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 귀찮의 퇴사일기
귀찮 지음 / 엘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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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요즘 책은 참 제목이 직설적이다. 제목만 보고 읽고 싶은 책이 많다. 그 제목만큼만 한다면 좋을텐데 막상 책 안으로 들어가보면 제목과 다르다고 느낀 책들도 많다. 무튼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은 회사를 그만둔 저자의 퇴사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냈다. 작가 '귀찮'의 본명은 '김윤수'다. 누구나 마음 속의 자리한 귀찮음.. 그 느낌이 이름에서 바로 전달된다.

3년을 일하고 29살에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서른을 맞이했다. 첫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연봉협상 후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귀찮'은 "회사 퇴사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왜 그만두냐는 말에 나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거 같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모든 직장인이 연봉 협상을 할때 '겨우 얼마 올랐네..' 라고 이야기한다. 요즘은 연봉동결도 많다. 그래도 올려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다녀야 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자신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서 회사를 그만 둘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런 멋진 말을 하고 퇴사하면 좋으련만.. '귀찮'은 그러지 못했다.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반복된 생활을 그만두고 싶어 회사를 그만둔다. 물론 무슨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퇴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는 순간 후회하지만 그래도 주어담을 수 없어 퇴사 한다.

퇴사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퇴사하고 처음은 참 바쁘다. 일을 하는 직장인들보다 더 바쁘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뭔가 더 부지런히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덧 무료함이 찾아온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 '불안'이라는 감정이 점점 더 크게 자리하게 된다.

'귀찮'역시 처음은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조금 '불안'하다고 말한다.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고 일이 잘 풀려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은 소소히 하면서 살고 있다. 아직 1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어쩌면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이라고 말했을지 모르지만 용기내어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 다짐만은 응원하고 싶다.

내가 누군가를 응원하고 위로할 위치는 아니지만 퇴사를 결심한 사람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역시 회사다닐때 그랬으니깐.. 밤낮없는 야근을 하지만 수당도 받지 못했고 그저 쉬는 날은 집에만 있고 싶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뭔가를 하는 것도 지쳐있었다. 좋아서 하고 싶었던 일도 그 현장으로 들어가니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조직에 조용히 지낼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내 마음에 병이 날 것 같아 회사를 그만뒀다. 그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아직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그땐 뭐라도 해야할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회사로 가고 싶진 않다. 다시 회사에 들어갈 자신도 없다. 회사라는 울타리는 안정을 줄지 모르지만 요즘같은 세상은 그마저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귀찮'처럼 직장이 아닌 직업을 선택하는 길을 찾아보려 한다.

'귀찮'은 일을 그만두고 숨만 쉬어도 유지비가 드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엄마와 동생과 함께 작업실을 만든다. '귀찮'의 작업실이 어떻게 완성되었을지 궁금하다. '귀찮'의 일러스트는 참 깔끔하다. 나도 저런 일러스트를 그려보고 싶었다. 왠지 보기엔 그릴수 있을것 같지만 그리지 못한다.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그림을 그리기란 쉽지 않은법.. 전체적으로 편집이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간결하지만 강한 메세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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