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그림 책 한 권 퇴근 후 시리즈 3
윤정선 지음 / 리얼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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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읽다 보면 참 신기하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아이들은 참 잘 발견한다. 읽어주기에만 바빠서 제대로 그림을 그려다 보지 못하는 나에게 아이들은 그림책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는 책을 볼 때 그림부터 보게 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한글을 읽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림보다 한글을 집중해서 본다고 한다. 한글을 빨리 읽는 것도 좋지만 그림책을 통해 그림에서 느껴지는 모습을 아이가 더 바라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퇴근 후, 그림책 한 권>은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 꼭 직장인이 아니어도 된다. 바쁘고 고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그림책 열네 권을 소개해준다. 아이들 책을 읽어주면서 나도 그림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 속에 소개된 책 중 단 한 권 밖에 읽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책들이 어떤지 너무 궁금했다.

그림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한다. 그리고 다양하게 상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느낀 점을 다른 이는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다른 이가 느낀 점을 내가 느끼지 못하기도 하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림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책을 살펴보면 내가 누구인지 모를 때 읽어보면 좋은 책, 내 마음이 우울할 때 읽어보면 좋은 책, 행복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책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민, 걱정,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 마음은 이런데 저 사람은 행복해 보이는구나"라는 식으로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해가며 내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저마다의 아픔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가진 게 많다고 모두가 행복한 게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단지 뭐든 남들과 비교하면서 행복의 기준을 재곤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마음의 병을 앓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의 걱정들을 그림책을 통해서 치유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첫 번째 파트에서 내가 누군지 모를 때 읽으면 좋은 그림책을 소개한다. <진짜 곰>이라는 그림책이 기억에 남는다. 서커스에서 일하고 있는 곰, 서커스에서 공연하기 위해서는 곰은 여러 가지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대에 서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어느 날 공연 관객 중 꼬마가 "너는 진짜 곰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한다. 그 뒤 곰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서커스 장에서 나와서 내가 누구인지 찾아 나선다. 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곰은 다시 서커스 장에 돌아온다. 그런데 그동안 연습을 하지 못해 이제 무대에도 설 수 없게 된다. 다시 곰은 숲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옷을 벗고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진짜 내 모습이 아닐 때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건 네가 아니야"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 순간 '나는 누구지"라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그림책인 것 같다.

세 번째 파트의 <배고픈 여우 콘라트>도 읽어보고 싶은 그림책이었다. 여우와 오리가 가족이 된 그림을 상상할 수 있을까? 여기 이 그림책의 여우 콘라트는 오리를 잡아먹으려 했는데 엄마 오리가 도망가고 새끼 알만 남아있었다. 콘라트는 알을 가져와 키워 먹으려 했는데 알이 깨지며 새끼 오리가 나왔다. 그리고 여우 콘라트를 보고 "엄마"라고 부른다. 콘라트는 수컷이어서 "나는 엄마가 아니라 아빠야"라고 이야기하며 새끼 오리를 키운다. 조금 더 자라면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콘라트는 새끼 오리에게 로렌츠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나중에 로렌츠가 커서 여자친구를 데려오고 아이까지 낳으며 아기들은 콘라트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콘라트는 기존의 오리를 먹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함께 지낼 수 있는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행복을 좇기 위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을 조금 바꾸면 행복은 가까이에 있음을 알게 해주는 그림책이었다.

그림책을 통해 내가 느끼지 못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좀 더 생각이 깊어지고 그림을 잘 들여다보면 나도 저런 해석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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