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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윤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평점 :
📌들어가며
OTT 홍수의 시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튜브 프리미엄 하나만을 결제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내가 원하는 영상들로 채우는 것이 나의 큰 즐거움 중 하나랄까.
그렇게 유튜브를 탐색하던 작년 가을 '어느 날 엄마가 가짜로 보였다'라는 영상 제목이 눈에 띄어 바로 시청하게 되었다. 영상을 통해 2008년 2월 소아조현병 진단을 받은 내 또래의 나무와 나무의 어머니인 '윤서' 님을 알게 되었다. 나무가 내 또래라 그랬는지, 그들의 이야기가 더 알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후기
서평 제목을 '조현병에 대한 오해를 가장 쉽게 풀어주는 책'이라 적은 이유를 먼저 말하고 싶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의 오해, 프레임이 만연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각 개인의 상황이나 정확한 원인을 알기보다는 우선 '조현병'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인 제목, 내용으로 각종 기사, 영상들이 작성된다.
이런 '현실'에서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는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살아가는 진짜 '현실'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윤서 작가의 글을 읽어 나가면 나도 모르게 가졌던 조현병에 대한 막연한 짐작 혹은 편견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https://naver.me/5neU24Cn
“잔혹 범죄만 일어나면 조현병?… 조현병 자체는 폭력 유발 안 해” [건강+]
최준호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약물중독·폭력전과 등 요인 분리하면 조현병 폭력성, 일반인과 큰 차이 없어 국내선 정신질환자 범죄율 훨씬 낮아 조현병, 공포대상 되는 것은 ‘낙인효과’ 환자 고립되면 폭력성 띨 가능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조현병'에 대한 자세하고 쉬운 설명이다. 조현병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 병인지,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증상은 어떻게 되는지, 관련하여 어떤 제도가 있는지 등. 나무씨의 가족으로 느꼈던 경험을 넘어서 객관적인 자료도 있어 조현병을 잘 모르는 독자도 이 설명을 읽으며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조현병은 그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다. 조현병은 단일한 질병이 아니라 스펙트럼이다. 증상의 정도도 각자 다르고, 환청이나 망상의 내용도 다르고, 환자가 반응하는 지점도 제각각이다. (중략) 조현병 치료에는 완치도, 정답도 없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환자를 지지하고, 치료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면서, 환자의 일상이 유지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인삼각 경기를 뛰는 것이 조현병 치료다.
완치는 없다, 완화만 있을 뿐, 64쪽
전공 특성상 병동으로 실습을 갔었다. 5년이 지났지만 거기서 만났던 조현병 환자들이 생각난다. 수없이 입퇴원을 반복하셨던 분들이었다. 아직까지 기억 남는 각자의 사연들이 넘쳤다. 병식이 없어 면회 온 노모에게 '자신을 버린 나쁜 X'라며 화를 내던 중년 여성, 자신의 분야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다 조현병 진단을 받고 무너진 환자 등.. 이 책을 읽고 나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병원 너머의 삶에 대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그 시간을 직접 겪고 고군분투한 당사자의 글은 그 어떤 학자의 글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 "삭발해주세요."
나의 주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멀쩡하게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일시적인 성장통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머리를 밀기로 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기도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그리고 신에게 따져 물으려고.
조현병을 마주할 결심, 42쪽
✔️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이 청년의 불안을 알지 못한다. 세상이 사라지는 것 같은 절대적 불안,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존재가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 그것을 짐작조차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 말해야 한다. 이런 증상으로 힘든 사람도 있다고, 이 불안에 사로잡히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겉보기에는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 이런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망상 씨, 환청 씨와 함께 사는 법, 51쪽
책을 읽다 보니 '어머니'인 윤서 작가뿐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나무씨의 아버지가 작성한 '나무 아빠의 일기: 보통명사 '아버지'가 되기까지'와 동생이 작성한 '나무 동생의 편지: 영원한 고통은 없으니까'가 수록되어 있었다. 특히 나무 동생의 편지 중 한 구절이 가슴을 울려 소개하고 싶다.
✔️ '조현병'. 질병 자체뿐 아니라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편견과 쉽게 뱉어버리는 말들에 저희 가족은 많이 아팠어요. (중략) 우리 곁에는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자신의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당사자와 그들의 가족이 있어요. 한 개인이 가진 어떤 질병만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질병은 그 사람의 일부일 뿐이니까요.
나무 동생의 편지: 영원한 고통은 없으니까, 137쪽
당사자의 가족이 느끼는 사회적 제도의 부족함도 서술되어 있다. 먼저 소아조현병 진단을 받은 나무 시가 경험하는 첫 번째 사회, '학교'가 가지고 있는 제도 등의 공백이다. 우선 '정신장애'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이해와 제도가 부족하다. 심지어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특수교육 대상자 심사 기준이 높다. 학급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초등-중등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학급 수 부족을 이유로 특수학급 입급이 제한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옆에서 봐도 황당한데(6학년 때까지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던 학생이 중학생 때는 특수학급에 가지 못하고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니.) 당사자 가족들은 '학교'라는 제도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좌절할지. 상상조차 어렵다. 나무씨 역시 고등학교 특수교육 대상자 심사에서 떨어져 고심 끝에 대안학교를 선택했다.
나에게 생소했던 '정신장애'에 대한 설명도 기억에 남는다. 나무씨의 병역판정검사 에피소드에 '정신장애'에 제도에 대해 처음으로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정신장애는 다른 장애와 달리 1급에서 3급까지 분류된다. 조현병, 분열형 정동장애, 양극성장애(조울증), 반복성 우울장애가 해당된다. 하지만 다른 장애는 총괄기능평가척도(GAF)에 따른 평가 기준 충족이 어려워 정신장애의 대다수는 조현병 환자라고 한다. '정신장애'가 무엇인지, 어떻게 분류되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윤서 작가가 왜 꼭 나무씨의 장애인 등록을 하고 싶었는지도.
✔️ 담당 의사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지원보다 낙인이 크다고 걱정했다. 별 혜택이 없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냐며 다시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하겠다고 했다. 계속 아플 거라면, 조현병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면 행정복지센터에 장애인 등록을 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 서비스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우리 가족이 짊어진 돌봄을 국가와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자리를 찾아가는 길, 124쪽
📌 마무리하며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모르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가 짐작하기 어려웠던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해 준 책이었다. 앞으로 이런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그래서 이해하고, 그렇게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하니포터10기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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