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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어보면 그 사람에 대해 조금 알아갈 때가 있다. 전혀 내가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그러면서 때로는 그 모습처럼 나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이 그렇다. 전혀 나 같지 않은 사람이라서 '나도 그러고 싶은데.. 나는 그런 상황인데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렇다. 몇 번 만나보지 않았고 그렇다 보니 잘 알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생이 늘 재밌어 보였다. 함께 있다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는 '살아온 환경이 다른가?'라는 생각부터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면 환경이 주는 영향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환경이든 그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각자가 정하는 거였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는 예전에는 사서로 일하셨고 지금은 번역가로 일하고 계시는 심혜경님의 에세이다. 공부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는 나에게 무엇이든 해보라고 일러주는 것 같았다. 내가 봤을 때는 뭐든 다 잘하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처음 들어본 에스페란토, 베트남어 등 많은 언어를 배우겠다고 포기하지 않고 사람을 모아 배우려는 모습도 흥미롭다. 보통 어려우면 포기할 텐데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는 욕심이 있던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잘하든 못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배운다. 그렇게 방송통신대 3학년으로 편입해서 또 배운다. 겨우 학점을 따내더라도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 언어를 배워서 책 한 권만 읽어도 되고 영화 한편 중 알아듣는 말이 하나라도 나와도 된다.
나도 한때 꿈이 사서였다. 그래서 더욱 심혜경님이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고 대여, 반납도 출근하면서 바로 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욱 멋진 일이 있을까? 근데 나는 심혜경님처럼 처음부터 책을 좋아했던 게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조차 몰랐고 30대가 다 되어서야 책을 좋아했기에 그때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늦더라도 도전이라도 해봤을 텐데.. 지금은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버려 다시 도전하기에는 지금 내 상황이라는 얄팍한 핑계를 대며 꿈을 접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매력적인 직업이고 나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든다.
근데 심혜경님도 처음부터 사서가 되려고 했던 게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국어국문과를 나와서 교생실습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사서교사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처음부터 번역을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 또한 책을 좋아해서 읽고 싶은 책을 빨리 읽고 싶어서 원서를 읽고 그로 인해 또 우연한 기회에 번역에 대해 배우며 좋은 사람을 만나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냥 하고 싶은 공부를 했을 뿐이다. 번역가가 되기 위해 번역 공부를 하기보다 어떤 것인가 알아보기 위해.. 그러다 잘 맞는 일을 지금까지 쭉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모든 게 다 잘 되었던 것은 아니다. 다양한 악기도 배워보고 태극권이라는 것도 배워보고.. 중도 포기한 것들도 많다. 하지만 돈과 시간만 낭비했다고 생각하진 않은 것 같다. 해보고 싶은 것을 했을 뿐이고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하나라도 알아가면 된다. 그래서 배우면서 부담 없고 누구에게든 말할 수 있고 인생을 재밌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뭔가 시작하면 결과물이 꼭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와는 달랐다.
언제나 가방에 책 3권을 들고 다니신다. 그때도 그랬는데 지금도 그렇다. 언제든지 읽을 수 있도록..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해서 무슨 공부 할까 여전히 고민하시고 지금도 다양한 독서모임과 언어 공부를 계속해가고 계신 것 같다. 그렇게 나도 나이 들어가고 싶다. 나 역시 아이들 키우면서 손가는 일이 줄어들게 되면 무언가를 해야 하니깐.. 난 그게 재테크 공부라고 생각했다. 물론 미래 중요하다. 나의 노후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데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혜경님도 돈이 되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여전히 돈 버는 일도 하면서 좋아하는 일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러고 싶다. 돈 버는 일도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지금 찾아가련다. 지금 내 형편에 돈 써가면서 공부는 못해도 혼자 할 수 있는 공부라면 뭐든 해봐야겠다. 그리고 돈 되는 일을 찾아야지..
그런데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보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동네 언니'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할머니의 분위기보다 동네언니 느낌이 더 잘 어울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