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이블 - 그와 함께 밥을 먹었다
조경아 지음 / 미호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에세이는 사람을 느낄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해준다. <더 테이블>은 에디터 조경아의 테이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그 음식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담겨있다. 누구나 그런 기억이 있다. 특별한 음식을 먹었을때 누군가와 먹었는지 내가 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하는 그런 음식들.. 그리고 그런 특별한 음식을 먹고 다시 그 음식을 먹게 되면 '그때 그 상황에 누군가와 그걸 먹었는데.. '하면서 회상도 해본다.. 그 기억이 좋은기억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잊고 싶은 기억이기도 할 것이다.

 

조경아는 잡지의 에디터여서 많은 스타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스타들과 함께했던 그녀의 식탁을 이야기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이문세와 박상원과 함께 먹었던 식탁.  스코틀랜드는 세끼 모두 육류를 먹는다고 한다. 그 곳 사람은 고기도 많이 먹고 소금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많이 피운다. 행복하게 먹으면 행복해지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늘 즐거운 식사를 한다. 조경아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특별한 손님에게만 주는 음식 해기스를 먹어본다. 양이나 송아지의 내장을 다져 오트밀과 섞어 그 위장에 넣어서 삶는 요리인데 입맛에 맞진 않지만 분위기에 취해 즐거운 식사를 한다.

 

연극배우 박정자를 만나 청담동의 난시앙을 갔다. 여배우들과 밥을 먹을때는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부분이있다. 식사를 편히 할 수 있도록 연예인을 신경쓰지 않는 장소여야하며 여배우들에게는 이미지도 있으니 먹기 불편한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선택한 난시앙은 따뜻한 만두를 만드는 곳으로 햄버거처럼 경박하거나 파스타처럼 가볍지 않는 음식이었다. 이곳에는 만두말고 상해식 돼지갈비가 있다. 이 음식을 먹을때는 뼈와 함께 나오는데 박정자는 그 음식을 먹지 않았다. 뼈와 함께 뜯어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조경아는 직원에게 뼈를 발라 줄수 없냐는 요구를 했다. 그런 부탁을 한 손님은 없었고 그렇게 발라내면 그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좋으니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역시나 고기는 그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 음식들이 있다. 먹고 싶은데 상황에 따라서 먹을수 없는 음식들. 그때 조경아도 그랬을 것이다. 게걸스럽게까진 아니더라도 손으로 뼈를 들고 발라내어 먹고 싶었지만 그런 자리가 아닌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음식을 다시 한번 제대로 먹어보겠다고 다짐해본다.

 

결혼식 피로연으로 예약한 레스토랑을 당일 취소했다. 특별한 레스토랑이었기에 그곳에서도 특별히 신경써서 준비해 주었다. 하지만 신부였던 조경아는 속이 너무 안좋아 그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취소했지만 레스토랑의 주인은 불쾌해 한다.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신경써서 준비했는데 그 모든것이 취소가 되어 언짢을순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조경아도 불쾌했다. 맛있는 레스토랑이라 자부하지만 때로는 그런 불편한 기억들이 다시 그곳을 가고 싶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그밖에도 만두의 기억. 어린시절 먹었던 만두중 물만두와 통만두가 있었다. 어린 조경아는 물만두를 엄마만두라 부르고 통만두는 아빠만두라 불렀다. 그런 기억이 지금도 버릇처럼 나와 엄마만두와 아빠 만두를 찾곤한다. 때로는 어딘가에서 맛있는 음식집을 발견하고 엄마와 함께 가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엄마의 병이 악화되어 엄마는 그 음식을 회복이 될때까지 먹기가 힘들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을때 생각나는 사람. '아. 누가 이 음식을 좋아하는데...', '이 음식 맛있네 누구랑 담에 또와야지.. '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음식들.

 

쌀국수에 있던 고수라는 야채를 먹어보고 수세미맛같아 다시는 먹고 싶지 않아 쌀국수를 시킬때 고수를 건저내거나 때로는 빼달라고 주문한다. 베트남 가서 고수를 빼달라고 아는 사람한테 배운말로 부탁해보지만 오히려 고수가 한 가득나온다. 나라마다 그 음식을 말하는 말이 다르고 그러다보니 매번 고수는 쌀국수에 함께 나온다. 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싶으면 다시 그 음식을 먹게되는 기회가 줄어든다. 그런 기억들.. 집에서 10년이상 키워온 강아지를 보내고 먹었던 샌드위치,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칭찬을 받았던 닭발, 연말 예약없이 레스토랑에 가서 좋은기회로 자리까지 얻어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했던 저녁식사,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을때 김치라고 말하고 싶다던 조경아.

 

이 책은 그런 그녀의 테이블 이야기이다. 그 테이블에서 그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이야기들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누군가와 밥을 먹고 때로는 혼자서 밥을 먹기도 있다. 기쁠때도 슬플때도 늘 밥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러기에 누구에게나 테이블에서 함께 했던 사람과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 있을것이다. 나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누구랑 가장 근사한 식사를 해봤더라? 내가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뭐였더라. 내가 이 음식을 먹었을때 누구 생각이 났더라 '등등. 작게 시작해서 크게까지 많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함께여서 좋았던 자리도 있었을 것이고 불편했던 자리도 있었을 것이다. 좋았던 기억들도 잊고 싶어지는 순간도 찾아온다. 테이블에서의 음식이 때론 그렇다. 맛있었던 음식이지만 불쾌했던 기억으로 다신 그 음식도 그 장소도 가고 싶지 않다거나 맛은 별로였지만 함께했던 사람들로 인해 다시 찾고 싶어지는 그런 날들.. 그런 나만의 테이블을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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