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보면 웅진 모두의 그림책 49
김지안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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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싶어지는 그림책. <달리다 보면> 김지안 작가님의 신작이 출판되었다. 아기자기한 그림책 <내 멋대로 슈크림빵>, <감귤기차>.<알밤 소동> 등 귀여운 캐릭터와 만화 같은 형식의 그림책으로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님이시다. 작가님의 책은 만화 형태처럼 캐릭터마다 대화를 하고 있어서 읽을 때 말풍선이 많아 읽어주기에 조금 힘들지만 각 캐릭터마다의 성격과 특징이 있다 보니 아이들은 좋아한다.



뚜고라는 캐릭터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뚜고는 평범한 직장인.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차를 몰고 회사로 출근하는 길이다. 차는 꽉꽉 막혀있고 늘 피곤한 뚜고씨.. 평소보다 더 밀려서 뉴스를 들어보니 길목에 사고가 났다고 한다. 뚜고씨는 네비를 켜서 다른 경로를 찾아본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에서 요정처럼 생긴 '노별리'가 등장한다. 답답해서 나온 내비게이션 '노별리'는 평소에 이런 길이 있었나 싶은 정도의 길을 뚜고씨에게 안내한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나니 못 봤던 길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회사를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긴 하지만 뚜고씨는 노별리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계속 달린다. 구름 침대에서 잠시 쉬어보기도 하고 푹 잠을 잔 뒤 휴게소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그동안 엄마가 싸주었던 아침밥이 생각난다. 바쁘다고 서둘러 나가는 뚜고씨에게 김싼 밥이라도 한 입 먹이고 싶었던 뚜고씨의 엄마.. 집에 가는 길에 엄마에게 꼭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뚜고씨..




어차피 늦은 거 뚜고씨의 마음이 편해졌다.

또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면...

바다가 보인다.

하지만 뭔가 평소와 다른 바다.

푸른 빛깔의 바다가 아닌 분홍 빛깔의 바다.

뚜고씨는 생각한다.



가끔은 잠깐 멈춰도

괜찮다는 걸.


별을 따라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하는 노별리.

뚜고씨는 엑셀을 꽉 밟으며 별을 따라 바닷길을 달린다.

어느덧 노별리는 사라지고 뚜고씨만 남는다.

과연 지금까지 뚜고씨는 꿈을 꾼 것이었을까?

누구든 그럴 때가 있다. '가끔은 멈춰도 괜찮다는 걸..'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조금 힘들지 모르지만 그래도 현실은 굴러간다. 내가 해왔던 엄마의 일도 그렇다. 가끔은 내가 없으면 과연 우리 집이 제대로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아이들, 남편의 역할이 조금 더 많아질 수는 있겠지만 분명 어떻게든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매일 엄마가 해주는 밥 먹었으니 때로는 사 먹는 밥을 먹을 수도 있고 매일 엄마가 책을 읽어줬어도 때로는 아빠도 읽어줄 수 있고 스스로 읽을 수도 있고.. 회사 일도 그럴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회사 사람들은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일도 '내가 아니어도 회사는 굴러가구나'를 발견하게 된다. 쭉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짧게.. 가끔은 그렇게 멈춰도 된다고 그림책은 알려준다.

그림책이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다. 누구나 그림책을 보며 다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이야기로 공감을 받기도 하고 그냥 그림만 봐도 재밌다. <달리다 보면>을 읽다 보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어쩌면 지금 현실에 조금 지쳐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아무 생각 없이 놀러 갔다 오면 기분이 딱 좋지만 막상 또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금세 힘들어진다. 그래도 모두들 그 잠시 멈춤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지안의 <달리다 보면>을 읽으며 힘들고 똑같은 일상에서의 지루함이 아닌 " 가끔은 잠깐 멈춰도 괜찮다"는 것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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