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복직합니다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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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법소녀 복직합니다> 스포없음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스포있음

📌들어가며​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의 후속작 <마법소녀 복직합니다>를 읽게 되었다. 아니 분명 은퇴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복직이요...?
자신의 실수(라고 해야 할까.. 사실 주인공 아니면 다 같이 죽는 거였는데...)로 인해 다른 마법소녀들이 힘을 잃은 것에 책임을 느끼고 은퇴하려고 한 나... 를 다들 붙잡나? 아니면 무슨 일이 더 일어난 것일까? 호기심에 참지 못하고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를 완독하자마자 바로 <마법소녀 복직합니다>를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
전편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에서 은퇴를 선언했던 '나'. 그렇지만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시간의 마법소녀의 힘을 내놓게 하는 대가로 대부분의 마법소녀의 힘이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이하 전마협)'에서는 힘을 잃지 않은 '나'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나'는 전마협 의장 아로아의 설득에 의해 다시 마법소녀로 복직하게 된다.(초스피드 복직)

우선 아로아와 공간의 마법소녀 희진의 도움으로 자신의 마법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훈련을 계속한다. 블랙카드를 이용해서 소원만 빌고 구체적인 대가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생각지 못한 다른 소중한 무언가를 대가로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맹연습 중 다른 마법소녀들과 함께 나가게 된 정식 첫 출동은 어떤 공장의 유독성 화학물질 유출 사건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공장 안의 모든 생물이 숨을 쉬지 않고도 버틸 수 있게 해달라는 의장님의 부탁에 고민을 하던 나는..

나를 비롯해 공장 안에 존재하거나 한 시간 이내에 존재하게 될 모든 생물의 후각을 대가로 그들의 무호흡 시간을 사겠어. 백초의 후각과 일초의 무호흡 시간을 교환. 어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래지?
80쪽, 마법소녀 출동합니다.

라고 거래를 시도하고, 블랙카드는 거래 성립을 알리며 빛을 냈다. 첫 임무 성공에 축하하며 언론에서는 '나'에게 주목을 하던 그때. 누출 사고 피해자와 가족들로부터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내 마법 때문에 무호흡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피해자들은 무호흡 혼수상태로도 경이로울 만큼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었지만, 깨어나서는 그 백배에 달하는 시간 동안 후각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혼수상태가 만 하루 동안 지속되었다면 백일 동안, 이틀 동안 지속되었다면 이백일 동안 후각이 마비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다행히도 구조 후 십분에서 한시간 사이에 정신을 차렸지만, 모두가 그렇게 운이 좋지는 못했다.
97,98쪽, 위기에 처한 마법소녀

언론은 태도를 바꿔 순식간에 나를 '희생의 마법소녀'라 칭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인해 자책하는 나. 전마협은 피해자 회복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나는 마법소녀가 아닌 '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세 임대료를 1000만 원이나 올리려는 집주인 할머니, 돈 마련을 하기 위해 하는 알바들.. 그러던 중 아로아와 함께 출장을 가게 된다. 세계 유일한 마법소녀인 '모든 것의 마법소녀'를 숭배하는 <극동마법소녀전진본부>에 들어가 그 정보를 파악하는 것. 본부에 도착한 아로아와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로아와 나는 위기를 극복하고 <극동마법소녀전진본부>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파악할 수 있을까?


📌후기
사실 전작인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후속작인 이 책을 시작하며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본편만 한 속편은 없다.'라는 암묵적인 불문율이랄까. 속편을 보고 난 후 '아, 그냥 본편만 볼걸... 내가 상상할걸...'이라고 탄식했던 적이 더러 있던지라.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더 깊어진 관계성, 연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혹시 나와 같은 두려움을 속편을 읽기 겁낸 독자들이 있다면.. 어서 읽어보시기를.. 후회 없을 것입니다. (진지.)

그리고 주인공 '나'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더 커졌다.. 차곡차곡 쌓이는 서사와 묘사에 주인공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래에 소개하는 '사과'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극 초반부터 결말 부분까지 이어지는데 스포 때문에 말은 못 하지만 결말을 마주하면 눈물이 차오를 것임을 장담한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까 상담실 들어올 때에도 늦었다고 사과했죠? 조금 늦은 건 사실이지만, 사과할 게 아니라 사과받을 상황에 가까웠잖아요. 사과도 습관이 될 수 있어요. 사과하기 전에 정말 사과가 필요한 경우인지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정말 미안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사과하고 끝내는 게 편해, 나는 그게 더 쉬워, 라는 마음가짐인지. "
46,47쪽, 마법소녀 답지 못한 일.

이 말을 들은 주인공은 실제로 자신이 사과하고 끝내는 게 편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 나도 그냥 내가 사과하고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에 죄송한지 아닌지 판단이 서기 전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제 수명이라도 걸고 …… 회복을 빌면 어떨까요."
(중략)
많이 돌려 말씀하시긴 했지만 내 목숨도 피해자들의 회복만큼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인 듯했다. 나는 그런 염려를 받을 만한 사람이 맞을까? 사과를 못하겠어서 자해 협박 같은 말을 해버린 내가……
"죄송합니다."
사과는 그제야 간신히 나왔다. 참았던 눈물이 터져 주먹 쥔 손등 위로 뚝뚝 떨어졌다.
98, 99쪽, 위기에 처한 마법소녀.

줄거리에서 언급했다시피 급박한 상황에서 '나'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장하기 위해 무호흡 시간과 후각 상실을 1대 100의 비율로 교환하는 대가의 마법을 실행했다. 피해자들의 후각이 길게는 연 단위로 손상된 상황에 '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신의 수명을 걸고라도 상황을 돌이키고 싶어 한다. 이 모습을 보며 내가 소설 속의 '나'인 것 마냥 답답하고 막막했다.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상황은 꼬여만 가고, 나의 중요한 무언가를 내놓고라도 해결하고 싶지만 손쓸 방법이 없는 무력한 상황... 많이 위축되어 있는 주인공에게 처해진 이런 상황이 가혹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마법소녀는 아니지만 현실에서 이와 비슷한 순간을 맞이했던 나의 모습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그때의 나를 원망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주인공을 몇 배 더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인공이 악하지 않아서 좋다. 인생의 코너에 몰린 것 같은 순간에도 무작정 타인을 원망하거나 파괴하려 하지 않아서 좋다.

한때 최강의 마법소녀라 불렸던 미래의 변화도 전작과 이어지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가정에서 극단적인 폭력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법소녀로 각성했던 이미래. 미래는 이제 전마협의 보호를 받으며 세상의 온기를 난생처음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미 미래에게 당연히 주어졌어야 할 어른들의 위기에 처한 아로아와 '나'를 도우러 오고, 회의 시간에 작게 큭, 하고 웃기도 하며, 최희진의 면박에는 눈을 쓰윽 흘기기도 한다. 이런 변화들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극동마법소녀전진본부'의 정체도 전작에서 주는 메시지를 잃지 않으며 흥미롭게 잘 풀어냈다. 정체가 무엇인지 가늠도 못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말부가 재미있고 속도감이 있어서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완독했다.


📌마무리하며
책 말미에 있는 작가노트마저 너무 좋아서 꼭 공유하고 싶다.

'복직의 복(復)자는 회복의 복, 복수의 복과 같다. 2탄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2탄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일종의 복직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하는 것 같다. 이 일이 코끼리를 업고 불타는 굴렁쇠를 굴리며 김치를 담그는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도.
이 사랑을 내가 가진 마법소녀의 능력이라 해도 좋겠다. '
232쪽, 작가노트

아, 작가 노트마저 완벽해서 탄식이 나왔다. 혹시 3탄은 없을까요.. 풀어낼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은 것 같아요, 작가님...

너무 마법 같은, 동화 같은 바람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후속편이 없다면.. 주인공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선함을 잃지 않고 안전하고 따뜻한 곳에서 살며 타인의 행복을 염려하는 만큼 자신의 행복을 누리고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세상의 볕들지 않는 구석에서 마법소녀로 각성할 만큼의 어려움과 고통을 느끼고 있는 여린 소녀들에게도 따스함이 찾아오기를.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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