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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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없음

📌 들어가며​
이번 주는 수능이 있었다. 수능을 끝내고 새해를 기다리던 19살의 과거 나를 떠올리면 굉장히 불안하고 무서웠던 것 같다. 이제 20살이라고 하는데, 이제 내가 어른이어서 어른에게만 허락되었던 것들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하나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 읽게 된 <루시드 드림> 속 주인공들도 수능을 앞둔 19살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른들이 전부 잠들어버렸다. 흥미로운 소재라고 생각하며 <루시드 드림>을 읽기 시작했다.


📌 줄거리 소개​
주인공은 19살인 강희, 강희와 쌍둥이인 강석, 친구들(홍주, 윤서, 찬미, 동혁, 준영, 동준)이다. 다른 등장인물은 아직은 깨어있는 어른들 그리고 강희보다 훨씬 어린 어린이들이다. 소설은 강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시간적 배경은 2029년 초이다.

소설은 2028년부터 쓴 강희의 일기, 편지로 시작한다. 수신인은 언젠가 집을 떠난 아빠. 강희는 늘 누워있고 자신을 돌보지 않는 엄마에 대한 불만과 자신이 성인이 되면 반드시 이 집을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 등 솔직한 마음을 적는다.

2029.4.1.
동네 어른들이 모두 잠들었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니까 다들 꿈속으로 도망친 거야. 잠든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어. 화가 나. 우린 왜 잠들지 않지. 할 수만 있으면 ㅇ리도 차라리 잠들고 싶어. 뭐든 지금보단 낫겠지. 우린 모두 버려졌어. 아빤 어디에 있어? 아빠도 꿈속에 있어?
9쪽, 균열

그렇게 어느 날. '꿈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잠들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위에서, 길 위에서 그곳이 어디든. 잠든 사람들은 대부분 성인이었다. 아직 잠들지 않은 성인들이 잠든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액과 생명 유지 장치 사용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꿈 바이러스의 원인이 '우울감'과 관련이 있다는 점까지는 밝혀냈으나 그 뒤로는 연구원들이 잠들어 알 길이 없었다.

강희와 쌍둥이인 강석은 침대에서 잠든 엄마를 돌봄과 동시에 길거리에서 잠들어 버린 친구 윤서의 부모님도 함께 살핀다. 윤서가 텐트에서 지내며 엄마, 아빠를 전부 돌보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강석을 주축으로 홍주, 홍주의 언니인 송주 언니, 윤서, 찬미, 동혁, 준영은 힘을 합쳐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구하고 서로를 살핀다. 그렇지만 현실은 무법지대. 음식을 훔치고 수액과 생명 유지 장치를 훔치려는 약탈자들로부터 자신과 부모님을 지키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윤서의 말대로 우늘은 무사했지만 내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 많아질 테고, 때론 정말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잠들었고 깨어 있는 어른들은 우릴 보호하지 않는다. 우린 언제까지 이 위험을 견뎌야 할까? 우리가 얼른 어른이 되어 스스로를 지키는 수밖에 없는 걸까? 우리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른은 뭘까? 머리가 무거워졌다. 잠이라도 자서 복잡한 생각을 날려 버리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도 잠든 걸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서. 모든 걸 내일로 미룰 수 있어서.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어서.
28쪽, 우리가 잃은 것은

춥고 가로등 하나 켜지지 않은 깜깜한 겨울밤. 윤서는 텐트에서 부모님을 지키다 촛불을 켰다. 그 촛불을 보고 멀리서 약탈자들이 윤서 부모님의 생명 유지 장치를 훔쳤다. 그날 동네에서 생명 유지 장치를 빼앗긴 사망자는 총 15명이었다. 강희, 윤서와 친구들은 슬퍼할 새 없이 부모님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리고 쓰러진 윤서. 그런 윤서를 친구들은 함께 슬퍼하며 보살폈다.

"꿈의 세계요. 제가 거기에 다녀왔어요."
듣는 사람들의 당황한 표정에도 윤서는 그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난치지 마. 하나도 재미없어."
송주 언니의 말에 모두가 침묵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았다. 윤서가 결코 이런 장난을 칠 애가 아니란걸.
(중략)
"내가 자각몽을 꾸는 것 같아."
자각몽, 루시드 드림.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인지하는 꿈을 말한다.

90,91쪽, 배신.

윤서는 자신이 어른들이 모두 도망 쳐버린 그 꿈의 세계와 다녀왔다고 이야기했다. 현실 세계에서 잠들어있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꿈의 세계에. 은서가 꿈의 세계에서 알아봤던 사람은 해길고의 왕따, 첫 번째 미성년 수면자였던 동준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자각몽을 꾸는 능력을 활용해서 은서는 제일 먼저 동준을 깨워보기로 하는데...


📌 후기​
스포를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소설이었다. 너무 재미있고 동시에 작가님이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가 가장 잘 전달된 소설이었다. 창비와 카카오페이지가 함께 운영하는 '영어덜트소설상'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루시드 드림>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기존의 수상작들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루시드 드림>을 읽고 영어덜트 소설이 무엇인지 관심이 생겨 공모 포스터를 찾아보게 되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이야기 본연의 재미와 감동을 즐길 수 있는 소설을 찾습니다.(중력) 놀라운 상상력으로 뛰어난 몰입감과 깊은 울림을 선사할 이야기를 기다립니다!'라는 설명을 보았는데, 이 책이 정말 딱 부합하는 것 같다.

사실 '자각몽'이라는 소재 자체는 너무나 많은 매체들에서 활용되어서 자칫하면 기존에 나왔던 스토리의 반복이라고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기우가 있었다. 그렇지만 강은지 작가는 자각몽이라고 하는 소재를 다른 설정(꿈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많은 어른들이 잠듦 + 청소년, 어린이와 극소수의 어른들만 남은 세상)과 결합해서 흥미로움과 신선함을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즐거움과 약간의 울렁거림을 가라앉힌 후, 작가님이 남긴 메시지를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하게 된 생각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었다.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 보니 어른의 1번 뜻은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20살 때 '이제부터는 어른이야.'라는 말에 어떠한 자격도 증명도 없이 어른이 된 것 같지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은 확연히 다른 의미임을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상기시켰다.

소설 속 강희, 강석이와 친구들은 법과 질서, 체계, 도덕의 최전선이 무너진 가운데서도 서로 협력하며 세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배려하고 약자를 살피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반면 반대쪽에는 이미 사회에서 어른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악행을 반복해서 저지르고 죄책감 따위는 가지지 않는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현재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또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인재(전쟁, 살인, 핵폭발 등..)를 씁쓸함과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입체적인 것도 이 소설의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 수면자가 되어버린 할머니를 지키는 12살 규성이와 강희의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 그리고 강희의 친구인 홍주의 어머님도 앞서 이야기 한 '어른의 조건'과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게 된 인물이니 주목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주인공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강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고 성숙하고 단단해지는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는 것도 소설의 큰 포인트이다.


📌 마무리하며​
-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
- 자각몽과 관련해서 뻔한 줄거리의 소설은 지겨웠던 독자
- 어른과 청소년 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응원이 필요한 독자​

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 <루시드 드림>이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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