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글쓰기 - 잊고 있던 나를 마주하는 하루 5분, 일상 인문학
권귀헌 지음 / 서사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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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책의 저자가 <엄마의 글 공부>를 읽어 보았다. 글을 써보고 싶었다. 사실 글은 작가만 쓰는 줄 알았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물론 내가 글쓰기를 연습해서 글을 잘 쓰게 된다면 한 번쯤 출판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내가 글을 쓰려고 하는 건 글을 쓰므로 내 마음을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정리 안되고 혼란스러운 내 마음을 표현하기엔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들긴 하다.

우리가 화나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는 그 순간 화를 내는 것보다는 잠시 침묵을 하고 있는 게 때론 도움이 된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상대에게 말을 해서 마음에 상처를 주기보다 글을 써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한 번 더 읽어보다 보면 내가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었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 것처럼 글은 지금의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기도 하고 과거의 일도 하나의 추억이 되게 해주고 미래의 일도 좀 더 긍정적으로 다가가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예전에 <엄마의 글 공부>를 읽고 나도 한번 써보자 싶은 생각에 써보았다. 물론 꾸준히 쓰기는 실패했다. 일기 쓰기는 종종 쓰지만 나의 하루가 아닌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글을 써보는 게 쉽진 않았다. 그래서 <엄마의 글쓰기>를 통해 다시 한번 어떤 글을 써볼까? 생각해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아들 셋을 키우는 아빠다. 아들 셋을 키우면서 글을 쓰기란 쉽지 않지만 아이를 돌보는 틈틈이 글을 쓰면서 엄마들을 위한 강의도 하고 이렇게 책도 쓰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고 엄마가 외롭고 힘든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엄마를 위한 글공부에 대한 책을 내게 되었다.

우리는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한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단한 글을 쓰는 건 아무나 쓸 수 없다. 하지만 자기 이야기는 누구나 쓸 수 있다. 글을 쓸 때 처음부터 대단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이 아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이야기한다. 하얀 종이, 또는 모니터 앞에 앉아서 '무얼 쓰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또는 쓸 거리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소재를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사물에 대해서 쓸 수도 있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주제를 제공해 준다. 처음에 글쓰기 소재를 찾는 게 어렵다면 이 책의 여러 소재를 통해 골라서 글을 쓰기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삐리리를 원한다', '어쩌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역할', '남편에게 애틋한 연애편지 써보기', '나이가 들었다는 신체의 변화에 대해' 등 다양한 소재를 제공해 준다. 생각보다 쓸 거리가 많고 우리도 충분히 소재를 생각해볼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책 중간중간에는 맞춤법에 대한 이야기와 어떻게 글을 써야 좀 더 가독성 있게 글을 쓸 수 있는지 소개해 준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거까지 신경 써서 글을 쓸 필요는 없다. 글쓰기에 익숙해진 뒤 좀 더 자신감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도 읽을 수 있도록 더 재미있게 글을 쓰고 맞춤법에 주의하며 쓸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엄마에게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생각해보았다. 처음 아이를 낳고 혼자 아이를 돌볼 때는 참 우울했다.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 말도 못 하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난 알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말 못 하는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유 없이 울어대는 아이에게 뭘 해줘야 할지 몰랐다. 그저 울면 밥 주고, 또 울면 기저귀 갈아주고 또 울면 재우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이유 말고도 아이는 잘 울었다. 그렇게 우울했을 적에 내 기분을 그나마 좋게 해준 게 있다면 책 읽기였다. 만약 여기서 더 나아가 글쓰기도 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아이가 많이 자랐고 말도 하고 그로 인해 그때만큼 울적하진 않다. 사실 애 둘보다 보면 울적할 시간도 없다. 이제 또 다른 것들로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그래도 아무 말도 못 한 아기를 키울 때보다는 훨씬 낫다. 매일 두 아이가 싸우느라 전쟁터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래서 내 기분을 울적하게 만들 시간은 만들지 않으니 다행이다. 이럴 때일수록 이제는 좀 더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 집안일을 완벽하게 하진 않아도 게을리하지 않은 선에서 시간을 내고 아이들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고 조용한 시간에 엄마의 글쓰기를 해봐야겠다. 어떤 소재로 어떻게 써야 할지는 <엄마의 글쓰기>를 통해서 하나씩 써 내려가야겠다. 때로는 내 손으로 때로는 컴퓨터에.. 아무 흔적도 남지 않은 지난 간 시간보다는 뭐라도 써서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힘들어도 내가 무언가 해냈다는 보람감이 있겠지만 아이를 돌보는 주부는 그런 마음을 갖기 쉽지 않다. 물론 아이가 잘 자라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아이는 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아이에게 뭐든 다 희생하고 살고 싶진 않다. 그러기에 나를 위해서 살고 싶다. 글쓰기가 나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줄지는 꾸준히 써봐야 알겠지만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좀 더 나를 사랑하고 그로 인해 우리 가족을 더욱더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않을까?

또한 글쓰기로 나를 알아가는 시간도 가져야겠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남편과 내 아이가 아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나를 마주하는 하루 5분 글쓰기. 나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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