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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 길 위에서 만난 나누는 삶 이야기
박영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9월
평점 :
많은 고생을 해서 너무 많이 헤져버린 손이 눈에 들어온다. 젊었을적 얼마나 고생했을까? 이 손은 과연 할머니의 손일까 할아버지의 손일까? 책의 표지는 여러가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고생들을 해왔길래 저렇게 손이 낡아버렸을까.. 나이가 들면 손도 얼굴도 주름이 늘게 마련이지만 이들의 손은 그 주름과는 다른 사연이 있는것 같아보인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는 시간. 르포 작가 박영희는 자신도 어려운 삶을 살고 있으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는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12인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이들의 손에서는 아름다운 나눔의 실천으로 세월의 흔적만이 아닌 또다른 삶의 무게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모두들 나이가 일흔, 여든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셨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아픔인 식민지 시대와 전쟁까지도 겪으면서 삶을 살아오신 분이다. 누구보다 아픔이 많고 그때 당시의 기억은 지우려해도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평생 마음속에 남아있다. 박스를 팔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 김영권, 배추선 부부. 김영권씨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 군대시절 폭약의 영향으로 그때부터 귀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청기도 끼울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목소리가 커졌다. 혼자 고물을 주으러 다니면서 할머니 배추선씨는 걱정이 많았다. 그렇게 두분은 함께 고물을 주으러 다니면서 한푼 한푼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행이 TV에 나오면서 그들을 도와주려는 이웃들이 생겨나 지금은 조금 쉽게 고물을 주으러 다니게 되었다고 말한다. 버거씨병에 걸린 노윤회씨.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었다. 휠체어를 타면서 담배가게를 하고있다. 갑자기 닥치게 된 병으로 아내는 가지고 있던 돈을 가지고 도망가버렸다. 자식을 혼자 키우면서 죽으려고 다짐도 했었다. 술을 마시며 지내다 그를 붙잡아주고 도와준 사람은 이웃들이었다. 힘들어하는 그에게 힘내라고 담배가게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로인해 그도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이옥선씨는 아직도 그때를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나라를 잃은 슬픔 그로 인해 받은 고통. 몸의 고통으로 자식도 낳지 못하고 해방된 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정신이 나간사람처럼 넋이 나갔다고 한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군인은 정말 무섭다고 말하며 가족을 떠나 속리산의 미륵을 찾아 그동안의 아품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남편을 만나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자신의 자식이 아닌 남의 자식을 자신의 자식처럼 키워왔다. 그리고 자신이 번 돈을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이웃들은 다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도 모르고 시집을 가던 시절 불량한 남편을 만나 욕먹고 때로는 맞고 여자와 바람나 버림받기도 하며 열심히 벌어놓은 돈을 가지고 도망가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자식들은 많고 남편 없이 혼자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이고 입혀야 하니 하루하루 허리 필날 없이 일하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낸 이들. 그들의 사연은 너무 가슴아프고 슬픈 사연들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힘든 시절을 보내고 안입고 안먹고 벌어놓은 돈을 이웃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다. 어찌 그럴수 있을까 싶다. 차라리 좀더 맛있는 음식도 해드시고 낡아빠진 옷들과 신발들 꽤매어 신지 않고 예쁜옷 장만하고 따뜻한 방안에서 지내면 훨씬 좋을텐데..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살 수 있다고 살아있는 동안 부귀영화는 누리지 못해도 그 돈으로 좀더 따뜻하고 넉넉하게 지낼 수 있을텐데..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잘입고 잘먹는 삶의 택하기 보다 그들의 마음속의 한과 자신의 자식에게 해주지 못했던 공부를 다른 어려운 사람들이라도 할 수 있도록 나눔을 실천한다.
모두들 그런 마음으로 살면 좋을텐데 그게 쉽지 않은게 이 세상인것 같다. 세상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흉흉한 일들과 흉학한 범죄들은 더 일어나고 말도 안되는 일들로 사람들을 점점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분들이 있기에 희망은 있다. 그들의 나눔이 주변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작은힘이 된다. 그런 분들이 많아지는 좋은 세상을 꿈꿔본다.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이 오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