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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마을 35
박예분 지음, 김태란 그림 / 책고래 / 2020년 7월
평점 :
지도를 보면서 아이들과 분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생겼는데 여기에는 보이지 않은 선이 있다. 그런데 그 위 쪽은 북한이라고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아래쪽은 남한,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원래 우리는 한 민족이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갈라졌고 지금까지 휴전 중에 있다. 아이들은 우리나라가 원래 더 컸는데 왜 이렇게 갈라져 있고 왜 아직까지 휴전 중에 있는지. 우리나라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이유가 궁금하면서도 아직은 어려서인지 크게 궁금해하진 않았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에 오면 언제 전쟁 날지 모르는 나라이기에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일본에 가면 언제 지진이 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듯 우리나라에 오면 그런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살고 있는 나는 그런 불안감을 느껴보진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때 거리에 지라시처럼 뿌려지는 신문이 평소보다 낯설었다. 신문은 사서 봐야 하는 건데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거리에 흩뿌려지며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때는 '아.. 이제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는 건가?'하는 부푼 꿈을 꾸었는데 그러고도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우리 형>은 분단국가가 되기 전의 평온했던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 평온함이 형의 군 입대로 바뀐다. 책 속의 주인공은 새해가 되어 열 살이 되었다. 그리고 열두 살 위 형과 네 살 동생이 있고 엄마 배 속에도 동생이 있다. 열두 살이나 많은 형은 나에게 부모 같은 존재다. 무엇을 하든 나를 응원해 주고 도와준다. 이불에 오줌 싸면 엄마 몰래 이불을 빨아주고 비밀을 지켜준다. 받아쓰기를 많이 틀려와도 너만 할 때는 형도 그랬다면 받아쓰기도 알려준다. 썰매도 만들어주고 딱지도 접어주고 그래서 친구들은 형이 있는 나를 부러워한다. 어느 날 늦게 들어온 형은 평소보다 다정하지 않았다. 그저 멀리 간다는 말과 함께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동생 잘 보살피라고 이야기한다.
다음날 아침 엄마는 울면서 형을 배웅한다. 형은 군 입대를 한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나는 형이 없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엄마에게 칭얼대는 동생을 보살펴준다. 이제 나는 형 노릇을 한다. 평소 나의 형이 해주었던 것처럼 동생을 돌보고 부모님을 도와준다. 막냇동생이 태어났고 100일이 지나 떡을 돌린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마을이 시끌시끌하다. 북한 인민군이 쳐들어오고 마을은 폭격을 맞아 집들이 주죠 앉았다. 마을에서는 더 아래 지방으로 대피하려고 움직인다. 최소한의 짐으로 온 가족이 피난을 간다.
피난을 간 곳이라고 안전하지는 않았다. 인민군은 혹시라도 군인을 숨겨주었을까 감시하고 잘 익은 벼를 모두 빼앗아 갔다. 마을에 경찰과 군인이 들어오자 인민군이 도망쳤다. 마을 사람들이 안심하기 무섭게 경찰과 군인은 인민군을 잡겠다고 폭탄을 던지고 인민군은 신고하면 무사하지 못한다고 협박을 하며 마을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 어느 날 낯선 군인 아저씨가 다리를 절룩이며 찾아왔다. 형과 같은 부대에 있었다는 군인은 작은 수첩을 주었다. 형의 비망록이었다. 형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른 채 곧 돌아올 거라는 말만 남긴다.
남북전쟁 때 정말 그런 군인이 많았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모든 것을 버리고 피난을 가야 하고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른 채 많은 목숨이 피해를 입었다. 내가 그 시대를 살아오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듣기만 해도 참 마음 아픈 이야기인데 아직도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그날만 되면 눈물을 흘리며 뿔뿔이 흩어져있는 가족을 그리워한다.
아이들은 어떤 내용인지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조금 슬픈 이야기라는 느낌은 받은 것 같다. 아직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나누어져 있는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당시의 아픔을 조금은 느껴보는 것 같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전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세월이 흘러갔지만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불안감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통일이 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너무나 다르게 살아온 환경을 빠른 시간에 하나로 합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때 당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통일이 꼭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결국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것을 옛 조상을 통해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남북전쟁에 대해 생각해보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렵지만 조금이나마 그림책을 통해 전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