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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4년 11월
평점 :
📌들어가며
이번 주는 직장에서 굉장히 바쁜 한 주였다. 바쁘니 자꾸 놓치는 부분이 생기고 그 부분을 만회하느라 시간이 곱절로 더 걸린 하루였다. 지친 하루에 끝에 직장에서 실수했던 부분들을 애써 지우면서 수면 유도 ASMR을 귀에 꽂고 잠에 들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직장과 관련된 악몽을 꾸다가 벼락치듯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면 자꾸 그 생각을 곱씹으며 해가 뜨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지난 화요일에는 2시간을 자고 출근했더니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나처럼 이런저런 고민들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한 <꿀잠 선물 가게> 가 창비의 새로운 브랜드 '토닥스토리'에서 출간 예정이라고 하여 기대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 소개
꿀잠 선물 가게의 주인 오슬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잠을 많이 잤다. 아주아주 많이. 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등교하는 버스에서, 수업 중에도, 심지어 친구와 이야기하는 중에도 잠에 들었다. 오슬로는 성인이 되어 취업 준비를 하는 등 여러 도전을 했지만 자신과는 맞지 않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오슬로는 학창 시절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 '잠드는 일'과 관련된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꿀잠 선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슬로. 그 옆에는 훌륭한 부엉이 조수 자자가 함께한다. 가게의 루틴은 다음과 같다. 불면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오면 먼저 웰컴 티로 꿀차를 내온다. (참고로 꿀차에는 그 어떤 마법도, 효능도 없다.) 편안한 분위기에 잠이 든 손님. 자자가 손님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맞대면 자자는 손님의 꿈속을 볼 수 있다. 오슬로는 부엉이 눈이 그려진 수면 안대를 쓰면 자자가 보는 손님의 꿈을 함께 볼 수 있다. 이렇게 꿈을 통해 손님의 고민을 매달 보름달이 뜬 날에 열리는 달빛 시장에서 사 온 재료들로 사부작사부작 만들어 놓은 꿀잠 아이템들 중 하나를 권한다. 지금 손님이 처한 상황과 꼭 맞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신중하고 소중한 마음을 담아서.
소설은 이런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온 9명의 손님, 그리고 오슬로, 자자 각각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취준생, 짝사랑 중인 여성, 중년 여성, 아기의 엄마 아빠, 새로 개원한 치과의사... 모두들 각자의 고민으로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온다. 그중 첫 번째 손님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시험 준비로 괴로워하는 취준생. 불안과 불면이 그를 찾아오는 날에는 몸은 피곤해도 잠이 결코 오지 않는다.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왔다. 자자가 살펴본 꿈에도 그 불안함이 오롯이 전해졌다. 고민 끝에 오슬로가 추천하는 제품은 탁상시계. 오슬로가 직접 한 땀 한 땀 만든 이 시계는 다른 시계와는 다르게 숫자도 없고 초침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시험 준비를 위해 가지고 있는 시계가 너무 많다며 말을 흐리는 청년에게, 오슬로가 말한다.
'이 시계는 보통의 시계와는 조금 달라요. 아주 천천히 가는 시계죠. 백년이 지나야 한바퀴가 도는 시계랍니다.
오슬로는 옅게 미소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
비록 지금은 아주 길고 느린 과정 속에 있다고 느껴질지 몰라도, 인생은 참 길답니다. 아주 천천히 가는 시계를 보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찾으시면 좋겠어요.'
31쪽
오슬로의 '꿀잠 처방'을 받은 청년은 한결 가벼워진듯한 모습으로 가게를 나섰다.
인생을 살면서 너무 뻔하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지금 바쁜 현실에 몰두하느라 잊고 살았던 인생의 진리를 온화하게 일깨워 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요약하고 싶다. 오래간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잔잔하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눈에 띄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바로 손님들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었다. (청년, 여자, 할아버지, 아기 엄마 등) 작가님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름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독자가 자신을 대입하고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줄거리 소개에 언급한 취준생 이야기에서 조급하게만 결정하고 생각했던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표지 디자인도 이 소설이 주는 특유의 몽글몽글함을 배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표지를 보고 어디서 봤던 분위기인데,라고 생각했는데 네이버 웹툰 <시선 끝 브로콜리>의 작가님이었다. 시선 끝 브로콜리에서도 작가님이 주인공 유채에게 보내는 응원의 마음이 느껴졌었는데, 그래서인지 꿀잠 선물 가게를 읽고 다시 표지를 보니 오슬로와 자자의 분위기가 더 잘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고작 몇년이 흘렀을 뿐인데 많은 것들이 변했다. 주위의 풍경도, 사람도 그리고 생각도. 시시각각 변하는 것들과는 다르게 몇년이 흘러도 한 자리에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시간이 얼마가 흐르든, 그곳이 어디든지 이 책을 펼치면 편안한 기분이 들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써내려간 이 소설은 언제든지 고민이 있을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펼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후에 꿀잠 선물 가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안정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렵고 난해한 소설이 아닌 쉽고 편안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 그런 사람으로 독자들에게 가닿고 싶다.'
238, 239쪽 / 작가의 말
작가의 말에 작가님이 위와 같이 적으셨는데, 정말 그렇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누구라도 <꿀잠 선물 가게>를 떠올리면 오슬로와 자자가 정성을 다해 꾸린 포근한 공간, 대화의 느낌이 전해질 것 같다.
📌마무리하며
오래간만에 정말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소설을 읽었다. 사회생활에 지쳐 사포처럼 거친 생각과 마음을 갖게 된 나를 부드럽게 만들어준 소설이었다.
-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
- 따뜻하고 포근한 소설을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
- 잠 못 이뤘던 밤이,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삭막하고 건조한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시즌 아니인가! 꼭 어울리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