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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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와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아저씨에게 '아빠'라고 부른다. 하지만 진짜 아빠는 아니다. 그들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불사조를 꿈꾸는 여우 서호가 그들이 죽음으로 가는 문턱 길에 하나의 제안을 한다. 49일 동안 살아있을 수 있는 시간을 줄 테니 그들의 피를 달라고 한다. 천 년 동안 천 명의 뜨거운 피를 마셔야 서호는 불사조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죽은 목숨 아저씨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는 15살 도영도 아저씨의 설득으로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한 그들의 모습으로 다시 이 생에서 살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은 본인 그대로이지만 모습은 본인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정해진 장소에서 절대 나오면 안 되었다. 그들은 식당 하나를 차려달라고 했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부자'의 관계로 한다.

아저씨는 죽기 전에 만날 사람이 있어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도영은 이생에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은 것도 없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자신을 너무 싫어하는 이복 형과 또 너무 싫어하는 할머니만 있을 뿐.. 그들도 어차피 도영의 죽음에 관심 없을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죽은 목숨 조금 더 살아있는다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얼떨결에 제안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서호는 그들에게 식당 하나를 차려주었다. '구미호 식당' 이곳에서 49일을 지내고 절대 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만날 사람이 있기에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날 아저씨는 다시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큰 고통이 따랐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식당의 메뉴를 정하고 그 메뉴 중 '크림말랑'을 홍보했다. 찾고 있는 사람을 직접 찾아 나설 수 없다면 그를 찾아오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저씨는 죽기 전 유명한 호텔 레스토랑의 셰프였다. 정말 요리를 잘했다. 도영은 지금까지 태어나서 먹어보지 못했던 특별한 맛에 감동받았다. 아저씨가 파는 메뉴는 특별해서 손님이 점점 늘었다. 아저씨는 요리하면서 자신이 찾고 있는 사람이 오나 늘 지켜보았다. 그러다 가게가 너무 잘되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게 되었다. 자주 드나드는 할머니에게 부탁하여 면접을 보러 온 아르바이트생은 도영의 친형이었다.

아저씨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행을 하다가 사고로 죽었고 도영은 친구의 오토바이를 훔쳐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해 죽었다. 그들은 49일 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거와는 다른 진실을 만나게 된다. 너무 사랑했던 사람의 마음도 너무 미워했던 사람의 마음도.. 자신이 생각하고 싶었던 데로 생각했고 그들을 오해했다. 그것을 죽은 뒤에야 알게 된다. 그동안 그 미움으로 허무하게 보낸 시간을 아쉬워한다. 물론 그들은 죽었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리고 그들은 늦게라도 다른 이들을 원망하고 지냈던 마음을 뉘우치게 된다.

요즘 코로나19로 세상이 시끄럽다. 병에 걸리면 죽는 사람들도 있고 완치되었다고 해도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죽음이란 것이 나에게 멀게 느껴지진 않는다. 아직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절대 그냥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결혼 전에 내가 지킬 것이라고는 없을 때는 그런 것들이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난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 그래서 죽음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덤덤하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책 속의 주인공처럼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진 않았다. 그들도 제대로 진실로 상대를 보았다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상처받으며 살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그렇게 살고 있진 않은지.. 나는 상대를 내가 보는 시선으로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반성을 해본다.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는 않았는지..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기 위해서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장난스러움이 아닌 진심으로.. 그러면 지금 살고 있는 지금을 좀 더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 남들처럼 뭔가를 하는 삶이 아닌 이젠 그냥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더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 요즘처럼 엉망스러운 삶이 어서 끝나고 예전처럼 그냥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구미호 식당>으로 인해 삶에 대해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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