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내 인생의 마지막에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지 생각해본적이 없다. <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 는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호스피스'로이히트포이어'에서 일하는 고급 레스토랑 수석요리사 출신의 루프레히트 슈미트의 특별한 요리사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는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위해 요리한다. 충분히 고급레스토랑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 수 있었다. 요리를 하면서 혹시라도 남겨져 있는 음식을 보면서 자신의 음식이 맘에 들지 않아 남긴건 아닌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하면서 자신의 실력도 쌓고, 새로운것도 개발하면서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사회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든걸 버리고 이곳 '로이히트포이어'라는 호스피스의 요리사로 들어오게 되었다.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사랑하고, 꿈꾸고, 일을 한다.
죽음은 삶과 불과 한 발짝 떨어져 있을 뿐인데 말이다.
물론 가끔은 막연하게 '언젠가 죽게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것이다.
막연하게, 마치 그런 일은 아주 오랜 후에나 있을 것처럼. p7
난 호스피스라는 말을 최근에 알게되었다. 그런곳이 있구나. 그냥 요양원정도로만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살아가기 위해 일하고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죽어가는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들도 사고로 인하여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수는 있지만 이들은 당장 내일죽을수도 몇달 뒤 죽을수도 몇년 뒤 죽을 수도 있다. 죽음을 앞두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곳이다. 아픈사람들이 어떤 입맛이 있을까? 아프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보다도 입맛도 없을것이고 많이 먹지도 못하고 자극적인 음식들도 입에 댈 수 없을것이다. 또한 건강을 생각해서 가려먹어야 할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그런 음식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자신의 음식의 평가를 기다려서는 안된다. 루프레히트 슈미트는 처음 이곳에서의 생활 적응이 힘들었을것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하나하나씩 깨달아 간다.
정해진 식단대로 식단을 짜기보다는 한사람 한사람이 무엇이 먹고 싶은지에 귀 기울이며 그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그들이 원하는것을 그리고 그맛을 살릴수 있도록 요리를 한다. 마지막 순간이여서 그런지 어린시절에 맛보았던 어머니의 맛이라던가 특별한 순간에 맛보았던 음식이라던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먹었던 그 음식들.. 물론 함께 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고 그때 만들었던 요리사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똑같은 맛을 낼 수는 없을것이다. 하지만 루프레히트 슈미트는 그때 그 상황을 생각하고 그때 그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려고 애쓴다. 누군가는 그에게 피해가 된다고 자신이 먹고 싶은것을 선뜻 말하기 힘들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말한다면 예산에 있어서도 힘들지 모르지만 모두 서로 양보하면서 요리사는 되도록이면 그들이 원하는 요리를 만들려고 애쓴다.
입맛이 없기때문에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도 한 숟갈 두 숟갈씩 밖에 못먹는 일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들이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그러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다 먹으면 더할 나위없이 기쁜것이다. 하루하루 사람들이 죽어간다. 죽은 사람들에게 가장 미안한건 그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거나 혹은 그 사람이 먹고 싶어했던 음식을 조금 미루다 만들어 주지 못했을때 루프레히트 슈미트는 더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왠만하면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환자에게 그 음식을 바로 맛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가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리를 먹는 환자들도 또 그 가족들도 힘들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힘들모습을 환자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 정말 쉬운일이 아닐수 없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일을 누군가를 위해서 일한다는것. 그 자체가 쉬운일이 아니다. 하루하루 사람들은 죽어가고 그런 장면을 늘 봐야하는 일상이다. 잘 지냈던 사람이 내일당장 죽는다는게 당연한 곳이지만 그는 그래도 모두와 소통하려고 애쓴다. 일부러 정을 때려하지 않고 그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나도 생각해보았다. 내가 만약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난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을까? 사실 한번도 생각해본적이없다. 내가 죽어가는걸 알고 있다면 나 역시도 입맛이 없을텐데 먹고 싶은게 있긴 할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정말 그런순간이 온다면 정말 특별한 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요리가 가장 생각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당신은 삶의 마지막 순간 어떤 식사를 하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