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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대세이 - 7090 사이에 껴 버린 80세대 젊은 꼰대, 낀대를 위한 에세이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80년 대생을 '낀대세이'라고 부른 이 책의 작가. <낀대세이>는 80년 대생을 위한 80년 대생에 의한, 80년 대생의 에세이다. 요즘 기사에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MZ 세대다. 80년 대생부터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로 요즘 MZ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과 상품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요즘 경제와 소비 부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 세대를 아울러 일컫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에 80년 대생이 있다. 대부분이 30대를 보내고 있는 지금의 소비층. 그리고 낀 세대로 여러모로 위아래로 눈치를 보는 세대. 뭔가 젊은 꼰대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는 그런 세대.
회사를 다닌 지는 오래됐지만 내가 회사를 다녔을 때 나도 그런 걸 느꼈다. 그때는 그런 말이 없어서 뭔가 답답하면서도 위에서 말도 못 하고 아래에도 뭐라 하지 못하는 그런 가운데에 끼어있는 세대. 난 그게 너무 싫었다. 사회 부적응자는 아니지만 왜 하라는 데로 해야 할까? 그게 너무 싫어 회사 가는 게 싫었다. 그냥 일만 하라면 하겠는데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았다. 다들 그런 게 사회생활이라 참아야 한다며 어쩔 수 없다고들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어린 친구들이 회사에 들어오는데 엄청난 나이 차이는 아니었어도 내 비슷한 또래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80년 대생이 다르고 90년 대생이 달랐다.
특히 회식문화와 일을 다 했는데도 눈치 보느라 퇴근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싫었다. 80년 대생의 대부분들은 싫다는 것을 알면서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타입들이었다. 70년 대생은 조금 즐기는 분위기였고.. 그리고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들과 주변 이야기를 들으니 90년 대생은 너무도 당당하게 자기 일만 하고 집에 가고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이야기하는 친구들이라고 한다. 본인도 그러고 싶지만 감히 그럴 수 없이 눈치만 보는 것은 결국 80년 대생 낀세대이들..
이 책도 그런 맥락과 함께 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그만두어 모두 공감하긴 어렵지만 80년 대생 그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처음 컴퓨터를 쓰던 시절, 그리고 나우누리, 채팅, 싸이월드, 삐삐와 삐삐 번호에 담긴 의미들. 한편으로는 추억이 되면서도 이런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왠지 모르게 내가 촌스러운 사람이 되었고 이제 나이를 먹었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또 읽다 보면 재밌게도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함께 나눌 이가 주변에 없다.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는 재미없는 이야기다 보니 혼자서 텔레비전 보며 그 시절을 추억하곤 하는데 책을 통해 "맞다 그랬지.."라며 잊고 있던 지난 시절을 회상해 볼 수 있었다. 이제 너무 훌쩍 나이 들어버린 것 같은 그런데 그 시절 우리가 했던 고민들은 이제 와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씁쓸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낀대세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왠지 좀 불쌍한 것 같은 느낌이 들다가도 생각해 보면 많은 역동적인 변화를 가장 많이 겪은 세대라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다 있었던 세대와도 다르고 너무 없이 자란 세대와도 다르다. IMF, 금융위기 등 다양한 일을 겪어왔고 변화의 중심에 있진 않아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이들이 소비의 중심에 서 있는 80년 대생. 그런 지금 낀세대이를 사랑해 주고 싶다. 내가 그런 나이니깐. 무언가를 하기에 뭔가 어정쩡한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은 나라고 여겼는데 생각해 보면 아직 늦지 않았고 아직은 그래도 뭔가 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것. 나이 든 사람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뭐 못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끼어있는 세대지만 그래도 당당해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어디 가서 꼰다 짓 하지 않도록 조심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