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지혜 - 공존의 가치를 속삭이는 태초의 이야기
김선자 지음 / 어크로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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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딛고 밟을 경쟁 상대가 아니라 더불어 어울리는 친구같이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동양적 사고방식이 동양 신화에 깃들어 있다. 이기심과 경쟁심이 사람을 넘고 공간을 덮어버린 오늘 현실에서 귀담아들어야할 조언이 신화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오래된 지혜>에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의 오랜 지혜가 있다. 자연환경 하나하나에 인간의 것과 다름없는 소중한 생명이 담겨 있으며, 공존을 이룰 때 대립과 분쟁을 이길 수 있다는 가르침이 시대를 초월한 교훈임을 알려주고 있다.

 

사실 이런 거창한 목적을 갖고 읽기 시작한 책은 아니었다. 옛사람들의 지혜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잘 알지 못하고 들어본 적 없는 동양의 신화가 그냥 궁금하였다. 듣고 알아갈 재미를 얻을 생각으로, 잘 짜인 영화 한 편을 보다 가는 흥미로 펼쳤는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숲이 훼손된다면 그 숲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의 문화도 함께 사라진다. (P108)

 

고대인들의 문화유산,애니미즘이란 것이 원시적이고 하등한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이야기를 빌려 듣게 되니 알지 못한 데서 비롯한 편견이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옛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은 단순한 두려움과 공포에 맞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에게서 필요한 생존 요소를 얻는게 고맙고 기뻐했으며 어울려 하나 된 것에 대해 감사했다. 자연이 있을 때 인간이 나고 자랄 공간이 생겼다 보았고, 그 모든 것과 인간은 하나 된 가족이란 마음으로 살았다. 이들은 인간이 생태의 순리를 헤치고 균형을 깨려할 때, 소유를 뺏고자 위협하고 몸담은 공간을 감사하지 않을 때 욕심을 내서 파괴하려 드는 이기심이 뭘 가져올지 알기에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걸 두려워하고 싫어했다. 지혜롭고 용감한 자가 비를 속이고 이기려 들다 결국 떨어져 죽게 된 이야기는 이들의 이러한 생각을 보여주는 예이다.

 

산이 사람을 감싼 것에 포근함을 느끼며 나뭇잎에 사랑을 담아 전하는 사람들은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마음으로 행복할 줄 알았으니 공존을 귀중하게 여기는 생각이 변치 않는 오래된 지혜로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소박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은 풀 하나,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도 눈과 귀를 둘 여유를 얻었다. 순리대로 흐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소망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자연 어디에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란 없다는 걸 느낀다. 추천하는 <오래된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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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독사의 자식들아 - 성경이 말한다면 거침없이 말한다
김남국 지음 / 두란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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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독사의 자식들아>는 하나님나라의 본질을 놓치고 사는 그리스도인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새해를 시작하며 이 책과 함께 점검한 내 믿음의 근본에는 예수님 보시기에 분명히 독사의 자식의 것이라 할 불순물이 가득하게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와 사랑으로 신앙생활을 하는가, 내 소망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를 놓고 회개할 것이 많았다.

 

그리스도 정신을 회복하고 옛사람을 버리지 못한 것을 회개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김남국 목사님의 설교로 읽으면서, 이번 해에는 내 생각이 아닌 하나님 뜻대로 무조건 순종하기로 결단했다. 그러지 않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지난해에 많이 가르쳐주셨으니 토 달지 않고 무조건 순종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면서 새기고 새긴 것은 회개의 진정한 의미였다.

 

삶의 방향을 180도 돌이키는 것입니다. 내 뜻대로 살던 삶을 주님 뜻대로 살겠다고 돌이키는 것, 이것이 회개입니다.

 

왜 회개합니까? 언젠가 주님 앞에 설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복 불능한 자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돌이키는 것이 회개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상식과 기본을 회복하는 게 회개입니다.(p58)

 

책에 나온 메시지는 김남국 목사님이 마커스 목요예배 모임 중에 전했던 말씀으로, 기본을 회복하라는, 예배드리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설교다. 온전하게 회복되지 못하면 책망받는 독사의 자식과 다를 바 없게 되기 때문이다. 죄에 무감한 뿌리를 바로잡고 알고 있음에도 타협하려 드는 태도를 완전히 버려버려야 하는 이유가 담겨있다.

 

목사님은 기도는 이렇게, 말씀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것,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것인 그리스도인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는 일을 강조한다. 그것은 세상적인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다. 비교로 재고 따지는 생각을 전부 버려버리는 것, 부모님을 찾는 어린아이 같이 순종하는 자세로 겸손하게 하나님만 소망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자로 회복시켜 주시고 정결하게 해주신다는 것이다.

 

목사님은 성경 말씀을 통해 그 시작이 바로 회개임을 전한다. 또 회개는 삶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점도 언급하는데, 과연 진정으로 내가 회개했는지는 지금 취하는 행동으로, 변했는지 아닌지로 알 수 있다는 뜻이겠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죄는 게으름인데, 올해는 게을러서 대충 대충 미루는 일 없게끔, 회개했다는 표시는 눈물이 아니라 변화의 행동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끔 기도해야겠다. 진솔한 대화하듯 꾸밈없는 목사님의 설교에 은혜 받고 무엇이 아닌지 회개하였으니 이제 생활에 증명할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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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속이는 시험공부 - 최신 뇌과학의 고득점 비결
이케가야 유지 지음, 하현성 옮김 / 행복포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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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앞서 공부 수기를 보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다. 방법을 몰라 집중력이 떨어진 게 아니고 의욕 자체를 상실한 경우에 슬럼프를 해결한 사람들의 경험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의 제목에서 저번 읽은 <뇌속임 공부법>이 생각이 났다. 침체된 뇌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이 재밌어서 유사한 제목의 이 책은 어떨지 기대가 생겼다.

 

입력된 정보가 기억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해마의 역할이 중요한데, 저자는 이런 기억 역할을 오랜 기간 연구한 해마 박사다. 뇌과학 전문가로서 들려주는 논리적이고 실용적인 뇌과학 공부법은 한마디로 말하면 해마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자는 것인데, 보다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 많았다.

 

해마가 받은 정보를 장기 기억 기관으로 보낼지 단기 기억으로 끝낼지 일을 할 때, 그 정보의 필요성을 가지고 분류하고 처리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기억이란 회로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설명처럼 쉬운 과정이 아니다. 저자는 반복으로써 뇌를 자극하여 자꾸 공부한 내용을 쓰레기통에 버리려 하는 해마를 속이자고 주장한다.

 

이 책은 기억 회로를 좀 더 빠르고 쉽게 생성하는데 목적을 둔다. 목적을 위해 나열한 방법에 몰랐던 내용이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건 생존과 직결한 상태의 사자가 따르는 습관을 통해 살펴본 ‘사자 연상법’이었고, 또 뇌를 아무 일도 안 하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수면 상태의 효과가 같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흥미를 유발하는 세타파 상태가 해마를 자극하는데 좋다는 점과 공부에 감정을 불어넣어야 하는 이유도 유용했다.

 

뇌속임 공부법은 뇌에 긍정적인 생각을 입히는 마인드 컨트롤에 초점을 두었는데, 이 책은 뇌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뇌가 잘 일하도록 하는 실용적인 방법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제목에 큰 관심을 가져 펼친 책이기에, 소제목을 주의 깊게 읽고 내용을 살폈는데, 구체적 방법이나 팁 위주의 소제목을 만들려 했는지 내용과 어울리지 않은 제목이 몇 개 눈에 뜨였다. 그 밖에는 다 좋았다. 평범해 보이는 표지와 어디서 들은 것 같은 표제의 따분한 인상을 깨는 건, 신선하고 재밌는 공부법이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친절하고 알기 쉬운 설명도 그렇고.

 

공부하는데 융통성을 기르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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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변명 -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의 불편한 진실
베터니 휴즈 지음, 강경이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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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세기의 예민한 아테네와 기존에 알고 있던 아테네는 많이 달랐다. 서양 문화와 현대 민주주의의 시초라 불리는 아테네의 현명한 모습 뒤에 숨은 모순을 읽고 나니 위대한 현자를 죽음으로 몬 도시의 변명이 이해가 갔다.

 

역사학자이고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저자는 이 책 한 권에 소크라테스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아테네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있는 그대로 재현했다. 10여년을 철학자의 발자취를 따라 걸은 저자의 수고 덕에 소크라테스의 터전은 보이듯 느껴지듯 생생하게 다시 살아났다.

 

작은 부족 사회에서 출발해 그리스 최고 도시 국가로 성장한 아테네. 소크라테스가 나고 자란 시기는 아테네에 황금꽃이 피어나는 시기였다. 거리에는 민중의 숨이 가득했고, 권력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사람들로 늘 붐볐다. 시끌벅적한 도시를 누비며 모른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누구에게든 질문을 던지고 캐묻던 소크라테스도 도시의 발랄함을 사랑했던 아테네인이었다.

 

앎으로써 덕과 행복에, 선에 이를 수 있다한 소크라테스는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에도 따르는 사람이 많던 존경받는 철학자였다. 그가 누구보다도 지혜로웠기 때문에 그의 눈에 아테네의 어두운 면이 속속히 들어왔고 자신이 나고 자란 그곳을 걱정하고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칭찬이 가득한 도시국가에서 얼룩 같은 존재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만보다는 겸손을, 자아도취보다는 정직을 권했다. 당시 아테네는 세계 역사상 가장 처참한 전란을 겪었지만 그들 도시가 깔끔하고 밝은 분위기로 유지되도록 애썼다. 그러려면 아테네의 민주주의 연극은 계속되어야 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자기기만을 멈추라고 다그쳤다. (P284)

 

소크라테스가 종교 법정에 선 이유는 그의 지혜와 영향력 때문이었다. 황금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잇따른 전쟁과 분열의 폐허 더미에서 아테네인들은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들에게 소크라테스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정치는 설득 잘하고 말솜씨 좋은 사람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탐구하여 올바름에 도달해야 한다, 사랑을 찾으라, 하는 그의 주장을 아니꼽게 보는 무리가 많았다.

 

그곳 사람들이 정치에 자신의 목소리를 굽히지 않는 이유는 잘 먹고 잘 사는 권력에 맞춰 있었고, 그들은 아테네의 관습을 위하여 소크라테스를 비방해야 했다. 젊은이들을 주술로 꾀어 사회를 어지럽히며 신들을 모독한 혐의로. 그렇게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자들에게 사형당한 것이다.

 

소크라테스: 제게 유죄선고를 내리는 것은 이 증오라는 것입니다. 제가 실제로 유죄선고를 받는다면 그것은 멜레토스나 아니토스 때문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편견과 악의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앞으로도 일어날 것입니다. 제 소송으로 절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아테네의 역사 곳곳에 담긴 소크라테스의 단심은 그의 정신만큼 위대했다.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기분이다. 읽고 보니 첫 장의 '최초의 순교자'라는 표현의 의미가 이해가 간다. 아테네인들이 그들의 역사 내내 투쟁하며 지키고자 했던 자랑스러운 특권, 표현의 자유를 소크라테스를 죽임으로써 무너뜨렸다는 건 참 씁쓸한 일이다.

  

소크라테스와 그가 사랑한 아테네를 알고 싶다면 꼭 필요한 책이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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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양장)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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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주차로 읽고 있던 책이 무려 700페이지다. 시간이 치여서 결국 잠시 덮어두고 이 책을 집었다. 본문 내용이 70페이지가 채 되지 않아서 쉽게 읽을 수 있겠다고 만만하게 보았는데, <단순한 열정>은 그렇게 만만한 책이 아니었다.

 

저번에 한번 읽은 아니 에르노의 담담하고 진솔한 글은 단번에 독자를 매료시키는 독특한 향기가 있었다. 내면을 타고 흐르는 향기가 너무 섬세하고 또 강렬해서, 자신의 치부를 꾸임 없이 사실 그대로 적은 글은 원래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었다. 그 향이 그리워 그녀의 글을 꼭 읽어야지 했는데, 두 번째로 펼친 이 책 역시 감당하기 힘든 매력이 느껴졌다.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p11)

 

연하의 유부남 A라는 남자로 인하여 이해하기 힘든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혀 지내던 '나'의 흔적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그녀가 보이는 열정이란 보통 사람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계에 있는 것인데(그래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사람 덕분에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라 고백하며 삶의 모든 원인이 되었던 그를 향한 집착 같은 열정을 하나하나 기억에서 풀어내었다.

 

'나'의 생활은 오직 그를 향해 흘러간다. 익숙한 일상을 제외하고 그를 기다리는 일밖에 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의 전화가 온 미래인양 그 사람 말고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를 기다리고 기다리는 순간은 기대감, 두려움, 조바심이 한데 뭉친 시간이다. 이후에 찾아오는 행복을 새기고 간직하는 일도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녀가 몸에 남은 정사 자국을 하루라도 더 품고자 하고 그가 마신 술잔이며 목욕 가운도 있는 그대로 그림처럼 간직하고자 함은 설명할 수 없는 광기 같은 열정의 표출이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떠난 후에도 강렬한 사랑의 열정은 그녀를 지배한다.

 

그런데도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에서부터 립스틱을 고르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이 오로지 한 사람만을 향해 이루어졌던 그때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계속해서 반과거 시제를 쓴 이유는, 끝내고 싶지 않았던 '삶이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영원한 반복을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예전의 기다림이나 전화벨 소리, 만남을 대신하고 있는 나의 고통을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다.(P52)

 

불륜이란 거북한 소재가 <단순한 열정>의 중심이 아니다. 아니 에르노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욕망의 자신을 단순히 솔직히 그리고자 하였고, 지금은 아련히 기억에 떠오르곤 하는 그때 자신을 글로써 만나고자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나의 어떤 면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옳고 그름을 거르며 읽으니 거부감이 어느 정도 사그라졌지만, 여전히 그 열정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아했다. 소녀처럼 앞뒤 안 가리는 치명적인 사랑 어떤 것에 빠져본 적 없기 때문일까. 그래서 책 속에 보인 열정이 내 머릿속에선 이해되지 않는 건지... 어딘가에 무언가에 쉴새 없이 빠져드는 열정이 부럽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 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P67)

 

짧은 글 한 편이 마음을 휘젓는다. 솔직하고 담백한 글의 매력이 정말 대단하다. 한 남자를 기다리는 시간 외에는 어떤 미래도 없던 여자의 사랑이 부러울 때마다 펼쳐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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