능수능란 해지고 있다. 끔찍한 사건들이 매일 터지는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람들은 이제 그냥 죽이지 않고 잔인할정도로 사람을 살해하기도 한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다. 무튼 이 책으로 인해 흥미로운 사건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