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구원
에단 호크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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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
<완전한 구원>의 작가는 (나에게만큼은) 배우로 더 친숙한 에단 호크이다. 에단 호크를 처음 알게 된 작품은 <비포 선라이즈>였고, 다음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던 학생이었다. 그가 원래 배우가 아닌 작가를 꿈꾸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번은 각본(<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수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은 <완전한 구원>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는 에단 호크. 그래서 연기하는 예술가인 윌리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지 호기심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줄거리​
32세 남자 배우인 윌리엄 하딩은 록스타 메리와 파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촬영차 방문한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젊은 여성과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윌리엄과 메리의 관계와 윌리엄의 부덕함에 대해 끊임없이 보도한다. 뉴욕으로 돌아와 머큐리 호텔에서 머물게 된 윌리엄은 정신적으로 거의 완전히 무너졌다. 자신의 실패한 결혼 생활, 자신의 두 자녀, 배우로의 미래 등 끊임없는 고민에 잠식당한 그는 폭음을 하며 심지어 마약에까지 손을 대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윌리엄은 <헨리 4세>의 홋스퍼 역할 브로드웨이 연극에 오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윌리엄은 연출가 J.C., 연극에 참여하는 배우인 에드워드, 버질, 새뮤얼, 이지키얼 그리고 멀게만 느껴지던 아버지 등 많은 사람과 부딪히고 대화하며 인격적으로 한 단계 성장을 한다. 연극이 계속될 동안 그는 메리가 한 번이라도 자신의 연극을 보러 와 극적으로 화해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과연 그는 연극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부서진 결혼생활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 후기​
이 소설의 초반부를 읽으면 윌리엄 하딩의 강박적이고 불안한 마음이 절로 전해져 절로 읽는 내가 초조해졌다. (그만큼 잘 쓰고, 잘 번역되어다는 이야기다.) 이미 한 10층에서 떨어뜨린 유리병처럼 조각나서 회복 불가한 정신으로 장기판에 올라 최악의 악수만을 두고 있는 기분이다. 윌리엄 하딩이 또래여서 그런지 속으로 "이 친구야.. 정신 차려!!!"가 절로 나왔다.

어쨌든 나는 뉴욕으로 돌아온 첫날, 화장실 변기를 끌어안고 창자가 뒤집어지도록 속을 게워내며 발작하듯 울다 말다 하는 것으로 하루를 끝냈다.
22p

내가 코카인을 하고 있었다는 의식 자체가 없었는데, 이제 보니 내가 우리 두 사람분의 코카인을 두 줄로 정리해 놓고는 전부 나 혼자 흡입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82p

(+ 그렇지만 우리가 속으로 생각하면서 어쩌면 생각조차 하지 못하지만 잔재하고 있는 밑바닥의 무언가를 윌리엄의 독백으로 마주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더 화나면서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헨리 4세> 연극이 82회 진행되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 정신적으로, 신체적(목소리, 종기)으로 그는 여러 어려움을 겪는데 그는 무대에서만큼은 자신의 역할을 최선을 다하는 프로였다. 다른 점은 몰라도 연기에만큼은 진심인 사람이었다.

' 저는 연극을 믿습니다.
대사, 생각, 표현, 소통 속에서 치유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믿습니다.
저는 그 치유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봉사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내놓겠습니다. 제 인생을 모두 내놓겠습니다.
용서하소서. 제가 당신의 목소리가 되어 봉사할 수 있게 해주소서.'
90p, 연극 올라가기 전 윌리엄의 기도 중 일부

"잘 모르셔서 그래요. 이게 제 인생이에요. 이 작품에서 연기하는 게 저한테는 실제 인생보다 더 중요해요. 실제 인생은 한심하니까. 제가 없이 오늘 공연이 시작된다면... 그건 선생님이 수술대에 누운 환자를 두고 그냥 나와버리는 것과 같아요. 이해가 되나요?"
257,258p

그런 윌리엄이 지난 몇 달간의 과정 속에서 결론을 내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마지막은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스포 방지를 위해 여기까지만 이야기하지만) 윌리엄을 바라보면 어리석고, 이기적이고, 그래서 때론 철들지 않은 어린 소년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 윌리엄이 한 단계 성장하고 자신 앞에 놓인 인생을 회피하지 않고 굳건히 마주할 힘이 생겼음이 전해졌다.

나는 우리의 결혼 생활을, 우리 사랑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깃털을 갖게 됐다고 생각하며 우쭐거리는 공작새 같았다.
340p

윌리엄 하딩 이외에 등장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에드워드이다. 에드워드는 연극 <헨리 4세>에서 '헨리 4세' 역을 맡은 노배우이다. 소설에서 윌리엄에게 진실한 조언 혹은 진실한 조언의 껍데기를 쓴 궤변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사람들과 에드워드는 다르게 느껴졌다. 에드워드는 배우 선배, 인생 선배로서 윌리엄에게 진실되고 담백한 조언들을 해준다. 윌리엄도 그런 에드워드에게 심적으로 의지한다. 그런 조언들 중 일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고 생각해서 꼭 공유하고 싶다.

"모든 결정이 중요하네. 어떤 때는 시간이 휙휙 지나가고 달력의 페이지가 달라져도 우리는 매일 하는 사소한 일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자신을 속일 수 있어.... 아니면 모두 미리 예정된 거라고 속이거나. 하지만 아니야.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딛고 걷는 걸세. (생략)"
316p

"내 말은,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되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건... 자네 노력만으로 충분하다는 거네."
317p

이 소설에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껄끄럽게 느껴졌던 점은 아직 이혼이 마무리되지 않은 단계에서 윌리엄과 여성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는 점이다. (다 작가가 의미를 부여해서 만들어놓은 등장인물이겠지만) 윌리엄이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이니까 그랬겠지...?



📌 마무리하며​
⭕️ 평소에 연극을 좋아하며 그 뒷모습이 궁금했던 독자
⭕️ 에단 호크의 작품을 좋아했던 사람
⭕️ 다양한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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