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전편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희미하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시간을 소중함을 깨닫고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다. 24시간이라는 하루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어떤 사람은 이 시간을 낭비하고 어떤 사람은 이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고 알차게 사용한다. <시간을 파는 상점2>에서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을 사고파는 개념으로 카페를 개설한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의 온조와 친구들 이현, 혜지, 난주와 함께 새롭게 상점을 이끌어나가는 이야기다.
1편에서는 온조 혼자 의뢰를 받고 진행했다면 2편에서는 좀 더 카페를 개편하여 다른 친구들과도 함께 일을 경영해간다. 단 돈을 받지 않고 그 시간만큼의 그 사람의 시간을 받으며 일의 의뢰를 받는다.
첫 번째 의뢰 사건은 '새벽 5시'라는 닉네임에게 온 사건이다. 온조의 학교에서 일하는 경비실 아저씨 가위손 아저씨가 학교에서 갑자기 해고를 받아 그 일은 부당하기에 처리해달라는 사건이었다. 온조 역시 가위손 아저씨를 잘 알고 부당하게 해고 받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이 일을 해결해보기로 한다.
수업 시간을 피해 피켓을 만들어 학교 측에 의사를 전달한다. 그리고 한두 명씩 친구들이 모인다. 그리고 이 일이 생각보다 커져 언론으로 퍼지게 된다. 큰 사건 안에 또 다른 작은 사건이 있다. 이현이 '숲속의 비단'으로부터 의뢰를 받는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를 위해 책을 읽어달라는 의뢰였다. 열심히 살고 있는 가족이 있다. 가장이 갑자기 온몸의 마비로 쓰러졌다. 엄마는 재봉 솜씨가 좋아 재봉 일을 하며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딸은 이모가 있는 외국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를 위해 책을 읽어달라는 의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의뢰를 받아들였다.
이현은 버스를 타고 숲이 우거진 의뢰인의 집에 도착했다. 의뢰인의 아버지는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얼굴근육이었다. 가족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음에 도움을 주러 온 이현에게 그 사실을 부탁하고 싶어 하지만 이현은 그 사실을 속으로 알고 있기에 의뢰인 아버지의 말을 피하게 된다. 의뢰인의 아버지는 살아 있다는 것과 살아가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이현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졸업생과 재학생 그리고 언론의 힘으로 가위손 아저씨의 일은 무사히 해결되었다. 다시 일할 수 있게 되고 아이들도 부당한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에 참여했던 졸업생 강준. 예전에 온조가 처음 맡았던 사건의 의뢰인 강토와 같은 인물임을 알게 된다. 마음을 두고 있었기에 신경 쓰였던 강준. 하지만 여자친구가 있음을 알게 되고 조금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된다.
이현이 맡고 있던 사건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된다. '숲속의 비단'의 집은 나무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현은 그 집에 갈 때마다 가위손 아저씨가 손질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가위손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고 가위손 아저씨는 흔쾌히 승낙하고 그 집에 가서 손질도 해주면서 '숲속의 비단'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 오랜만에 바깥공기를 쐴 수 있게 도와주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도와준다.
소설 속 이야기는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요즘 학교에서는 많은 사건사고들이 일어난다. 이 사건에서는 어른들의 욕심으로 피해를 보는 건 계약직 노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을 위해 학생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있을 것을 알고도 도와준다. 아이들에게 참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나서는데 어른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한다.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을 알기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과연 아이들을 위해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서 잘 하고 있나? 생각해본다.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옳은지는 알지만 생각대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그런 경쟁의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혜지와 그의 라이벌 아린과의 관계가 그렇다. 친한 친구였지만 어른들의 부추김으로 둘은 경쟁자가 되고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할 만큼 미워하게 된다. 경쟁하는 사회가 그렇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단순히 보고 즐기기에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
책을 읽고 어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불의를 보고 모른척하는 게 좋을까?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나서서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 있도록 여러 사람이 함께 뭉쳐 발휘하는 힘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혼자는 힘들지만 여럿이 함께 나누면 득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가 아이들에게 우리 다음 생애의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지금의 어른이 잘 살아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