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만나는 산책길
공서연.한민숙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학교 다닐 때 참 국사를 싫어했다. 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철없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안다. 역사는 지나온 시간이지만 지금을 위해서도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도 꼭 알아두어야 한다는 것을.. 만약 그때 좀 더 잘 알고자 하고 관심이 있었다면 서울에 살면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던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다시 그 길을 지나갈 수 있고 좀 더 역사의 흔적을 느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 역사의 흔적을 둘러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만나는 산책길>은 일부러 찾아가지 않더라도 서울에 살고 있다면 한 번쯤 들러봤던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산책길이다. 하지만 그 길을 지나면서 역사의 흔적을 인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 같다. 만약 우리나라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아, 여기가 이런 곳이었구나'라고 한 번쯤 회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든다.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는 정말 많은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공간이란 느낌이 많이 든다. 최첨단의 건물들도 많이 있는가 하면 그 주변을 둘러보면 과거부터 오랜 생활을 해온 가옥들도 많이 남아있다.

서울역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서울을 상징하는 역으로 사랑받아 오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서울에 살고 있어서 서울역에 대한 로망은 없지만 언제나 타지에서 성공하기 위해 들르는 역시 서울역이 아닌가 싶다. 서울역은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의 로망이 담겨있는 그런 공간인 것 같다. 건축물도 남다르고 어찌 보면 일제시대의 흔적이 느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요즘은 그 주변을 새로 공사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자연과도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역을 이용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종종 들렀던 서울역의 모습을 새로 만나보고 싶다.

왕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서울의 산책길이 있다. 그중 나는 정동길을 참 많이 걸었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화성시를 거쳐 진행하는 정조 능행차도 나에게는 낯설지 않은 공간 중 하나이다. 정동길은 산책하기 참 좋았던 길로 기억하고 있다.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고 걸었던 길이라 그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고종의 꿈이 담겨있는 길이라고 하니 새롭게 느껴진다. 내가 살고 있는 화성시에서 정조 능행차를 진행하는 현수막을 매해 보곤 했다. 작년에 한번 다녀오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아프리카 열병으로 모든 행사가 취소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참여해서 함께 배워가면 좋을 것 같다.

사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산책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길 중 하나가 문래동의 예술촌이다. 결혼 전 내가 살았던 동네이기에 낯설지 않다. 아쉽게도 내가 결혼하기 전에는 예술촌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지만 결혼 후 조금씩 문래동의 철강 골목이 예술촌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친정에 갈 때마다 그 길을 걸어보고 그곳의 맛집이나 카페를 들르곤 했다. 내가 살았을 때 이런 게 있었더라면 더 많이 와 보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옛 철강 골목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예술촌이 무척 활기차게 느껴진다.

또한 사람 냄새가 나는 곳 중 빠질 수 없는 곳이 재래시장이 아닌가 싶다. 내가 사는 곳의 재래시장은 마트가 생기기 전 동네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그런 곳이라 이 정도의 활기는 없지만 책에 나오는 재래시장은 마을 사람은 물론이고 더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그런 전통시장이다. 그래서 더 활기차고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 광장시장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통인시장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이다.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좀 더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대된다.

우리가 자유로운 삶은 살기까지 또한 많은 역사의 순간이 있었다. 최근 보았던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에서 남영동 대공분실. 이곳은 많은 이들이 고문을 받았던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고문을 받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심했던 고문의 고통 그리고 후유증. 어떻게 그렇게 살아왔는지 또한 불과 몇십 년 되지 않았다는 사실. 내가 태어났을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물론 많은 잘못된 부분이 있겠지만 또한 그런 시간을 거쳐와서 지금의 우리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또한 잘못된 역사를 바로 알고 그로 인해 지금과 미래에는 또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지 않나 생각해본다.

서울이라는 공간에서도 정말 많은 역사의 순간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물론 개발로 인하여 많이 없어지고 또 역사를 새로 인식하기 위하여 복원되는 경우도 많지만 역시 후손의 많은 이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공간을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해보길 기다려본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산책길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