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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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직장 동료로부터 추천을 받았던 책이었다. 식사 중 책 관련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에게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어봤냐며,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신경외과 의사의 이야기인데, 인생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머쓱) 그 당시에는 일 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던 터라 큰 감흥 없이 지나갔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24년 겨울,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통해 그때 그 책, <숨결이 바람 될 때>가 100쇄 기념 에디션이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알고리즘에 침투한 파도님과 박대리님ㅎㅎ) 독서에 다시 흥미를 가지게 된 내 입장에서 '100쇄'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고 굉장히 놀라웠다. 수많은 책이 나오고 지는 출판 시장에서 100쇄를 찍었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에 가서 울림을 주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작가인 폴 칼라니티를 아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폴 칼라니티는 대학에서 영문학, 생물학을 공부한 후 자신의 관심사인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의 교차점'이 어디인지를 고민 끝에 의학을 공부하게 된다. 의과 대학원 졸업 후 극한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끝마치고 자신이 생각했던 신경외과 교수로의 완벽한 미래가 코앞으로 다가온 그때. 생각지 못한 폐암 진단을 받는다. 그는 암 진단 후에 치료를 병행하며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외과의 자리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암은 생각보다 가차 없이 세력을 키웠고, 그는 2년의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이 책의 구성은 [프롤로그, 1부, 2부, 에필로그]이다.

프롤로그에서 폴 칼라니티는 바쁜 신경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견디는 중, 자신의 몸에 나타난 이상 징후를 느낀다. 의사로서 자신의 몸 상태가 암일 수도 있다고 판단을 내린 그가 진료를 기다리며 프롤로그가 마무리된다.

1부 '나는 아주 건강하게 시작했다'는 폴 칼라니 티의 유년 시절부터 레지던트 생활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머니의 추천으로 유년 시절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된다. 아마 이런 그의 배경이 그가 감성과 이성을 모두 겸비한 의사가 되는데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길은, 책에는 나오지 않는 답을 찾고 전혀 다른 종류의 숭고함을 발견하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64,65쪽

그런 그는 고민 끝에 의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껴진 신경외과를 선택한다.

당신의 아이가 얼마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까? 뇌는 우리가 겪는 세상의 경험을 중재하기 때문에, 신경성 질환에 걸린 환자와 그 가족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96쪽

큰 병은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 전체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하지만 뇌 질환은 거기에 난해하고 신비한 분위기가 더해진다. 아들의 죽음만으로도 부모의 정돈된 세계는 뒤집혀버린다. 그런데 환자의 뇌는 죽었고 몸은 따듯하고 심장도 여전히 뛰고 있다니. 이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을까? 116쪽

우리 몸에서 소중하지 않은 곳은 없지만 뇌는 우리의 삶을 관장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 뇌의 손상은 우리의 삶에 비가역적으로 느껴지는 직격탄을 꽂는다. 그는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의사로서 환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할 수 있는지 늘 고뇌한다.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125쪽

그는 외과의로 갖춰야 할 수술 실력과 학문에 대한 탐구뿐만 아니라 마음 깊이 자신의 역할과 삶의 주체로의 환자에 대한 성찰을 멈추지 않았다. 환자의 삶을 진정으로 마주하며 더 나은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2부 '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는 그가 폐암을 진단받은 후 의사이면서 동시에 환자인 시선으로 바라본 인생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사람을 돌려주는 것이 아닐, 삶이 무너져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 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다.
(중략) 에마는 나의 옛 정체성을 되돌려주지는 않았다. 대신에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내 능력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리라는 것을 마치 내 깨달았다. 198,199쪽

그는 암 진단 후에 (의사로서) 병원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성찰하며 자신 앞에 놓인 인생을 '살아간다.'

(생략)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234쪽 딸 케이디에게 남기는 메시지 중 일부.

그가 가장 마지막으로 부여받은 역할은 바로 '아빠'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는 투병 말미에 자신의 상황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 그런 그에게도 생명의 연장을 바라게 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딸이다. 책을 읽다 보면 깨달음이 고귀해서 마치 그가 현인같이 느껴졌었다. 그렇지만 '케이디가 내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지는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문구를 보고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도 딸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평범한 아빠였다는 사실에 현실감이 밀려오며 슬픔이 차올랐다. 고차원에 머물던 그가 나와 같은 차원의 동등한 인간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그가 적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라는 사실도.

마지막 챕터는 아내인 루시가 작성한 '에필로그'이다. 그가 성큼 다가온 죽음으로 인해 책을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폴 칼라니티가 적었던 투병 시기를 루시의 시선으로 바라본 회고에 더해 그가 적지 못했던 그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폴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바람에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미완성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완성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 폴이 직면한 현실의 본질적인 요소이다. 251쪽

이 문장을 읽으며 아, 그래.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질감 없이 책을 마무리하는 차원을 넘어서 배우자의 책 내용을 관통하는 결론을 낼 수 있는지. 이는 루시와 폴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고, 가치관을 공유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던 챕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가족사진이 있다. 한참을 바라봤다.

이 책은 최루탄처럼 터지는 포인트를 깔아놓고 눈물이나 감정의 동요를 강제로 유발하는 책은 아니었다. 저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한다. 그렇지만 그의 치열한 고민과 성찰의 과정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마음 깊은 속에서부터 뜨거운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의사로서도, 그리고 환자로서도 죽음을 직면한 그의 사고과정의 정수(精髓)만이 전해졌다. 제일 좋고 귀한 것을 전달받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로 내 인생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잡담
죽음은 미지의 영역이다. 당연하다.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설사 있다 하더라도 증명할 수가 없는 영역이다.). 책을 다 읽고 후기를 쓰던 중, 초등학교 1학년 학생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자신의 집에서 가지고 온 책이라며 '별'과 관련된 과학 도서를 읽고 있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지(읽고 있던 그 '별' 책이라고 했다. ) 대화를 하던 중, 학생이 나를 보며 이야기했다.
'선생님, 우리는 죽으면 다 별이 될까요? 저는 죽은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너무 궁금해요. 죽는 게 뭘까요?'
세상에. 책을 읽고 내 나름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때, 훅 들어온 1학년 어린이의 질문. 죽음은 결국 생명이라면 누구가 마주해야 하는 순간임을 아이도 본인 모르게 느끼고 있던 것일까? 내가 황당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잖아요.'라고 덧붙였다. '맞아. 그건 어른인 선생님도 모르는 일이야. 너의 말처럼 지구 위의 그 누구도 모를 일이지.'라고 대답했다.

모든 사람이 유한성에 굴복한다. 이런 과거 완료 상태에 도달한 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233쪽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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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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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마인 #허블 #허블출판사 #동아시아출판사

네? 제가 외계인 아기를 키워야 한다구요?!👽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울다가 웃다가 )뚝딱! 완독한 <에너미 마인> 후기 시작합니다🐍

"한번 듣고 싶은데, 나를 위해 그걸 암송해 주겠어?"
나는 고개를 돌려 드랙을 보았다. 제리의 표정이 놀라움에서 기쁨으로 순식간에 바뀌고 있었다. 한참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드랙인에게 가계를 묻는다는 것은 매우 큰 경의를 드러내는 행위였던 것이다. 드랙 종족에게 그것은 비단 개인에게만이 아니라 가게 전체에 존경을 표하는 일이었다.

📚63쪽
데이비지가 제리 개인과 유대감, 친밀함을 쌓는 것을 넘어 드랙 자체를 이해하는 시작이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데이비지는 이 순간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데이비지와 제리는 극한의 추위를 파이린 4호 행성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다. 그렇지만 함께한 시간과 대화가 쌓일수록 적이었던 철저한 타인이, 생존을 위한 동지였다가 된다. 결국에는 편견을 내려놓고, 서로의 살아온 맥락과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가 된다.


"내가 왜 이 빌어먹을 아기를 걱정해야 해? 제리, 너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구?"
"내 아이를 보살펴 줘, 이르크마안. 자미스를 제리바의 가계 기록 보관소 앞에 데려가 줘. 그렇게 하겠다고 내게 약속해 줘."
"오, 제리…. "
"맹세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래, 맹세할게…."

📚84쪽
이렇게 데이비스는 제리와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이별을 하게 되었다. 사실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지구인 데이비지에게 제리바 가계 기록 보관소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데이비스는 자미스가 안전하게 성공할 수 있도록, 그 가운데 제리가 남긴 '드랙의 역사'가 자미스에게 끊이지 않고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 고군분투가 때로는 '인간 아빠 혼자 키우는 1살 외계인 양육하기 vlog'처럼 귀여웠다가 때로는 둘의 대화를 보며 싶은 상념에 빠지게 만들었다.

"자미스,"

"예, 삼촌?"

"자미스, 넌 드랙이야. 드랙은 한 손에 손가락이 세 개야."
나는 내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들을 흔들었다.
"난 인간이고 손가락이 다섯 개지."

나는 그때 어린애의 눈에서 눈물이 솟는 것을 보았다.
"어른이 되면 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이 생기나요?"
나는 앉아서 자미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이는 자신의 다른 두 손가락이 어디로 가버린 건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뒤표지
사실 아무리 데이비스가 '난 너의 삼촌이고, 너의 부모와 친구였고, 그래서 너를 돌보게 되었고, 나는 인간, 너는 드랙이야.' 라고 이야기를 해줘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내 인생을 통틀어서 의사소통을 한 생명체가 '인간'뿐이고,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존재가 '인간'인 걸.
⭐️특히 이 장면은 꼭 집중해 주세요. 책 뒤표지에 소개된 구절인 이유가 있다. 책 표지만 봤을 때는 뭉클한 정도였는데 책을 완독하고 다시 보니 눈물이 흘렀다😭. ⭐️

(출간 시기 상 에너미 마인이 훨씬 먼저이긴 하지만) 종족을 넘어선 이해와 보살핌을 주제로 한 책을 떠올리니 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서로에게 가장 훌륭한 펭귄과 코뿔소가 되어줬던 노든과 펭귄🦏🐧의 이야기! 혹시 을 읽고 그들의 관계에 마음의 위로를 얻었던 독자들이 있다면 을 권유하고 싶다. 인간-드랙(외계인)의 연대와 사랑도 만만치 않습니다.

📚🍓
결국 지독하게 힘들고 괴로워도 '사랑'이 이기는 소설을 참 좋아한다. 그 어떤 시련과 역경이 온다하더라도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서 결국 사랑에 도달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왜냐하면 현실이 가혹해도 사랑이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혼란하고 불안한 마음에 결국 '사랑'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를 준 에너미 마인. 즐겁게 완독했습니다!

🌠책 읽고 다시 표지를 보니 다시 울컥,하고 감정이 올라왔다. 파이린 4호 행성에서 각각 5개의 손가락과 3개의 손가락을 가진 손을 꼬옥 잡은 데이비지와 자미스.

<서평단 활동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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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아주 작은 실행의 힘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정지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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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이 책의 지은이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유튜브에서 동기부여 영상을 찾아볼 때 뵈었던 구면(?)이다. 하지만 시험 준비하던 시절에 강제로 정신적 연료를 주입하기 위해 보았던 동기부여 채널들 구독을 취소하고 잊었다 그렇게 3년 차 직장인으로 열정과 목표의식은 희미해지고 하루살이처럼 오늘 하루 큰 사고 없이 끝냈다면 그저 끝.이라는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을 때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너무 잔잔해서 고이다 못해 썩어가는 게 아닌가 싶은 삶에 변화를 줄 수 있기를 바라며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을 읽기 시작했다.

📌 내용​
이 책은 성공으로 가는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먼저 현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게 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핵심 정리>가 한 쪽으로 되어 있어서 해당 장의 핵심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바로 <실행 프로젝트> 페이지가 있어서 각 장에서 알려준 방법을 적용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이다. 한때 많이 찾아읽던 자기 계발서를 어느 순간 뚝 끊고 읽지 않은 이유는 읽고 나면 남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에 그래, 그렇지 하고 공감하며 읽다가도 결국 머리에 남는 내용이나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몰라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책 내용이 아무리 유익해도 현실과 연결되는 마지막 그 징검다리가 비어있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걸음 한걸음 그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7장 멀리 보아야 멀리 간다'에서는 시간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분면 시간 관리법'이라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분면 시간관리법은 중요도와 긴급도에 따라 1,2,3,4분면으로 업무를 구분하여 업무 처리 순서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각 사분면에 해당하는 업무가 무엇이 있는지 예시를 나열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2사분면,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업무 능력 향상과 관련된 교육이나 강연 프로그램, 자기 계발을 위한 독서 등)

또한 다양한 사례가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수많은 강연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과거 이야기 등을 적재적소에 맞게 풀어낸다. 이로 인해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에 흥미를 높인다.

📌 공유하기
'사람들이 무언가에 도전하고 성취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안함을 느껴 현재에 안주하게 하는 컴포트존(Comfort Zone) 때문이다. 사람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혹은 자신도 모른 사이에 이 컴포트 존에 진입하게 되며, 이는 '적당히'라는 함정에 빠뜨려 더 큰 성공을 방해한다. '
32쪽 1장 무엇이 당신을 안주하게 하는가

익숙한 것은 점점 쉬워지고 결국 새로운 도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직장에 입사하고 일에 익숙해져 나도 진취적인 도전의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게 된 것 같다. 굳이, 이미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죽도록 싫지는 않으니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현실에 '안주'한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성공을 가로막는 3가지 장애물 중 첫 번째로 컴포트존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 스스로의 컴포트존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목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목표라고 부를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들에게는 오직 소원이 있을 뿐이다. 소원에는 목표와 달리 에너지가 없다. (중략)
당신이 성공하고 싶다면 그저 간절히 바라기만 하는 소원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는 방향감과 명확성을 준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는 에너지를 집중시켜 보통 5~10년 걸려 달성할 일을 단 1년 만에 성취하게 해줄 것이다. 지금 당장 점검해보라. 당신이 원하는 것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소원인가, 현실에 발을 디딘 목표인가?'
100, 101쪽 / 4장 목적지를 정해야 출발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목표(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운..)의 문제점을 단숨에 관통했달까. 나의 기존 목표는(브라이언 트레이시 기준에서는 소원) 그냥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이런 소원을 품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이미 목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목표를 세울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나도 앞서 말한 행복해지고 싶다,를 내 인생의 목표로 생각했지만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찰한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충분히 자기, 맛있는 음식 먹기 등의 단발의 행복에 대해서는 생각했지만 인생 전반을 거시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기에는 두루뭉술하고 실천적이지 않다. 이 장을 통해 내 인생의 목표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나치게 도파민을 추구하는 행위는 일상을 무너뜨린다. 만약 불필요한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아침부터 집중력을 발휘해 쉬지 않고 일해서 중요한 과업을 달성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뇌의 신경가소성에 따라 도파민을 쫓던 신경회로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반복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행동과 사고방식이 자리 잡는다. '
258쪽 10장 성공을 자동화하는 루틴의 힘.

'10장 성공을 자동화하는 루틴의 힘'에서 저자는 성공을 위한 식습관, 수면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대해 조언한다. 그중 나 포함 많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도파민 중독'과 관련된 조언을 공유하고자 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휴대폰의 너무나 많은 알람에 사람들이 하루 종일 자극, 각성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는 생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도파민 중독은 결국 밤늦은 시간에도 우리가 휴대폰을 손에 놓지 못하게 하면서 수면의 질에도 직격탄을 날린다. 성공을 위해서는 거창한 한 발을 내딛기보다는 내가 내 삶의 가장 작은 부분부터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통제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어젯밤에 의미 없는 유튜브 쇼츠를 넘기며 취침시간을 뒤로 미룬 내 스스로부터 반성한다...)


📌 마무리하며​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내 삶의 변화를 위해 바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한 부분들이 많았다.

- 인생의 변화를 시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막막한 사람
- 업무 등에 있어서 향상과 발전을 도모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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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복직합니다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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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법소녀 복직합니다> 스포없음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스포있음

📌들어가며​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의 후속작 <마법소녀 복직합니다>를 읽게 되었다. 아니 분명 은퇴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복직이요...?
자신의 실수(라고 해야 할까.. 사실 주인공 아니면 다 같이 죽는 거였는데...)로 인해 다른 마법소녀들이 힘을 잃은 것에 책임을 느끼고 은퇴하려고 한 나... 를 다들 붙잡나? 아니면 무슨 일이 더 일어난 것일까? 호기심에 참지 못하고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를 완독하자마자 바로 <마법소녀 복직합니다>를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
전편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에서 은퇴를 선언했던 '나'. 그렇지만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시간의 마법소녀의 힘을 내놓게 하는 대가로 대부분의 마법소녀의 힘이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이하 전마협)'에서는 힘을 잃지 않은 '나'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나'는 전마협 의장 아로아의 설득에 의해 다시 마법소녀로 복직하게 된다.(초스피드 복직)

우선 아로아와 공간의 마법소녀 희진의 도움으로 자신의 마법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훈련을 계속한다. 블랙카드를 이용해서 소원만 빌고 구체적인 대가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생각지 못한 다른 소중한 무언가를 대가로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맹연습 중 다른 마법소녀들과 함께 나가게 된 정식 첫 출동은 어떤 공장의 유독성 화학물질 유출 사건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공장 안의 모든 생물이 숨을 쉬지 않고도 버틸 수 있게 해달라는 의장님의 부탁에 고민을 하던 나는..

나를 비롯해 공장 안에 존재하거나 한 시간 이내에 존재하게 될 모든 생물의 후각을 대가로 그들의 무호흡 시간을 사겠어. 백초의 후각과 일초의 무호흡 시간을 교환. 어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래지?
80쪽, 마법소녀 출동합니다.

라고 거래를 시도하고, 블랙카드는 거래 성립을 알리며 빛을 냈다. 첫 임무 성공에 축하하며 언론에서는 '나'에게 주목을 하던 그때. 누출 사고 피해자와 가족들로부터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내 마법 때문에 무호흡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피해자들은 무호흡 혼수상태로도 경이로울 만큼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었지만, 깨어나서는 그 백배에 달하는 시간 동안 후각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혼수상태가 만 하루 동안 지속되었다면 백일 동안, 이틀 동안 지속되었다면 이백일 동안 후각이 마비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다행히도 구조 후 십분에서 한시간 사이에 정신을 차렸지만, 모두가 그렇게 운이 좋지는 못했다.
97,98쪽, 위기에 처한 마법소녀

언론은 태도를 바꿔 순식간에 나를 '희생의 마법소녀'라 칭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인해 자책하는 나. 전마협은 피해자 회복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나는 마법소녀가 아닌 '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세 임대료를 1000만 원이나 올리려는 집주인 할머니, 돈 마련을 하기 위해 하는 알바들.. 그러던 중 아로아와 함께 출장을 가게 된다. 세계 유일한 마법소녀인 '모든 것의 마법소녀'를 숭배하는 <극동마법소녀전진본부>에 들어가 그 정보를 파악하는 것. 본부에 도착한 아로아와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로아와 나는 위기를 극복하고 <극동마법소녀전진본부>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파악할 수 있을까?


📌후기
사실 전작인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후속작인 이 책을 시작하며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본편만 한 속편은 없다.'라는 암묵적인 불문율이랄까. 속편을 보고 난 후 '아, 그냥 본편만 볼걸... 내가 상상할걸...'이라고 탄식했던 적이 더러 있던지라.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더 깊어진 관계성, 연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혹시 나와 같은 두려움을 속편을 읽기 겁낸 독자들이 있다면.. 어서 읽어보시기를.. 후회 없을 것입니다. (진지.)

그리고 주인공 '나'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더 커졌다.. 차곡차곡 쌓이는 서사와 묘사에 주인공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래에 소개하는 '사과'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극 초반부터 결말 부분까지 이어지는데 스포 때문에 말은 못 하지만 결말을 마주하면 눈물이 차오를 것임을 장담한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까 상담실 들어올 때에도 늦었다고 사과했죠? 조금 늦은 건 사실이지만, 사과할 게 아니라 사과받을 상황에 가까웠잖아요. 사과도 습관이 될 수 있어요. 사과하기 전에 정말 사과가 필요한 경우인지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정말 미안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사과하고 끝내는 게 편해, 나는 그게 더 쉬워, 라는 마음가짐인지. "
46,47쪽, 마법소녀 답지 못한 일.

이 말을 들은 주인공은 실제로 자신이 사과하고 끝내는 게 편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 나도 그냥 내가 사과하고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에 죄송한지 아닌지 판단이 서기 전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제 수명이라도 걸고 …… 회복을 빌면 어떨까요."
(중략)
많이 돌려 말씀하시긴 했지만 내 목숨도 피해자들의 회복만큼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인 듯했다. 나는 그런 염려를 받을 만한 사람이 맞을까? 사과를 못하겠어서 자해 협박 같은 말을 해버린 내가……
"죄송합니다."
사과는 그제야 간신히 나왔다. 참았던 눈물이 터져 주먹 쥔 손등 위로 뚝뚝 떨어졌다.
98, 99쪽, 위기에 처한 마법소녀.

줄거리에서 언급했다시피 급박한 상황에서 '나'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장하기 위해 무호흡 시간과 후각 상실을 1대 100의 비율로 교환하는 대가의 마법을 실행했다. 피해자들의 후각이 길게는 연 단위로 손상된 상황에 '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신의 수명을 걸고라도 상황을 돌이키고 싶어 한다. 이 모습을 보며 내가 소설 속의 '나'인 것 마냥 답답하고 막막했다.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상황은 꼬여만 가고, 나의 중요한 무언가를 내놓고라도 해결하고 싶지만 손쓸 방법이 없는 무력한 상황... 많이 위축되어 있는 주인공에게 처해진 이런 상황이 가혹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마법소녀는 아니지만 현실에서 이와 비슷한 순간을 맞이했던 나의 모습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그때의 나를 원망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주인공을 몇 배 더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인공이 악하지 않아서 좋다. 인생의 코너에 몰린 것 같은 순간에도 무작정 타인을 원망하거나 파괴하려 하지 않아서 좋다.

한때 최강의 마법소녀라 불렸던 미래의 변화도 전작과 이어지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가정에서 극단적인 폭력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법소녀로 각성했던 이미래. 미래는 이제 전마협의 보호를 받으며 세상의 온기를 난생처음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미 미래에게 당연히 주어졌어야 할 어른들의 위기에 처한 아로아와 '나'를 도우러 오고, 회의 시간에 작게 큭, 하고 웃기도 하며, 최희진의 면박에는 눈을 쓰윽 흘기기도 한다. 이런 변화들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극동마법소녀전진본부'의 정체도 전작에서 주는 메시지를 잃지 않으며 흥미롭게 잘 풀어냈다. 정체가 무엇인지 가늠도 못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말부가 재미있고 속도감이 있어서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완독했다.


📌마무리하며
책 말미에 있는 작가노트마저 너무 좋아서 꼭 공유하고 싶다.

'복직의 복(復)자는 회복의 복, 복수의 복과 같다. 2탄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2탄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일종의 복직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하는 것 같다. 이 일이 코끼리를 업고 불타는 굴렁쇠를 굴리며 김치를 담그는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도.
이 사랑을 내가 가진 마법소녀의 능력이라 해도 좋겠다. '
232쪽, 작가노트

아, 작가 노트마저 완벽해서 탄식이 나왔다. 혹시 3탄은 없을까요.. 풀어낼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은 것 같아요, 작가님...

너무 마법 같은, 동화 같은 바람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후속편이 없다면.. 주인공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선함을 잃지 않고 안전하고 따뜻한 곳에서 살며 타인의 행복을 염려하는 만큼 자신의 행복을 누리고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세상의 볕들지 않는 구석에서 마법소녀로 각성할 만큼의 어려움과 고통을 느끼고 있는 여린 소녀들에게도 따스함이 찾아오기를.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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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은퇴합니다 (리커버)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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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스포없음

📌들어가며​
9n년생이라면 어릴 적 만화 주인공으로 나오는 수많은 마법소녀 언니들(세일러문st)을 보며 마음속에 '혹시 나도 마법소녀..?'라는 꿈 한 번쯤은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유년기 최고의 마법소녀는 <꼬마 마법사 레미>였다. 극 중 레미의 나이는 무려 초등학교 5학년(!!)이다. 레미보다 더 어린 나이에 나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혹시 마법소녀로 간택이 되어서 마녀 개구리와 함께 마녀가 되기 위한 수련을 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집 책꽂이에 레미 피규어를 올려놓고 매일 쳐다봤다. 나도 세상에 그런 몇 없는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며.

지금은 꿈꾸는 마법이라고는 사지도 않는 로또 당첨인, 언제나 대체될 수 있는 사회의 부품으로 팍팍한 현생을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잠시 아련한 마음으로 나의 과거를 회상했다. 그런데 잠깐.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의 마법소녀, 우리가 알던 마법소녀와는 너무나도 다른 것 같다?


📌 줄거리 소개 ​
등장인물은 주인공 '나', 예언의 마법소녀 아로아, '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의 의장님 연리지와 다른 몇몇 마법소녀들이다. 시점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유일한 보호자였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온 '나'. 처음으로 은행에 가 신용카드를 만들었던 날이 생생하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들을 살며 결코 사치하지 않았다. 전염병으로 일자리를 잃고, 직장 구하기에 실패하고 빚이 생겼다. 어렵게 구한 단기 알바로는 리볼빙 최저한도 빚을 갚기도 급했다. 그렇게 '나'는 마포대교에서 오늘 생을 마치기로 결심했다.

사람이 살아 있는데에는 돈이 들어...... 그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 데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아.
고작 삼백만원을 갚을 능력이 없어서 죽을 생각을 한다고 하면 다들 한심하게 생각하겠지. 그런데 나는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해. 처음 신용카드를 만들 때 내 카드 사용한도는 오백만원이었고 여전히 오백만원이야. 그런데 한달을, 두달을 더 산다고 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16,17쪽 마법소녀가 되는 운명.

그렇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그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내가 지금 죽을 운명이 아니라며...

"당신은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에요."

말을 건넨 사람은 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전마협) 간사 아로아. 예언의 마법소녀였다. 내가 바로 지구의 운명을 돌릴 최강의 마법소녀라고 예언을 보았다고 말한다. 알고 보니 마법소녀는 만화의 마법소녀라기 보다는.. 직업박람회에 참여할 정도로 사회의 하나의 직업에 가깝다. 심지어 마법소녀로 각성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까지 있다.

그렇게 얼떨결에 마법소녀 연습생이 된 그녀. 전마협에서 세계 최강의 마법소녀, '시간의 마법소녀'를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종말을 막기 위해서이다.

"지구는 대마왕 때문에, 외계인 때문에 끝나지 않아요. 적어도 당장은. 하지만 기후 위기는 실제로 지구에 닥친 최대의 재앙입니다. "
68쪽, 마법소녀의 소중한 것.

그렇게 자신이 그 시간의 마법소녀임이라는 예언을 굳게 믿고, 전마협 회장님이 만들어주신 자신의 검은색 신용카드 모양의 마구를 손에 쥔 채, 아로아와 함께 한강 유수지에서 각성을 위해 노력한다. 열심히 주문을 외우며 마구의 반응을 보며 될 것 같은 느낌을 마주한 순간...

"시간의 마법소녀가 방금 각성했어요."
불규칙적으로 세차게 뛰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했다. 아로아는 얼굴을 감싼 채로 다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게 ...... 당신이 아니었어요."
86쪽, 시간의 마법소녀 변신.

개인적인 슬픔과 좌절도 잠시. 각성한 시간의 마법소녀가, 우리 편이 아닌 것 같다. 지구를 통으로 날려버리려는 최강의 마법소녀 이미래. 과연 마법소녀로 각성을 실패한 '나'와 전마협의 마법소녀들은 이미래로부터 지구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을까?


📌후기​
박서련 작가님의 여성 서사에 또 한 획을 긋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난 작가님이 A부터 Z까지 여성을 바라보고 소설 속에서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좋다. (팬심 고백) ​

마법소녀라는 특별하게 여겨지는 존재를 비틀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직장인의 하나로 만든다. 그래서 더 마법소녀가 겪는 일과 고통에 더 공감이 된다. 마치 나 같아서 더 응원하고 싶다. 읽으면서 주인공인 '나'가 느껴봤을 법한 절망을 느꼈을 존재들에게 위로가 된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법소녀들은 무조건 착할 수 없고 착할 필요도 없다. 이건 만화가 아니니까. 사랑과 희망, 선의 같은 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나 어떤 마법세계에서 온 존재들과 맞서는 게 아니라, 먹고사는 일에 몸과 마음을 다쳐가면서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118,119쪽 마법소녀도 곤란한 것.

주인공 '나'의 능력이 다른 마법소녀의 마법과 달리 대가를 치러야 실행이 된다는 점이 현대의 자본주의에서 간신히 생존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가혹하지 않은가..라는 씁쓸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런데 나도 그 세상에 발 딛고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 1이라 더 마음이 아프다. 마법소녀의 상징이기도 한 마구가 검은색 신용카드인 것부터 너무 현실적이라 웃음이 나온다.

기후 위기에 대한 언급 또한 인상적이었다. 특히 2024년 올해 여름은 녹을 듯이 더웠고, 꾸준히 시청하는 'KBS 세계는 지금'에는 상상을 초월한 폭우, 홍수, 태풍, 허리케인, 폭염, 가뭄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외계의 생명체가 아니라 결국 우리 손으로 불러온, 지구 최강의 마법소녀의 도움 없이는 멈출 수 없는 재앙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이미래를 대하는 <전마협>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세상 구석에 놓여있던 약자에게 보내는 어른의 적합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가장 약한 존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 부여되기 때문에 소녀들에게만 마법의 힘이 부여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그게 내 생각이에요."
120쪽, 마법소녀도 곤란한 것, 아로아

아로아와 '나'의 은은한 관계도 소설의 흥미를 높이는 요소이다. 자신을 지탱해 주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처음 만난 위로가 되는 다정한 존재의 힘이 텍스트를 통해 전달된다.


📌마무리하며​
소설을 읽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적인 물수제비뜨기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혹시 중간에 돌멩이가 가라앉지 않을까 조마조마한데 또 통통통하고 끝까지 튀어 오르는 그 모습을 보며 짜릿함과 희열을 느끼는...
스토리가 매끄럽게 진행되면서 재미를 주는 지점과 고찰할 거리를 주는 부분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어 결말까지 만족스럽게 읽었다.

- 박서련 작가님의 기존 소설을 읽고 만족했던 독자
- 언젠가 마법소녀를 꿈꿨던 당신
- 지루할 틈이 없는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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