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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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없음

📌 들어가며​
이번 주는 수능이 있었다. 수능을 끝내고 새해를 기다리던 19살의 과거 나를 떠올리면 굉장히 불안하고 무서웠던 것 같다. 이제 20살이라고 하는데, 이제 내가 어른이어서 어른에게만 허락되었던 것들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하나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 읽게 된 <루시드 드림> 속 주인공들도 수능을 앞둔 19살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른들이 전부 잠들어버렸다. 흥미로운 소재라고 생각하며 <루시드 드림>을 읽기 시작했다.


📌 줄거리 소개​
주인공은 19살인 강희, 강희와 쌍둥이인 강석, 친구들(홍주, 윤서, 찬미, 동혁, 준영, 동준)이다. 다른 등장인물은 아직은 깨어있는 어른들 그리고 강희보다 훨씬 어린 어린이들이다. 소설은 강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시간적 배경은 2029년 초이다.

소설은 2028년부터 쓴 강희의 일기, 편지로 시작한다. 수신인은 언젠가 집을 떠난 아빠. 강희는 늘 누워있고 자신을 돌보지 않는 엄마에 대한 불만과 자신이 성인이 되면 반드시 이 집을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 등 솔직한 마음을 적는다.

2029.4.1.
동네 어른들이 모두 잠들었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니까 다들 꿈속으로 도망친 거야. 잠든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어. 화가 나. 우린 왜 잠들지 않지. 할 수만 있으면 ㅇ리도 차라리 잠들고 싶어. 뭐든 지금보단 낫겠지. 우린 모두 버려졌어. 아빤 어디에 있어? 아빠도 꿈속에 있어?
9쪽, 균열

그렇게 어느 날. '꿈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잠들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위에서, 길 위에서 그곳이 어디든. 잠든 사람들은 대부분 성인이었다. 아직 잠들지 않은 성인들이 잠든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액과 생명 유지 장치 사용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꿈 바이러스의 원인이 '우울감'과 관련이 있다는 점까지는 밝혀냈으나 그 뒤로는 연구원들이 잠들어 알 길이 없었다.

강희와 쌍둥이인 강석은 침대에서 잠든 엄마를 돌봄과 동시에 길거리에서 잠들어 버린 친구 윤서의 부모님도 함께 살핀다. 윤서가 텐트에서 지내며 엄마, 아빠를 전부 돌보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강석을 주축으로 홍주, 홍주의 언니인 송주 언니, 윤서, 찬미, 동혁, 준영은 힘을 합쳐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구하고 서로를 살핀다. 그렇지만 현실은 무법지대. 음식을 훔치고 수액과 생명 유지 장치를 훔치려는 약탈자들로부터 자신과 부모님을 지키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윤서의 말대로 우늘은 무사했지만 내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 많아질 테고, 때론 정말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잠들었고 깨어 있는 어른들은 우릴 보호하지 않는다. 우린 언제까지 이 위험을 견뎌야 할까? 우리가 얼른 어른이 되어 스스로를 지키는 수밖에 없는 걸까? 우리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른은 뭘까? 머리가 무거워졌다. 잠이라도 자서 복잡한 생각을 날려 버리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도 잠든 걸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서. 모든 걸 내일로 미룰 수 있어서.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어서.
28쪽, 우리가 잃은 것은

춥고 가로등 하나 켜지지 않은 깜깜한 겨울밤. 윤서는 텐트에서 부모님을 지키다 촛불을 켰다. 그 촛불을 보고 멀리서 약탈자들이 윤서 부모님의 생명 유지 장치를 훔쳤다. 그날 동네에서 생명 유지 장치를 빼앗긴 사망자는 총 15명이었다. 강희, 윤서와 친구들은 슬퍼할 새 없이 부모님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리고 쓰러진 윤서. 그런 윤서를 친구들은 함께 슬퍼하며 보살폈다.

"꿈의 세계요. 제가 거기에 다녀왔어요."
듣는 사람들의 당황한 표정에도 윤서는 그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난치지 마. 하나도 재미없어."
송주 언니의 말에 모두가 침묵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았다. 윤서가 결코 이런 장난을 칠 애가 아니란걸.
(중략)
"내가 자각몽을 꾸는 것 같아."
자각몽, 루시드 드림.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인지하는 꿈을 말한다.

90,91쪽, 배신.

윤서는 자신이 어른들이 모두 도망 쳐버린 그 꿈의 세계와 다녀왔다고 이야기했다. 현실 세계에서 잠들어있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꿈의 세계에. 은서가 꿈의 세계에서 알아봤던 사람은 해길고의 왕따, 첫 번째 미성년 수면자였던 동준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자각몽을 꾸는 능력을 활용해서 은서는 제일 먼저 동준을 깨워보기로 하는데...


📌 후기​
스포를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소설이었다. 너무 재미있고 동시에 작가님이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가 가장 잘 전달된 소설이었다. 창비와 카카오페이지가 함께 운영하는 '영어덜트소설상'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루시드 드림>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기존의 수상작들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루시드 드림>을 읽고 영어덜트 소설이 무엇인지 관심이 생겨 공모 포스터를 찾아보게 되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이야기 본연의 재미와 감동을 즐길 수 있는 소설을 찾습니다.(중력) 놀라운 상상력으로 뛰어난 몰입감과 깊은 울림을 선사할 이야기를 기다립니다!'라는 설명을 보았는데, 이 책이 정말 딱 부합하는 것 같다.

사실 '자각몽'이라는 소재 자체는 너무나 많은 매체들에서 활용되어서 자칫하면 기존에 나왔던 스토리의 반복이라고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기우가 있었다. 그렇지만 강은지 작가는 자각몽이라고 하는 소재를 다른 설정(꿈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많은 어른들이 잠듦 + 청소년, 어린이와 극소수의 어른들만 남은 세상)과 결합해서 흥미로움과 신선함을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즐거움과 약간의 울렁거림을 가라앉힌 후, 작가님이 남긴 메시지를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하게 된 생각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었다.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 보니 어른의 1번 뜻은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20살 때 '이제부터는 어른이야.'라는 말에 어떠한 자격도 증명도 없이 어른이 된 것 같지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은 확연히 다른 의미임을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상기시켰다.

소설 속 강희, 강석이와 친구들은 법과 질서, 체계, 도덕의 최전선이 무너진 가운데서도 서로 협력하며 세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배려하고 약자를 살피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반면 반대쪽에는 이미 사회에서 어른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악행을 반복해서 저지르고 죄책감 따위는 가지지 않는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현재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또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인재(전쟁, 살인, 핵폭발 등..)를 씁쓸함과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입체적인 것도 이 소설의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 수면자가 되어버린 할머니를 지키는 12살 규성이와 강희의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 그리고 강희의 친구인 홍주의 어머님도 앞서 이야기 한 '어른의 조건'과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게 된 인물이니 주목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주인공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강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고 성숙하고 단단해지는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는 것도 소설의 큰 포인트이다.


📌 마무리하며​
-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
- 자각몽과 관련해서 뻔한 줄거리의 소설은 지겨웠던 독자
- 어른과 청소년 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응원이 필요한 독자​

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 <루시드 드림>이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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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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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번 주는 직장에서 굉장히 바쁜 한 주였다. 바쁘니 자꾸 놓치는 부분이 생기고 그 부분을 만회하느라 시간이 곱절로 더 걸린 하루였다. 지친 하루에 끝에 직장에서 실수했던 부분들을 애써 지우면서 수면 유도 ASMR을 귀에 꽂고 잠에 들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직장과 관련된 악몽을 꾸다가 벼락치듯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면 자꾸 그 생각을 곱씹으며 해가 뜨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지난 화요일에는 2시간을 자고 출근했더니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나처럼 이런저런 고민들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한 <꿀잠 선물 가게> 가 창비의 새로운 브랜드 '토닥스토리'에서 출간 예정이라고 하여 기대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 소개​
꿀잠 선물 가게의 주인 오슬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잠을 많이 잤다. 아주아주 많이. 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등교하는 버스에서, 수업 중에도, 심지어 친구와 이야기하는 중에도 잠에 들었다. 오슬로는 성인이 되어 취업 준비를 하는 등 여러 도전을 했지만 자신과는 맞지 않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오슬로는 학창 시절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 '잠드는 일'과 관련된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꿀잠 선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슬로. 그 옆에는 훌륭한 부엉이 조수 자자가 함께한다. 가게의 루틴은 다음과 같다. 불면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오면 먼저 웰컴 티로 꿀차를 내온다. (참고로 꿀차에는 그 어떤 마법도, 효능도 없다.) 편안한 분위기에 잠이 든 손님. 자자가 손님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맞대면 자자는 손님의 꿈속을 볼 수 있다. 오슬로는 부엉이 눈이 그려진 수면 안대를 쓰면 자자가 보는 손님의 꿈을 함께 볼 수 있다. 이렇게 꿈을 통해 손님의 고민을 매달 보름달이 뜬 날에 열리는 달빛 시장에서 사 온 재료들로 사부작사부작 만들어 놓은 꿀잠 아이템들 중 하나를 권한다. 지금 손님이 처한 상황과 꼭 맞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신중하고 소중한 마음을 담아서.

소설은 이런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온 9명의 손님, 그리고 오슬로, 자자 각각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취준생, 짝사랑 중인 여성, 중년 여성, 아기의 엄마 아빠, 새로 개원한 치과의사... 모두들 각자의 고민으로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온다. 그중 첫 번째 손님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시험 준비로 괴로워하는 취준생. 불안과 불면이 그를 찾아오는 날에는 몸은 피곤해도 잠이 결코 오지 않는다.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왔다. 자자가 살펴본 꿈에도 그 불안함이 오롯이 전해졌다. 고민 끝에 오슬로가 추천하는 제품은 탁상시계. 오슬로가 직접 한 땀 한 땀 만든 이 시계는 다른 시계와는 다르게 숫자도 없고 초침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시험 준비를 위해 가지고 있는 시계가 너무 많다며 말을 흐리는 청년에게, 오슬로가 말한다.

'이 시계는 보통의 시계와는 조금 달라요. 아주 천천히 가는 시계죠. 백년이 지나야 한바퀴가 도는 시계랍니다.
오슬로는 옅게 미소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
비록 지금은 아주 길고 느린 과정 속에 있다고 느껴질지 몰라도, 인생은 참 길답니다. 아주 천천히 가는 시계를 보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찾으시면 좋겠어요.'
31쪽

오슬로의 '꿀잠 처방'을 받은 청년은 한결 가벼워진듯한 모습으로 가게를 나섰다.
인생을 살면서 너무 뻔하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지금 바쁜 현실에 몰두하느라 잊고 살았던 인생의 진리를 온화하게 일깨워 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요약하고 싶다. 오래간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잔잔하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눈에 띄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바로 손님들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었다. (청년, 여자, 할아버지, 아기 엄마 등) 작가님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름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독자가 자신을 대입하고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줄거리 소개에 언급한 취준생 이야기에서 조급하게만 결정하고 생각했던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표지 디자인도 이 소설이 주는 특유의 몽글몽글함을 배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표지를 보고 어디서 봤던 분위기인데,라고 생각했는데 네이버 웹툰 <시선 끝 브로콜리>의 작가님이었다. 시선 끝 브로콜리에서도 작가님이 주인공 유채에게 보내는 응원의 마음이 느껴졌었는데, 그래서인지 꿀잠 선물 가게를 읽고 다시 표지를 보니 오슬로와 자자의 분위기가 더 잘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고작 몇년이 흘렀을 뿐인데 많은 것들이 변했다. 주위의 풍경도, 사람도 그리고 생각도. 시시각각 변하는 것들과는 다르게 몇년이 흘러도 한 자리에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시간이 얼마가 흐르든, 그곳이 어디든지 이 책을 펼치면 편안한 기분이 들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써내려간 이 소설은 언제든지 고민이 있을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펼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후에 꿀잠 선물 가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안정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렵고 난해한 소설이 아닌 쉽고 편안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 그런 사람으로 독자들에게 가닿고 싶다.'
238, 239쪽 / 작가의 말

작가의 말에 작가님이 위와 같이 적으셨는데, 정말 그렇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누구라도 <꿀잠 선물 가게>를 떠올리면 오슬로와 자자가 정성을 다해 꾸린 포근한 공간, 대화의 느낌이 전해질 것 같다.

📌마무리하며
오래간만에 정말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소설을 읽었다. 사회생활에 지쳐 사포처럼 거친 생각과 마음을 갖게 된 나를 부드럽게 만들어준 소설이었다.

-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
- 따뜻하고 포근한 소설을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
- 잠 못 이뤘던 밤이,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삭막하고 건조한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시즌 아니인가! 꼭 어울리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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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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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소개​
<화성의 아이>의 시간적 배경은 먼 미래이다. 공간적 배경은 화성,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 별이다.

등장하는 존재들은 <차례>에 등장하는 루, 마야, 라이카, 데이모스, 키나, 남자, 알리체, 콜린스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말에 김성중 작가님이 언급한 바와 같이 모두에게 마이크가 주어져 각자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화자다 같은 순간을 각자의 시점으로 서술하여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소설 <화성의 아이>는 '루'가 무려 300년의 세월을 지나 화성에 도착하며 시작한다. 같은 우주선을 탄 사람 중 살아남은 존재는 오직 루 하나였다. 그렇게 서서히 깨어난 루는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은 개 '라이카'를 만나게 된다. 라이카와 함께 지내는 네 마리의 벼룩도 함께. '화성 선배'인 라이카와 함께 살아가던 루는 함께 산책 중 어느 날 모래에 박혀 있는 로봇 '데이모스'를 발견하고 데이모스와 함께 지내게 된다. 데이모스는 단숨에 루가 임신을 한 상태라는 것을 파악한다. 이후에 루는 출산을 하게 되고, '마야'가 태어나게 된다. 제한된 화성의 환경에서 데이모스와 라이카는 최선을 다해 마야를 양육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침입자라고 생각된 '키나'를 발견하게 되고, 이윽고 화성에 지구인들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그들은 지구인으로부터 그들의 터전인 화성과 '그들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 후기 ​

최은영 작가님의 추천사를 읽고 내용에 끌려 시작하게 된 화성의 아이. 이보다 더 잘 소설을 설명할 자신이 없어 꼭 공유하고 싶었다.

"우리에게는 사랑할 힘이 있다는, 가장 황폐한 지점에서도 그 일은 가능하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
최은영 작가님 추천사 중

등장하는 모든 존재들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라이카는 루와 2세인 마야를 끔찍이 여겼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혈연관계를 넘어서 종, 심지어 생사의 영역까지 초월했다.

데이모스는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루의 임신 주 수를 알려주고 나중에는 태아의 심장소리도 들려주었다. 전속력으로 우리에게 달려오는 우주선 소리 같은 심장박동을 듣는 순간부터 내 본능은 완전히 살아났다. 처음부터 나는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101쪽, 라이카

데이모스도 자신이 화성에서 만난 존재들을 위해 라이카와 협력하며, 지금은 만날 수 없게 된 자신의 쌍둥이 로봇 포보스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지구에서의 잔인한 기억을 키나도 화성에서 점차 마음의 온기를 되찾는다. 콜린스와 마야는 자신의 동료, 그리고 자기 자신 앞에 놓인 삶을 소중히 하고 사랑했다. 남자와 알리체는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까 말을 아낀다. (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진 현실에서 사랑)을 보여줬다.

모든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전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카페에 앉아서 적당히 읽고 돌아가야지 했던 생각은 저 멀리 사라지고 다음 캐릭터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했다. 책을 덮었을 때 어느 누구 하나 놓치지 않고 곱씹게 된다. 응원하고 싶어서, 애달파서, 다시 만나고 싶어서..

'비인간'이라는 표현 또한 인간에게서 빌려왔다. 이 표현은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뭉뚱그리는 말이기에 종 차별적이며 제한적으로 평등하다. 나와 라이카와 버섯과 박테리아 모두 평등하게 비인간이다.
117쪽, 데이모스

소설을 읽다가 여러 번 비인간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순간들에 저항 없이 무너진다.(데이모스가 종차별적인 표현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부득이하게 이 용어를 사용한다.) 때로는 너무 이기적이고 못난 우리 모습같아서, 때로는 너무 다정하고 따뜻해서. 특히 데이모스를 보면 텍스트라는 차원과 한계를 넘어서 그 다정함이 나에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라이카에게 로봇이면서 편두통이 있냐는 잔소리를 듣는 데이모스는 로봇이지만 배려심, 그리움, 사랑을 안다. 그 찰나들이 너무 다정하고 소중해서 공유해 보고자 한다.

데이모스는 유한한 생명체인 나에게 '죽음'이라는 개념어를 절대로 쓰지 않는다. 그저 '충분히 자란다면' '기다려준다면' '지내다보면' 같은 말들로 내 시간을 표현한다. 오래 살고 싶다. 오래 살아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엄마를 만나고 싶다.
69쪽, 마야

우리는 '애정'이라는 말을 알았고 '그리움'이라는 말도 알았다. 그것은 끝없이 한 방향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행위였다.
여기서 우리는 포보스와 데이모스이다.

이 소설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단연 마지막 챕터인 콜린스의 이야기이다. 라이카에게 몸에서 피를 빨아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벼룩 4인조 중 하나인 콜린스. 따뜻해서 웃고, 피식 웃기도 하고, 그러다가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챕터까지 책을 넘기면 콜린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소설을 읽다가 차례를 보면서 '소설 자체에서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콜린스가 이 소설의 마무리 챕터 하나를 가져간다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콜린스가 이 소설의 '대미'를 장식한다. <화성의 아이>를 관통하는 주제를 독자의 머리 중앙에 쾅, 하고 내리치는 기분이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더 적을 수는 없지만, 이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전율을 꼭! 마지막 페이지(250p)에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꼭!


📌 후기 ​
이 소설에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모든 캐릭터에게 궁금한 점이 많아서 분량이 적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특히 나는 빌딩 도시 MOJO에서 온 키나의 지구에서의 삶을 배경으로 한 단독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빌딩도시에서 생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권을 되찾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고, 진압당하면 사상검열을 위해 눈꺼풀을 자르는 극형을 내린 그 도시. 그 도시에 살고 있는 키나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키나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광고는 소비자의 관심에 맞춰 선택되기에 무슨 광고를 보는지가 그 사람의 현재적 욕망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성인 용품이나 포르노 사이트의 광고를 내 눈꺼풀 안에서 보는 것은 민망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눈꺼풀이 없는 사람들, 반란자들, 본보기들, 사상 검열을 끝없이 당해야 하는 자들은 아무것도 감출 수 없다.
79쪽

기존에 따뜻한 SF 소설(필자 기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천 개의 파랑> 등)을 즐겁게 읽었거나 해당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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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구원
에단 호크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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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
<완전한 구원>의 작가는 (나에게만큼은) 배우로 더 친숙한 에단 호크이다. 에단 호크를 처음 알게 된 작품은 <비포 선라이즈>였고, 다음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던 학생이었다. 그가 원래 배우가 아닌 작가를 꿈꾸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번은 각본(<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수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은 <완전한 구원>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는 에단 호크. 그래서 연기하는 예술가인 윌리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지 호기심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줄거리​
32세 남자 배우인 윌리엄 하딩은 록스타 메리와 파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촬영차 방문한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젊은 여성과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윌리엄과 메리의 관계와 윌리엄의 부덕함에 대해 끊임없이 보도한다. 뉴욕으로 돌아와 머큐리 호텔에서 머물게 된 윌리엄은 정신적으로 거의 완전히 무너졌다. 자신의 실패한 결혼 생활, 자신의 두 자녀, 배우로의 미래 등 끊임없는 고민에 잠식당한 그는 폭음을 하며 심지어 마약에까지 손을 대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윌리엄은 <헨리 4세>의 홋스퍼 역할 브로드웨이 연극에 오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윌리엄은 연출가 J.C., 연극에 참여하는 배우인 에드워드, 버질, 새뮤얼, 이지키얼 그리고 멀게만 느껴지던 아버지 등 많은 사람과 부딪히고 대화하며 인격적으로 한 단계 성장을 한다. 연극이 계속될 동안 그는 메리가 한 번이라도 자신의 연극을 보러 와 극적으로 화해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과연 그는 연극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부서진 결혼생활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 후기​
이 소설의 초반부를 읽으면 윌리엄 하딩의 강박적이고 불안한 마음이 절로 전해져 절로 읽는 내가 초조해졌다. (그만큼 잘 쓰고, 잘 번역되어다는 이야기다.) 이미 한 10층에서 떨어뜨린 유리병처럼 조각나서 회복 불가한 정신으로 장기판에 올라 최악의 악수만을 두고 있는 기분이다. 윌리엄 하딩이 또래여서 그런지 속으로 "이 친구야.. 정신 차려!!!"가 절로 나왔다.

어쨌든 나는 뉴욕으로 돌아온 첫날, 화장실 변기를 끌어안고 창자가 뒤집어지도록 속을 게워내며 발작하듯 울다 말다 하는 것으로 하루를 끝냈다.
22p

내가 코카인을 하고 있었다는 의식 자체가 없었는데, 이제 보니 내가 우리 두 사람분의 코카인을 두 줄로 정리해 놓고는 전부 나 혼자 흡입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82p

(+ 그렇지만 우리가 속으로 생각하면서 어쩌면 생각조차 하지 못하지만 잔재하고 있는 밑바닥의 무언가를 윌리엄의 독백으로 마주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더 화나면서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헨리 4세> 연극이 82회 진행되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 정신적으로, 신체적(목소리, 종기)으로 그는 여러 어려움을 겪는데 그는 무대에서만큼은 자신의 역할을 최선을 다하는 프로였다. 다른 점은 몰라도 연기에만큼은 진심인 사람이었다.

' 저는 연극을 믿습니다.
대사, 생각, 표현, 소통 속에서 치유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믿습니다.
저는 그 치유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봉사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내놓겠습니다. 제 인생을 모두 내놓겠습니다.
용서하소서. 제가 당신의 목소리가 되어 봉사할 수 있게 해주소서.'
90p, 연극 올라가기 전 윌리엄의 기도 중 일부

"잘 모르셔서 그래요. 이게 제 인생이에요. 이 작품에서 연기하는 게 저한테는 실제 인생보다 더 중요해요. 실제 인생은 한심하니까. 제가 없이 오늘 공연이 시작된다면... 그건 선생님이 수술대에 누운 환자를 두고 그냥 나와버리는 것과 같아요. 이해가 되나요?"
257,258p

그런 윌리엄이 지난 몇 달간의 과정 속에서 결론을 내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마지막은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스포 방지를 위해 여기까지만 이야기하지만) 윌리엄을 바라보면 어리석고, 이기적이고, 그래서 때론 철들지 않은 어린 소년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 윌리엄이 한 단계 성장하고 자신 앞에 놓인 인생을 회피하지 않고 굳건히 마주할 힘이 생겼음이 전해졌다.

나는 우리의 결혼 생활을, 우리 사랑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깃털을 갖게 됐다고 생각하며 우쭐거리는 공작새 같았다.
340p

윌리엄 하딩 이외에 등장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에드워드이다. 에드워드는 연극 <헨리 4세>에서 '헨리 4세' 역을 맡은 노배우이다. 소설에서 윌리엄에게 진실한 조언 혹은 진실한 조언의 껍데기를 쓴 궤변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사람들과 에드워드는 다르게 느껴졌다. 에드워드는 배우 선배, 인생 선배로서 윌리엄에게 진실되고 담백한 조언들을 해준다. 윌리엄도 그런 에드워드에게 심적으로 의지한다. 그런 조언들 중 일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고 생각해서 꼭 공유하고 싶다.

"모든 결정이 중요하네. 어떤 때는 시간이 휙휙 지나가고 달력의 페이지가 달라져도 우리는 매일 하는 사소한 일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자신을 속일 수 있어.... 아니면 모두 미리 예정된 거라고 속이거나. 하지만 아니야.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딛고 걷는 걸세. (생략)"
316p

"내 말은,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되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건... 자네 노력만으로 충분하다는 거네."
317p

이 소설에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껄끄럽게 느껴졌던 점은 아직 이혼이 마무리되지 않은 단계에서 윌리엄과 여성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는 점이다. (다 작가가 의미를 부여해서 만들어놓은 등장인물이겠지만) 윌리엄이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이니까 그랬겠지...?



📌 마무리하며​
⭕️ 평소에 연극을 좋아하며 그 뒷모습이 궁금했던 독자
⭕️ 에단 호크의 작품을 좋아했던 사람
⭕️ 다양한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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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창비청소년문학 129
전수경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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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두 세계를 산다.

둘 중 어느 것이 엄마의 진짜 세계인지

나는 종종 헷갈린다."

📌 줄거리​
희진은 학교에서는 공부에 열중하는 전교 1등, 은성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자 집에서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딸이다. 희진은 평범하고 싶다고 염원했지만 미혼모와 살고 있는 자신, 엄마의 성과 같은 자신의 '제갈' 이라는 성마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평범을 소망하는 희진은 자신을 지키는 무기로 공부를 택했다. (시험이 끝난 날에도 부족한 과목을 점검하기 위해 알파독서실에 간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공부 때문에 살았다. 세상에는 누군가에게 저절로 받아들여지는 사람도 있지만, 끊임없이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20p

희진에게는 외모도, 성적도, 부모님도, 이름도 모든 것이 너무 평범해서 부러운 윤아와 초등학생 때부터 비슷한 성격으로 함께해왔던 상우, 두 명의 '절친'이 있다.

희진의 엄마(제갈미영)는 희진이 나이 때 남편없이 희진이를 낳게 되었다. 희진이 등교를 혼자 할 수 있게된 날부터 집 밖은 거의 다니지 않는다. 밤 늦게 쓰레기 버리러 가는 것이 외출의 전부이다. 생활비도 할아버지가 주시는 돈으로 충당한다. 그런 미영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텔레비전 시청이 전부이다. 드라마, 홈쇼핑, 연애프로그램부터 다큐멘터리까지. 빠지지 않고 모든 장르를 시청한다.

평소와 같던 밤 희진은 엄마가 텔레비전 속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기절을 한다. 엄마가 털어놓은 비밀은 자신이 '미래전자'의 신사업 모니터링팀 사원으로서 새로운 세계 즉 '멀티버스'를 발견하고 모니터링한다는 사실이었다. 보지 않았으면 믿기지 않았겠지만 희진은 두 눈으로 직접 봤기에 엄마의 말을 믿고, 취업을 축하해준다.

줄기차게 한길을 가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하나 보다. 매일 텔레비전을 보던 엄마는 결국 그러 인해 번듯한 기업의 회사원이자 멀티버스 터미널 모니터 요원이 되었다. 시기술 제품을 먼저 경험하고 다중 세계를 탐색하는 얼리 어답터이지 탐험가. 내가 알게 된 엄마의 놀라운 정체였다.
36p

그러던 어느날 과학고에 진학했다고 한 윤아의 초등학교 동창 소미가 은성고 전학을 온다. 희진은 자신의 성적이 밀릴까하는 걱정부터 상우, 윤아를 볼때와는 다르게 자신을 보던 눈빛까지 소미의 모든 것이 신경쓰인다. 거기에다가 엄마는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텔레비전 너머의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혹시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인지 엄마에 대한 걱정으로 희진은 자신이 직접 텔레비전 너머의 세상을 확인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결정의 기로 앞에 서게 되는데...

엄마는 연약한 사람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지긋지긋한 엄마라 해도 지켜야 했다. 이 세계에서 엄마를 구할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략)...
엄마에게는 절대 안되는 일이나, 딸에게는 기필코 해야 하는 그런 일이 있다. 딸은 언제든 엄마를 배반할 수 있고, 결정적인 순간 엄마를 이긴다.
70p


📌 후기​

<채널명은 비밀입니다>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성'이라고 생각한다. 멀티버스를 소재로 하고 있는 소설에게 현실성이라니,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탄탄한 현실성을 바탕으로 멀티버스를 소재로 삼았기에 이렇게 훌륭하게 독자에게 말하고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주제(우정, 사랑, 가족애 등)를 전하려고 한다고 해도 터무늬없는 캐릭터와 설정을 배경으로 한다면 오히려 반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며 딸을 자신의 1번으로 생각하는 엄마, 성적, 등급, 내신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으며 오직 친구들과의 관계와 우정만을 강조하는 만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선생님 등. - 현실과는 동떨어진 소설만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하지만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는 다르다. 희진, 미영, 윤아, 상우, 할아버지, 선생님 등 사실적인 캐릭터와 이들의 관계 하나하나가 모여 소설의 현실성을 극대화하고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오히려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 주된 독자인 청소년들이 '아 또 뻔한 얘기하네,' 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로 시작해서 생각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다. )

두번째 장점은 깔끔한 복선 회수이다. 헷갈리지 않게 동시에 진부하지 않게 전수경 작가님은 소설 초반에 야금 야금 깔아놓은 복선을 남김없이 회수한다. 물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기에 복잡하고 꼬인 이야기는 없지만 충분히 속도감있고 흥미진진하다.

*

언젠가는 희진이처럼 좋은 성적과 대학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던 과거의 나를, 그리고 엄마의 하나뿐인 딸로 여전히 애-증의 시소 위에 있는 지금의 나를 대입하며 읽었던 소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 후기를 마칩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가제본)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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