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하루 - 어제처럼 오늘도, 알콩달콩 노닥노닥
미스캣 지음, 허유영 옮김 / 학고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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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좋아하진 않지만 고양이 그림이나 고양이가 나오는 책은 재밌다. 고양이나 개는 사람과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고양이의 하루>에 나오는 고양이들은 정말 우리가 살고 있던 시대의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지금 어린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왔던 80년대 초반의 모습이 딱 그랬던 것 같다. 대략 30~40년 전 정도의 모습. 그때 우리나라는 개발 중에 있었고 서울이고 시골이고 크게 다를 것 없는 모습이 이 책 속의 고양이와 비슷했다. 나의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이 가물가물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이라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 희미한 기억 속에서 생각나는 몇몇의 장면이 있고 가끔 TV 드라마에서 나오는 우리나라의 80년대의 모습을 봐도 딱 그런 느낌이다.

그때는 참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살았다. 아파트보다는 다들 1층짜리 집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골목골목 옆집 대문들이 다 보이고 들락날락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누구네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누구네 집에서 오늘 무슨 반찬을 하는지 다 알 정도로 이웃들과의 거리가 적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만큼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아 안 좋은 소문도 금방 퍼지거나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참 따뜻했다.

바쁜 부모들을 대신에 아이들은 서로의 집에서 모여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텔레비전도 본다. 시장에 가면 재밌고 신기한 것들이 많이 있다. 밤이면 이웃 어른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고스톱을 치기도 한다. 주말이면 목욕탕에 가서 때도 밀고 때로는 같은 반 친구를 만나 찬물에서 신나게 수영을 하면서 보내기도 했다.

<고양이의 하루>속에 나오는 고양이들처럼 참 따뜻하고 훈훈한 기억이 많았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라는 제목의 이야기 속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잠꾸러기 아기 고양이가 엄마 부르는 소리에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어.

이불 널고 창문 닦고 나른하게 앉아 햇볕을 쬐면

털이 한 올 한 올 햇빛을 머금고

폴폴 날아오를 듯 보송보송 해져.

오래된 양옥집 2층

앙증맞은 화분 놓인 창틀 밖으로 널찍한 발코니가 있어.

낮은 담장을 넘어가면 이웃집 마당에서 술래잡기를 할 수 있지.

산책 나온 달팽이가 느릿느릿 지나가고 종이비행기가 막 날아오르려 해,

아침 바람에 펄럭이는 이불 아래 아기 고양이 네 마리가 조르르.

아, 아름다운 하루가 또 시작되는구나!

P34

하루가 시작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고양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지금보다는 좀 더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오래된 2층 양옥집도, 널찍한 발코니도 정겨운 느낌이 난다. '여름엔 수박이 최고야'에서 고양이들이 마루에 걸 터 앉아 수박을 베어먹는 모습만 봐도 한여름의 시원함이 느껴진다. 집에서 생선을 굽고 있을 때 생선을 들고 도망가는 고양이, 엄마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 때 밀어주는 모습, 바니안나무 가로수 아래에 장기 두고 있는 고양이들, 맛있는 도시락을 먹기 위해 기차를 탄 고양이, 분주한 고양이 시장, 오토바이 하나에 고양이 다섯 마리나 탄 모습 등 다양한 고양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냥 웃음 짓게 된다.

어린 시절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 지금은 그런 따뜻한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아쉽기도 하고 무섭기만 한 고양이들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고양이의 하루> 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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