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혹은 여행처럼 - 인생이 여행에게 배워야 할 것들
정혜윤 지음 / 난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정혜윤의 에세이는 두번째 접하게 된다. <침대와 책>을 읽었는데 그때 그 책을 두번 읽고도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느낌이 와닿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나에게 있어서는 왠지 난해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또 많은 분들이 이분의 책을 추천해준다. 이번에 여행이라는 제목에서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 읽어보았다. 물론 이번에 읽었을때도 조금 애매하게 난해한 느낌이 들긴했다. 하지만 지난번 책같은 느낌은 아니였다. 좀 더 편해진느낌이었다. 여행이라는 제목에서는 마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부제가 '인생이 여행에게 배워야 할 것들' 이었다.

 

여행이라.. 여행이라고 하면 마치 관광지 여행을 해야만 할것 같고 어딘가를 많이 둘러만 봐야할것 같고 많은 경험을 해야할 것만 같다. 하지만 <여행, 혹은 여행처럼>은 인생여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이미지였다. 정혜윤은 여러 사람을 만난다. 외국인 노동자, 시인, 한글을 막 공부하기 시작한 할머니, 지도 그리는 사람, 진딧물 박사등. 생각해보면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사람의 삶의 여행을 한다.

 

나이 많으신 한충자, 정반헌, 이명재 할머니. 그들은 노인 종합 복지관의 시 창작교실을 수료한 시문학 동아리의 회원이다. 이들은 일흔이 넘어서야 한글을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한글을 배우고 시까지 쓰게 된것이다. 한충자 할머니는 결혼하고 남편이 군대를 갔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할머닌 한글을 쓸줄 몰랐던 것이다. 당연히 읽을줄도 모르고 그래서 답장을 써줄 수 가 없었다. 그런 할머니는 일흔이 넘어서야 한글을 배우게 되고 50여년이 지난후에야 남편에게 답장을 써준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는 할머니들.

 

캄보디아에서 사진을 찍는 사진기자 임종진. 전쟁터였다. 그 위험한 곳에 사진을 찍으러 그는 갔다. 경제부의 사진기자로 백화점의 신상품 같은걸 찍으러 다녔다. 하지만 한번 이라크에 가서 비극적인 상황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그 일을 하게 되면서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것이다. 그래서 견디다 못해 다시 이라크로 갔다. 그 곳에서 많은 아이들의 죽음을 보고 또 그 상황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들도 만났다. 그는 그곳에서 증명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가족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그는 사진을 통해 삶을 알려주려고 했다. 인생을 알려주고 싶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여기 사랑이 있다고 표현하고 싶었다.

 

외국인노동자 소모뚜. 그는 돈을 벌러 한국이라는 나라에 왔다. 열심히 일하면 자신의고향 버마보다 훨씬 많은 돌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5년이 지나면 불법체류자가 되고 만다. 그들은 잘못한게 없다. 열심히 돈을 벌어 자신의 고향 가족들에게 매달 돈을 붙였다. 돈도 일한만큼 받았다. IMF도 같이 겪었고 월드컵 응원도 같이 했다. 하지만 결국은 불법체류자가 된다. 야근 수당도 받지 못하고 욕을 하면 욕을 먹고 신고하겠다고 협박받고 살아간다. 더 잘하고 싶지만 결국은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희망이 없어지게 되는것이다. 하지만 소모뚜는 당당히 요구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불법 체류 노동자들 농성 과정을 통해서 시위도 하고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지내다 난민신청을 했다. 패소와 항소 끝에 이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밖에도 나무 공부를 하면서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강판권 교수, 진딧물을 연구하며 박사학위를 받은 김효중 교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소년원도 왔다갔다 했고, 노동자로써 열심히 돈도 벌었지만 한순간의 사고로 모든 돈 모조리 잃고 인생의 많은 쓴맛을 보았지만 시 쓰는게 좋아 일하는 틈틈히 시를 쓰면서 등단한 송경동, 한사람에게도 필요한 지도를 제작하는것에 기쁨을 느끼는 송규봉 교수, 안재원 교수등. 그들의 삶과 생각에서 의미있는 여행을하는 시간이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타고난 운명이 좋아서 모든것에 막힘없이 술술나가는 인생이 있는가하면 또 어떤사람은 처음부터 꼬여 열심히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도 무언가 발목을 잡는듯 풀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인생에서든 분명 배울점이 있을 것이다. 인생또한 여행이다. 자신이 어떤 여행을 살아가는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만이 그 여행의 루트를 바꿀수도 있다. 과연 나는 이들의 인생에서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그리고 무엇을 배웠을까? 그리고 나의 인생은.. 나의 인생 여행은 앞으로 어떻게 가게 될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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