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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은 비밀입니다 ㅣ 창비청소년문학 129
전수경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평점 :
"엄마는 두 세계를 산다.
둘 중 어느 것이 엄마의 진짜 세계인지
나는 종종 헷갈린다."
📌 줄거리
희진은 학교에서는 공부에 열중하는 전교 1등, 은성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자 집에서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딸이다. 희진은 평범하고 싶다고 염원했지만 미혼모와 살고 있는 자신, 엄마의 성과 같은 자신의 '제갈' 이라는 성마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평범을 소망하는 희진은 자신을 지키는 무기로 공부를 택했다. (시험이 끝난 날에도 부족한 과목을 점검하기 위해 알파독서실에 간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공부 때문에 살았다. 세상에는 누군가에게 저절로 받아들여지는 사람도 있지만, 끊임없이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20p
희진에게는 외모도, 성적도, 부모님도, 이름도 모든 것이 너무 평범해서 부러운 윤아와 초등학생 때부터 비슷한 성격으로 함께해왔던 상우, 두 명의 '절친'이 있다.
희진의 엄마(제갈미영)는 희진이 나이 때 남편없이 희진이를 낳게 되었다. 희진이 등교를 혼자 할 수 있게된 날부터 집 밖은 거의 다니지 않는다. 밤 늦게 쓰레기 버리러 가는 것이 외출의 전부이다. 생활비도 할아버지가 주시는 돈으로 충당한다. 그런 미영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텔레비전 시청이 전부이다. 드라마, 홈쇼핑, 연애프로그램부터 다큐멘터리까지. 빠지지 않고 모든 장르를 시청한다.
평소와 같던 밤 희진은 엄마가 텔레비전 속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기절을 한다. 엄마가 털어놓은 비밀은 자신이 '미래전자'의 신사업 모니터링팀 사원으로서 새로운 세계 즉 '멀티버스'를 발견하고 모니터링한다는 사실이었다. 보지 않았으면 믿기지 않았겠지만 희진은 두 눈으로 직접 봤기에 엄마의 말을 믿고, 취업을 축하해준다.
줄기차게 한길을 가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하나 보다. 매일 텔레비전을 보던 엄마는 결국 그러 인해 번듯한 기업의 회사원이자 멀티버스 터미널 모니터 요원이 되었다. 시기술 제품을 먼저 경험하고 다중 세계를 탐색하는 얼리 어답터이지 탐험가. 내가 알게 된 엄마의 놀라운 정체였다.
36p
그러던 어느날 과학고에 진학했다고 한 윤아의 초등학교 동창 소미가 은성고 전학을 온다. 희진은 자신의 성적이 밀릴까하는 걱정부터 상우, 윤아를 볼때와는 다르게 자신을 보던 눈빛까지 소미의 모든 것이 신경쓰인다. 거기에다가 엄마는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텔레비전 너머의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혹시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인지 엄마에 대한 걱정으로 희진은 자신이 직접 텔레비전 너머의 세상을 확인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결정의 기로 앞에 서게 되는데...
엄마는 연약한 사람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지긋지긋한 엄마라 해도 지켜야 했다. 이 세계에서 엄마를 구할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략)...
엄마에게는 절대 안되는 일이나, 딸에게는 기필코 해야 하는 그런 일이 있다. 딸은 언제든 엄마를 배반할 수 있고, 결정적인 순간 엄마를 이긴다.
70p
📌 후기
<채널명은 비밀입니다>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성'이라고 생각한다. 멀티버스를 소재로 하고 있는 소설에게 현실성이라니,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탄탄한 현실성을 바탕으로 멀티버스를 소재로 삼았기에 이렇게 훌륭하게 독자에게 말하고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주제(우정, 사랑, 가족애 등)를 전하려고 한다고 해도 터무늬없는 캐릭터와 설정을 배경으로 한다면 오히려 반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며 딸을 자신의 1번으로 생각하는 엄마, 성적, 등급, 내신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으며 오직 친구들과의 관계와 우정만을 강조하는 만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선생님 등. - 현실과는 동떨어진 소설만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하지만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는 다르다. 희진, 미영, 윤아, 상우, 할아버지, 선생님 등 사실적인 캐릭터와 이들의 관계 하나하나가 모여 소설의 현실성을 극대화하고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오히려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 주된 독자인 청소년들이 '아 또 뻔한 얘기하네,' 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로 시작해서 생각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다. )
두번째 장점은 깔끔한 복선 회수이다. 헷갈리지 않게 동시에 진부하지 않게 전수경 작가님은 소설 초반에 야금 야금 깔아놓은 복선을 남김없이 회수한다. 물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기에 복잡하고 꼬인 이야기는 없지만 충분히 속도감있고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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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희진이처럼 좋은 성적과 대학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던 과거의 나를, 그리고 엄마의 하나뿐인 딸로 여전히 애-증의 시소 위에 있는 지금의 나를 대입하며 읽었던 소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 후기를 마칩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가제본)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