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의사 박준철 - 봉사와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떠난 우리 시대 참 의사
송미경 지음 / 맥스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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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떠난 참 의사, 박준철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었다. 처음에는 아쉽고 슬픈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였다. 이토록 깨어있는 분이, 하나님나라를 위해 애쓰던 분이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이유가 무엇일까. 그런 의문이 슬픔이 되어 머릿속을 소란스럽게 하였던 게 사실이다.

 

박 선생님의 부인분이 정리한 이 책은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서 본 남편의, 아빠의 모습을 기록한 책이다. 아름다운 믿음의 소유자로, 이웃을 돌보는데 행복과 희망을 품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박 선생님. 선생님의 생전 모습을 하나하나 살피는 시간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열심히 기타를 배우며 감격에서 우러나오는 찬양을 올리는 기쁨, 오고 가는 사랑한다는 말로 입가엔 늘 웃음이 머무는 가족, 존재만으로 감사가 나오는 사랑하는 사람. 영화 속 감동적인 장면처럼 마음을 울렸다. 하나님을 알아가고 그분을 더욱더 사랑해 가는 선생님의 가족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 책은 이런 게 진정한 사랑이다, 말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선교하며 더 큰 선교 비전을 품었던 선생님을 왜 하나님의 계획 밖에 두셨는지 의아했는데, 어린 아들을 먼저 보낸 박 선생님의 일기장에서 어렴풋이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를 향한 주님의 믿음에 나는 믿음으로 응답하는가? 이미 이루어진 상황이긴 하지만 이 상황이 주님이 우리를 믿기에 주신 상황임을 믿는가? 앞으로 이루어질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 상황을 피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믿음으로 순종하였겠는가?

 

하나님이 우리를 믿어 주셨기에. 하나님은 우리가 능히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가정임을 믿어주셨습니까? (p112)

 

사랑이 남은 자리. 아름답다.

박 선생님이 떠나면서 남긴 인체 조직으로 100여 명이 새 삶을 얻었고, 남은 가족들은 선생님의 못다한 선교 비전을 품으며 하나님의 일꾼으로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떨어진 밀알이 가져온 결실을 보며 이웃과 생명을 나눌 동역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울 거라는 확신이 든다.

 

천국에 대한 소망과 궁금증을 키웠고, 이들처럼 오직 감사로 순종으로 받은 삶을 살다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우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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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향전.숙영낭자전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5
이상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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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운명이라는 예견된 사랑보다는 그 형태로 맞추어 함께 가꾸어가는 사랑이 인스턴트에 익숙한 세상에 더 옳고, 더 어울린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고 내 사람을 운명의 사람으로 만들어감에는 절절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면, 사랑이 변했네 식었네 하는 말 따위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힘겹게 완성되어가니 더욱 값지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고전 속에서 찾았다. <숙향전>,<숙영낭자전>은 조선 후기의 대표 애정 소설이다. 남녀 간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고비와 벽을 넘어야 했던 조선 시대에 숙향과 숙영낭자가 주인공이 되어 시대적, 숙명적 시련을 헤친다는 게 두 소설의 주제다.

 

<숙향전>의 숙향은 무려 5번의 죽음과 같은 고비를 맞고 나서야 사랑하는 이를 만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이것은 예고된 반드시 치러야할 숙명이었다. 월궁 선녀로서 태을선군와 정을 나눈 금기의 대가를 이생에서 맞아야 했던 것이다. 초월적인 존재가 짜놓은 시나리오 그대로 숙향은 삶 전반을 거친 시련과 회복을 번갈아 겪는다.

 

이것은 성장 소설의 성격과는 다른데, 숙향이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을 극복하기보다는 천상계의 돕는 손길이 마련되었기에 해결이 가능했던 것이다. 숙향의 고난에 마음이 아프기는 하였으나 어느 정도는 이런 흐름의 반복이 답답하고 지겨웠던 게 사실이다. 의지해야 할 존재 없이는 그저 나약하고 가련할 뿐인, 매력 없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주인공 숙향은 끈기로 자신의 숙명을 견뎌낸다. 미천한 소생이라는 오해를 풀고, 죄벌 때문에 잃어야 했던 것들을 되찾아 마침내 태을 선군, 이선과 못다한 사랑을 완성한다.

 

<숙영낭자전> 역시 환상적 냄새가 강하다. 천상의 선관과 선녀로서 지은 죄를 대신하여 인간으로 태어난 두 남녀는 하늘이 정한 자신의 연분을 알아보고 곧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이 운명이었을지라도 비극으로 치닫을 수 있었다. 사랑이면 다 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오히려 불온한 것으로 취급하기도 했던 냉혹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숙영 낭자는 신분적인 차별을 겪어야 했고, 정식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그녀의 절개와 순애를 죽음으로 증명받아야 했다. 결국, 죽음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사랑이 숙영 낭자와 선군의 사랑이었다. <순향전>보다 애정 소설 다운데, 서로를 향한 연정과 애절함이 짙었기 때문이다. 특히 슬펐던 것은... 이유 없이 어머니를 아내를 잃은 자녀, 남편 선군의 눈물이었다.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사랑을 이루는데 애끊는 눈물을 쏟아야 했다. 하늘이 예정한 결연에도 이런 고난이 있기 마련인데, 사랑을 노력 없이 본다면 과정 없이 본다면 그것은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 머나먼 것일 것이다.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찾은 숙향의 일대기를 살피고 숙영낭자의 시련에 동참하며 사랑에 담긴 눈물의 의미를 떠올려 보았다. 삶에 대한, 애정에 대한 옛 사람들의 사고를 살펴본 시간은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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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 - 장애를 축복으로 만든 사람 강영우 박사 유고작
강영우 지음 / 두란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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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능성이 어디에 있을까? 앞을 못보는 장애를 안은 채 평생을 살아간다는 게 어떻게 축복이고 감사인가? 인간적인 생각은 이랬다. 그런데 강영우 박사님의 삶을 눈물로 보면서 장애는 죄의 결과가 아닌 축복의 씨앗임을 확인하니, 하나님의 생각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는 희망엔 걸림돌이 없음을 증거하는 강영우 박사님의 유고작이다. 장애인의 인권, 삶의 질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 있다.

 

눈이 많이 나빠 안경과 함께 자라서 강 박사님이 시력을 잃게 된 과거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따갑게 아프게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연이어 닥친 불행을 읽으면서는 이것이 소설의 일부는 아닌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시력을 되찾을 가망성은 사라졌고, 부모님도 누나도 다 떠나보냈고, 두 동생과 자신만 남겨진 막막하고 암울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나의 고난에는 주님의 계획과 목적이 있다는 고백을 할 수 있을까?

 

박사님은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고백하였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따라 온몸으로 편견과 차별에 맞섰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평등하고 존귀한 존재인데 장애의 시련으로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고, 불평등한 세상에는 그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사님은 이렇게 감사한다. 만약 온전한 눈이었다면 그간의 성과를 조금도 이루지 못했을 거고, 시각 장애는 하나님의 도구였다고.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헌신을 바친 사람들의 삶을 박사님의 말로 듣고 보면서, 나라면 나의 장애는 물론 다른 이의 장애까지도 보듬을 수 있는지? 반성이 되었다. 눈을 돌리면 나눌 마음과 희망이 많은데, 내 상처만 보고 불평만 하는 게 부끄러웠다. 한편으로는 이들을 쓰셔서 장애인들을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감탄이 나왔다. 어떤 일도 그냥 일어나는 일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희망에는 장애가 없다, 하는 강 박사님. 만약 고난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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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도 모르면 빨래판이다 - 아는 것 같은데 잘 모르고 있는 역사 용어 상식 톺아보기 대한민국 역사상식 1
전병철 지음 / 살림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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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읽거나 사극을 시청하다 보면 흐름을 이해하기에 앞서 용어에 익숙해야함을 실감한다. 역사 용어 상식을 톺아보자며 다가온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이었다. 팔만대장경을 화장실 빨래판 보듯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유쾌한 제목만큼 내용도 재밌을까 하여 첫 권을 펼쳐 들었다.

 

저자는 '기본 역사 용어와 역사 상식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한다' 며 이 책을 쓰고 개정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차례를 보다가 재밌는 부분 먼저 찾아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먼저 호기심을 발동시킨 것은 역사에서 칭하는 존칭이었다. 신이 나서 펼쳤는데 웃음기가 싹 가시는 게, 목적 여부와 무기 사용 여부에 따른 의사와 열사의 미묘한 차이를 읽는 대목에서였다.

 

막상 마주한 이면의 역사에 마음이 쓰렸다. 윤봉길 의사의 사적지의 현판을 작성한 이가 친일 경력이 있는 박정희 대통령이란 사실 때문에 갈기 부서진 현판인데 이걸 은근 슬쩍 다시 복원시켰다는 건 안 그래도 억울한 독립 유공자들의 삶을 더욱 눈물 나게 하였다. 또한 추모각에 봉안되었던 유관순 열사 영정을 왜곡하여 그린 화백이 대표적 친일파라는 것도, 다행히 철회되었다 하지만 다시 추진된 영정 작업에 그 화백이 연이어 선정되었다는 것도 이런 우연이 어디 있나 싶었다. 김구 선생을 암살한 자를 사살한 박기서를 열사로 칭해야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나 그보다 그런 암살범이 먹을 것 입을 것 다 누리면서 살았다는 것 역시 화가 났다. 부당한 세력에 맞선 사람들의 아름다운 희생에 눈물이 났다.

 

1부는 그리 관심 가지 않는(그래서 많이 지루했던) 내용도 있기는 했지만 흥미로운 내용도 많았다. 죽음을 부르는 말, 제사의 절차, 각기 다른 묘의 생김새와 정의는 복잡한 한자어 때문에 한 장 한 장을 쉽게 넘기지 못했다.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재밌었던 것은 지배자들을 일컫는 칭호로 황제의 유례, 전하와 저하, 청동기 시대와 고대 시대의 낯선 지배자들의 호칭의 의미를 배운 시간이었다. 예전에는 모르면 모르는 대로 지나치고 말았을 텐데, 풀어서 하나하나 설명하여 주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사극이나 역사 공부할 때 덕분에 이해가 빨리 될 것 같다.

 

역사적 상식만 나열하지 않고, 학생들이 알았으면 하는 교과 이외의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방식이 재밌고 유익하다. 사전 보듯 관심 가는대로 읽으니 따분하지도 않다. 역시 재치있는 제목만큼 유익할 것 같은 2권 <빨래판도 잘 보면 팔만대장경이다>에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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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세계문학의 숲 16
제인 오스틴 지음, 고정아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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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세계 문학의 숲'에서의 첫인상이 좋았다. 표지 속 환하게 핀 연분홍 장미꽃이 사랑에 빠질 연인을 예고한다. 진실한 사랑을 맞이하는 설렘은 늘 새로움을 안긴다. 바라만 봐도 행복한 표지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을 읽을 때마다 새롭고 즐거운 건 이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그만큼 다채롭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시집 잘 가는 것을 취집이라고 하던데, 엘리자베스의 어머니 베넷 부인은 삶의 목적이 자식 취집 잘 시키는 데 있는 사람이다. 시집 잘 보낸 덕 누리고 싶은 속없는 아줌마지만 머리 굴리는 게 눈에 다 보이는데도 순진하다고 느껴지는 게 나름의 매력이다.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언니 제인은 다행히도 그런 속물근성을 닮지는 않았다. 그래서 응원할 수 있는 이들. 로맨스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여주인공들이다. 가난한 여자가 가진 돈만큼 깐깐한 남자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주변인들과는 달리 자존심 강하고 당찬 여자에게 끌려 포로가 되는 남자. 여자가 독하지 않고, 배려 깊고 착할 수도 있다. 온갖 방해물을 이겨 마침내 사랑을 완성한다는 결말은 변함없지만.

 

이 두 가지 유형이 여기다 등장한다. 오스틴만의 발랄한 분위기가 결합하여 진부한 그저 그런 로맨스로 느껴지지 않고 읽을 때마다 즐거운 게 참 신기하다. 얄미운 다른 인물들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게 현실 세계에 존재할 법한 사람들이고 그들로 인해서 <오만과 편견>이 개성 넘치는 소설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깨우치기 직전의 엘리자베스가 읊었던 명대사, 여전히 멋지다. 사람을 바꾸는 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한 듯.

 

"나 자신의 분별력에 그토록 자부심을 품고 있던 내가! 자신의 능력을 그렇게 대단하게 여긴 내가!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솔직한 언니의 진심을 비웃고, 남들을 쓸데없이 의심하면서 허영심을 채우던 내가! 너무나 수치스러워! 하지만 수치심을 느끼는 건 당연해! 사랑에 빠졌다 해도 이렇게 눈이 멀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문제는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이었어. 처음부터 한 사람은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어 기뻤고 다른 사람은 나를 무시해서 분개했던 거야. 그래서 두 사람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 스스로 선입견과 무지를 키우고 이성을 몰아냈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는 나 자신을 몰랐던 거야."(.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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