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보자기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32
김용삼 지음, 반성희 그림 / 책고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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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나쯤.. 그런 거 있지 않을까? 오랫동안 아껴왔던 것인데.. 늘 나와 함께 했던 것인데.. 어느 순간 그것이 너무 해져서 버려야 될 때.. 너무 아깝지만.. 그래도 다시 새것이 사고 싶어지는 순간..

이 책 속의 '빨간 보자기'가 그렇다.. 너무 소중히 가지고 놀았던 '빨간 보자기'였는데 어느 날 구멍이 났다.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빨간 보자기'를 노아는 버리려 한다. 그런데 쓰레기통에 넣은 '빨간 보자기'가 갑자기 노아에게 말을 건다. 버리지 말아 달라고.. 자기가 얼마나 쓸모 있는데.. 노아는 쓸모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빨간 보자기'는 갑자기 망토가 되어 노아를 높은 옥상 위로 날아가게 해준다. 그리고 빨간 보자기는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달려가 도움을 준다.

허리띠가 없어 바지가 헐렁거리는 할아버지에게는 허리띠가 되어 멋진 신사가 되게 해주고, 잠자고 있는 고양이에게는 따뜻한 이불이 되어주고, 바람이 불어 나무가 넘어지려 하는 순간 꽁꽁 감싸 아이를 구한다. 이렇게 여러모로 쓸모 있는 '빨간 보자기'를 노아는 소중히 하기로 한다.

요즘 사람들은 많은 것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아직 멀쩡한데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도 조금만 망가져도 버리려 하고 물질을 소중히 하지 않는다. 뭔가 부서지면 당연하게 새로운 걸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너무 당연하게 부모가 사줬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게 아닐까? 비록 이 책 속에서는 '빨간 보자기'였지만 현실에서는 더 많은 물건들이 버려지고 있다. 알고 보면 그 물건들도 처음에는 소중한 것이었는데 비록 지금은 낡고 망가졌어도 나름대로 새롭게 재창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우리는 너무 쉽게 물건을 버리는 게 아닌가 반성해본다.

그리고 어린 시절 나에게 그런 물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도 어린 시절의 물건들을 가지고 있는 게 있다. 내가 초등학생 때 쓰던 필통. 그땐 참 귀해서 소중히 쓰느라 그냥 가만히 모셔두기만 했던 필통이 아직도 내겐 있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거라 누구도 빌려주지 않고 간직해왔던 것인데 이 책을 읽고 생각났다. 그 필통은 그때 당시 유행한 2단 필통이었는데 언니가 쓰고 망가트려서 버리려다 나에겐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 지금까지 잘 간직해오고 있다. 비록 '빨간 보자기'처럼 여러 곳에 쓰이진 못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냥 그 시절의 추억을 잠시 꺼내보게 되었다.

물론 모든 것들을 다 버리지 않고 집에 둘 수는 없다. 요즘처럼 심플하게 사려고 하는 시대에 걸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뭔가를 사고 그 물건이 망가졌을 때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정말 필요가 없는지 어떻게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또는 내가 너무 물건을 막 사용한 건 아닌지.. 소중하게 대하지 않아서 쉽게 망가진 건 아닌지.. 물건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다짐과 물건을 살 때도 신중해야 함을 깨닫는다. 또한 내 아이들에게도 새것을 사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야겠다.

그림책이 아이들만 보는 책은 아니지만 안 보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나도 요즘 그림책을 접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그림책에서도 단순히 재미뿐 아니라 반성하는 시간도 생각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어른들도 짧은 그림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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